네이버·LG화학·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민연금’ 따라 사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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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LG화학·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민연금’ 따라 사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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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0년 열린 '명인명무전'에서 살풀이춤을 선보이고 있는 공옥진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동국예술기획
2010년 열린 '명인명무전'에서 살풀이춤을 선보이고 있는 공옥진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동국예술기획

“죽지 않으면… 죽지 않으면… 또 오겠다.”

2010년 6월 27일 해오름극장. 1인 창무극을 처음 선보인 춤꾼은 20여분의 공연을 마치고 힘겹게 말을 이어갑니다. 뇌졸중과 교통사고로 무대를 떠난 지 5년 만입니다. 그러나 다시 오겠다던 약속은 빈말이 됩니다. 오늘(7월 9일)은 서민을 울리고 웃긴 공옥진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8년 전 선생의 마지막을 지킨 건 기초생활수급자 통장이었습니다.

‘국민연금’.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민이 소득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소득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렇게 모인 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용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라는 전담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박능후 장관(맨오른쪽). /자료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맨오른쪽). /자료사진=보건복지부

“운용본부 설립 이래 최대 수익금을 기록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3일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수익률이 11.34%를 달성했다”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0.89%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뒤 1년 만의 반등입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고,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최대인 73조4000억원의 수익금을 기록한 것입니다.

오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7일 엔씨소프트 주식 5만4438만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은 네이버 보통주 45만2938주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이 ‘언택트(비대면)’ IT기업 중에서도 네이버는 계속해서 사고, 엔씨소프트는 팔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로써 13%에 가까운 네이버 주식(12.84%)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 11% 수준에 그쳤던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가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네이버 최대 주주로 블랙록(5.0%), 이해진 창업자(3.7%)를 크게 웃도는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지난 5월 주당 20만원을 넘어선 네이버 주가는 오늘 오후 2시8분 현재 28만70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단위=조원, 2020년 4월 말 기준). 수익률은 금액가중수익률이며, 당해 연도 연중 수익률은 기간수익률(잠정치). 당해 연도 연환산 수익률은 -1.95%, 연환산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05%.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단위=조원, 2020년 4월 말 기준). 수익률은 금액가중수익률이며, 당해 연도 연중 수익률은 기간수익률(잠정치). 당해 연도 연환산 수익률은 -1.95%, 연환산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05%.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엔씨소프트 지분 일부를 청산했다고 지난 6, 7월 두차례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현재 엔씨소프트 주식은 김택진 대표(12.0%), 국민연금공단(11.22%), 넷마블(8.9%), 블랙록(6.1%) 등 순서로 보유 중입니다. 증권업계가 네이버와 함께 엔씨소프트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한편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7일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은 299개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1분기 이후 지분을 늘린 종목은 123개로, 종근당바이오·심텍 등 13개 종목은 이번에 새롭게 5% 이상 보유 종목에 편입됐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 업종에서 국민연금 지분이 늘어난 종목이 12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LG화학(10.22%→11.06%)과 대한유화(8.69%→9.83%), 금호석유(9.17%→10.30%) 등의 지분이 늘었습니다. 반도체 및 장비 업종에서는 원익QnC(7.36%→8.48%) 등 10개, 제약·바이오주에서는 JW생명과학(7.11%→9.26%), 종근당홀딩스(8.41%)→10.52%) 등 8개 종목의 주식을 더 사들였습니다.

반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분율을 낮춘 종목은 104개였습니다. 대한항공·CJ CGV·남양유업·제주항공·케이엠더블유 등 24개 종목은 아예 5% 이상 보유 종목에서 빠졌습니다. 시총 상위 종목 가운데는 삼성전자(11.08%에→11.10%)와 SK하이닉스(11.08%→11.60%)의 지분율이 상승했습니다.

2020 국민연금 기금운용 계획 및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2020 국민연금 기금운용 계획 및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 수익률을 칭찬하며 투자 독려에 나서고 있습니다.

“잘했다. 박수 짝짝짝” “감사합니다. 국민연금” “73조 수익......잘했어. 박수.. 짝쩍짝......” “네이버는 사야지” “이거슨 매우 칭찬합니다 운용본부장 이하 직원들 뽀나쓰 주시요” “투자 금액이 적더라도 연금 힘내슈 원금 보존 일순위” “성과급 잔치하지 말고 수익률 고대로 잔고로 채워라” “그래 내가 국민연금 탈 때까지는 버티게 수익 좀 내라”.

투자 코치까지 소매를 걷고 나섰습니다.

“단타 좀 하지마러~” “국민기업 셀트리온이 국민노후를 지킵니다” “국민연금은 운용사 다 자르고 직접 투자해라” “1순위 셀트리온(코로나치료제 개발, 램시마SC승인) 2순위 네이버, 카카오톡(코로나치료제 나오면 상승끝) 3순위 삼성SDI, LG화학(중국업체 상승, 신기술력으로 승부)” “국민연금 그냥 블랙락이나 이런데 수수료 주고 그냥 맡기면 안 되나 국민연금을 당최 믿을 수가 없다” “국민 세금으로 도박하는 거 무조건 따라. 손실 보기만 해봐.. 혼날 줄 알아”.

국민연금 적립금 추이. /자료=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적립금 추이. /자료=기금운용본부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원이 소환된 지난달 30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맥쿼리자산운용 등 5곳을 국내 사모투자 분야 위탁운용사로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위탁운용사의 각 펀드는 투자기간 5년, 펀드 만기 10년으로 운영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여기에 총 8000억원 이내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 어느 달 밝은 밤, 할아버지가 조용히 세상을 떠날 때 부엉이도 따라 죽는다’. 오늘은 <보리밭> <과수원길>로 잘 알려진 박화목이 세상을 떠난 지 15주기입니다. 마지막 내 곁을 지켜줄 부엉이는 동화 속에 있을 뿐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존재 이유처럼 백성의 돈을 잘 불려야 하는 까닭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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