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까… 박원순 시장 살아있다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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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풀까… 박원순 시장 살아있다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1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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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숲. /사진=픽사베이
숲. /사진=픽사베이

“일주일 안으로 그린벨트를 만드시오.”

1971년 1월 19일, 박정희정부는 새 도시계획법을 시행합니다. 이 법에 따라 6개월 안에 ‘도시개발계획선’을 설정해야 합니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몇 안 되는 학자들이 불려갑니다. 그리고 반년이 조금 지난 7월 30일. 서울시와 경기도 일원에 454㎢의 구획이 그려집니다. 모든 건축물의 신·증축이 제한되는 곳, ‘그린벨트’가 탄생한 것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

지난 8일 오후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납니다. 이번 주 서울시가 발표하는 부동산대책과 관련, 당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박 시장은 회동에 앞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말합니다. 2년 전 김현미 장관과 논쟁 때처럼 ‘사수 입장’에서 변한 건 없었습니다. “당대에 필요하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자료사진=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자료사진=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14일)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 확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힌 지 12시간 만에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차관은 오늘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적 없다. 서울시와도 이 부분에 대해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박 차관은 또 “그린벨트를 풀 수 있다, 풀릴 것 같다는 소문이 돈다. 정치적인 고려로 서울시 입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재차 묻자 “이미 훼손된 지역도 많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라고 답했습니다. 일주일 전 박원순 시장과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진행자가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하자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모든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건 가능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그린벨트 관련 본격적인 논의는 착수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본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저녁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주택 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부동산 관련 비공개 당정 협의를 마친 조응천 의원은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 /그래픽=뉴스웰
국토교통부 자료. /그래픽=뉴스웰

한편 ‘그린벨트’와 관련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해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2018년 10월 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 ‘대체로 반대’ 29.8%, ‘대체로 찬성’ 29%, ‘매우 반대’ 23.6%, ‘매우 찬성’ 13.1%로 나타났습니다.

이 보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같은 해 9월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매우 찬성한다’ 11%, ‘찬성하는 편이다’ 32.4%, ‘반대하는 편이다’ 29.7%, ‘매우 반대한다’ 21.8%로 나타났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 응답이 한국리서치 조사는 11.3%p,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는 8.1%p 많았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꼬집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 공개발언을 국토부 차관이 뭉개는 클라쓰인가요?” “아직도 정부 부처 간에 업무소통과 조율이 안 되는데 무슨 부동산을 잡겠나” “뭔가 그냥 일 터지면 주먹구구식으로 막기 바쁘고 부처 간의 협업이 이루어진다는 느낌 없이 다 따로 노는 기분”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바뀌고 이사람이 한소리 하면 딴사람이 딴소리 하고. 그러면서 뭘 하겠다고?”.

그린벨트 해제 수순에 무게를 싣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범인인가요 서울시장님 돌아가시자마자 그린벨트 해제 논의라니” “협의가 없었다는 거지 안하겠다는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서울전시장 죽자마자 바로 그린벨트 해제” “내가 삐딱한 건가.......... 국회의원들 정부고위직들 서울근교 그린벨트 땅 소유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겠어”.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투기꾼들을 비웃으며 ‘해제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투기꾼들 집값 떨어질까봐 벌벌 떨고 있네..ㅎㅎ” “그린벨트 풀어 주택을 건설하면 수도권 집중 그만큼 심화된다. 강남집값 더 상승한다. 그린벨트를 풀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수도권 분산을 강력하게 신속히 실시해라. 일본도 우리의 그린벨트 부러워한다. 국토부 말 들어라” “그린벨트 다 훼손되고 쬐끔 남아 명맥 유지 하는데 그나마 없애려하다니. 후손에게 물려줄 마지막 젖줄입니다. 훼손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린벨트 해제해서 개발하면 좋아할 인간은 딱 2가지다. 그린벨트 땅 가지고 있거나 그 주위에 집땅 가지고 있어서 돈 버는 사람.... 그리고 투기꾼!! 절대 그린벨트 해제하면 안된다.... 돈이 더 들더라도 노후주택 사업하는 게 맞다”.

이른바 '80대20 법칙'의 창시자인 빌프레도 파레토(작은 사진). /그래픽=픽사베이
이른바 '80대20 법칙'의 창시자인 빌프레도 파레토(작은 사진). /그래픽=픽사베이

정부가 ‘임대차 3법’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일주일 새 1억~2억원씩 뛰어오른 전세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의 매물 회수와 호가 높이기가 맞물리면서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경기 남부까지 ‘10억원 전세’(전용 84㎡ 기준)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7억~8억원대 매물이 소진되면서 전세 실거래가가 9억원을 돌파하자 집주인들이 높여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위 20%의 인구가 80%의 부를 소유한다”. 1896년 이탈리아 경제학자는 ‘인류 역사는 소수 엘리트가 다수의 대중을 지배한다’라고 주장합니다. 그 논거로는 계층별 토지 소유 현황을 제시합니다. 오늘은 ‘80대20 법칙’의 빌프레도 파레토 탄생 172주년입니다. 두뇌의 20%가 문제의 80%를 푸는 게 아닌, 두뇌의 100%를 활용한 집값 해법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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