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 금성 세탁기… “갓지 LG가 엘지했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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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는 날’ 금성 세탁기… “갓지 LG가 엘지했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1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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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그래픽=픽사베이
프러포즈. /그래픽=픽사베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56년 개봉한 영화 '시집가는 날' 스틸컷. 1세대 배우 김승호(작은 사진)가 맹진사 역을 맡았다.
1956년 개봉한 영화 '시집가는 날' 스틸컷. 1세대 배우 김승호(작은 사진)가 맹진사 역을 맡았다.

“이봐, 맹진사 사위가 절름발이가 아니래.”

판서댁과 사돈을 맺는다며 좋아하던 맹진사는 한숨만 토해냅니다. 사위가 절름발이였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날, 부리나케 딸과 몸종을 바꿔치기한 맹진사는 또 한번 놀랍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사위의 다리는 튼튼했습니다. 1956년 11월 27일 첫 선을 보인 영화 <시집가는 날>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1세대 배우 김승호의 탄생 102주년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금성 이조식 세탁기. /사진=LG전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금성 이조식 세탁기. /사진=LG전자

“금성 아니고 삼성이네. 나 시집 안 갈래.”

1970년 7월 30일, 신문 아래쪽을 차지한 흑백광고 문구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빨래는 시간의 낭비’. 우리나라 최초의 세탁기 ‘백조’가 세상에 나온 날입니다. 미운 오리가 아닌 백조가 예비신부들의 로망 혼수품이 되기까지는 얼마 지나지 않습니다. 백조를 만든 가전회사가 우리나라 으뜸인 ‘금성사’였기 때문입니다.

‘백년해로’. 부부의 인연을 맺어 평생을 같이 즐겁게 지낸다는 뜻의 네 글자입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의 <격고>에서 유래된 말로, 전장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한 병사가 읊은 애절한 시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혼수 가전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3년 전부터 인기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의류건조기는 이제 필수 혼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금성사의 후신인 LG전자의 경우, 의류건조기가 매출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4931억원이라고 발표했는데, 깜짝 실적 뒤에는 의류건조기를 포함한 5000억원대의 생활가전 매출이 효자 노릇을 했다는 것입니다.

체코의 가전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의류건조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체코의 가전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의류건조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국내에서 의류건조기가 처음 관심을 끌기 시작할 당시에는 전기료가 많이 드는 전기식보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스식이 많이 팔렸습니다. 그러다 2016년 말 LG전자가 ‘인버터 히트펌프’ 전기 건조기를 내놓으며 히터 방식보다 전기료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저온 제습 방식으로 건조해 옷감 손상과 전기료 부담을 확 줄인 것입니다.

전체 가전에서 의류건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마트에서 집계한 전체 가전 대비 의류건조기 매출액 비중은 2018년 3.7%에서 2019년 4.1%, 2020년 상반기 4.4%입니다. 지난해부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와 함께 이른바 ‘삼신(三神) 가전’으로 떠오른 의류건조기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을 맞아 의류건조기와 함께 창문형 및 이동식 에어컨도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습니다. 벽을 뚫지 않고도 효과적인 냉방이 가능하며,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9일까지 창문형 에어컨 매출은 1년 새 520% 급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스탠드형 에어컨의 판매 증가율은 40%에 그쳤습니다.

가전업계는 앞으로 시장 판도를 가르는 키워드는 ‘에너지 효율’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제도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효율 1등급과 1등급이 아닌 제품의 희비가 갈릴 거라는 전망입니다. 새로운 기능과 편의성에 에너지 효율을 갖춘 신가전의 출현이 뉴스로서의 생명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창문형 에어컨 생산라인. /사진=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생산라인. /사진=파세코

‘의류건조기 불티’ 소식에 누리꾼들은 빨래 건조법 등 생활지혜까지 주고받습니다.

“드럼세탁기 건조 기능이 있으나 완전히 말려주진 못해서 장마철엔 건조대에서 80프로 말리고 냄새가 나거나 할 땐 세탁기에서 건조 30분만 돌리면 냄새도 사라지고 보송보송해져요” “그래도 지금까지 건조기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건조기.세탁기.. 얘네가 다 해줘도 왜 살림은 끝이 없는가” “건조기..없이 살 때는 몰랐는데...이젠...정말 없으면 못 살아요” “건조기 놓을 자리 없어서 제습기로 대체해요. 빨래 건조대 밑에 두면 비 오는 날도 잘 말라요”.

‘창문형 에어컨 인기’ 소식에 누리꾼들은 장단점과 함께 에어컨 설치 업자들을 성토합니다.

“소음때매 못써. 실외기 있는 에어컨은 실외기 소음이 커도 밖에 있으니 소음이 안 들리지만 일체형은 소음이 다이렉트로 들려서 못쓰지” “시끄럽고 공간차지하고 물받이 비워줘야 되고 그렇다고 가격이 엄청 저렴한 것도 아니고,,, 실외기 설치하기가 불가능한 장소나 임시로 사용하는 장소면 모를까” “1인가구 많아지는 추세에 이동이 간편한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이 뜨는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설치비 몇십만원씩 절약되니... 원룸에는 딱이지” “솔직히 이사 갈 때 에어컨 설치비용 과하게 요구하는 등 아무리 한철장사라지만 비양심적인 업자들은 퇴출되어야 합니다. 이동식 에어컨 더욱 흥하길”.

이우와 박찬주. /사진=위키피디아
이우와 박찬주. /사진=위키피디아

LG전자가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공기청정기 특허기술이 적용된 마스크를 기부했다는 소식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런 업체는 어딜 가나 매출로 단단히 혼내줘야 해” “가전은 엘지” “엘지가 엘지했다” “갓뚜기에 이어 갓지” “금성 (골드스타) 때부터 냉장고 세탁기 선풍기..어릴 때 추억을 같이 했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면 모든 게 싫다.” 1932년 3월,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 이우는 일본 왕족을 뿌리치고 약혼식을 치릅니다. 배우자는 철종의 사위인 박영효의 손녀. 오늘은 운현궁의 맏며느리 박찬주가 세상을 떠난 지 25주기입니다. 홀로 끌려가 히로시마 원폭에 생을 마감한 이우는 50년이 지나서야 무덤에서 아내와 재회합니다.

“소설은 결혼으로 줄거리가 끝나지만, 인생은 결혼이 줄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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