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만 ‘콕’, 핀셋증세?… “부자사다리 걷어찼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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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만 ‘콕’, 핀셋증세?… “부자사다리 걷어찼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6.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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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다리. /사진=픽사베이
사다리. /사진=픽사베이

“그럼, 어서 돈 내놔요!”

난생 처음 도둑질하는 왕룽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하지만 부자가 돈이 없다고 하자 이내 협박투로 익숙해집니다. “죽여 버리기 전에 꺼져, 더러운 놈!”. 오늘(6월 26일)은 <대지>를 쓴 펄 벅, 한국이름 박진주의 탄생 128주년입니다. 한국을 사랑한 그의 정신은 1965년 ‘펄벅재단’으로 정착합니다. 그곳엔 부자와 가난한 자가 없습니다. 피부 색깔도 중요치 않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 벅(가운데)은 1967년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을 위해 경기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웠다. /사진=부천문화재단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 벅(가운데)은 1967년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을 위해 경기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웠다. /사진=부천문화재단

‘핀셋증세’. 족집게로 집어내듯 특정 대상을 겨냥해 세금을 더 물리는 일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정부가 어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하자, 중산층 이상 ‘금융소득 부자’를 겨냥한 핀셋증세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치로 600만명의 주식투자자 중 상위 5%인 30만명 정도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2023년 기준 1조9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나머지 570만명에 해당하는 ‘개미 투자자’의 경우에는 되레 혜택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3년 뒤에는 0.15%로 낮추기 때문에 주식을 팔 때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는 계산입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는 어렵다. 다만 세수 증가분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세율을 인하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복 과세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논란을 반영하듯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0건이 넘는 주식양도세 폐지나 보류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5일 제8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K TV 영상 갈무리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5일 제8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K TV 영상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0건이 넘는 주식양도세 폐지나 보류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거래세 자체가 중복과세인데 0.1% 내려주며 생색내고 양도세에는 20%라는 중과세를 부과한다니...날강도가 따로 없다” “돈 벌때 소득세 다 냈는데 투자 좀 하겠다는데 대놓고 삥뜯네” “하라는 공매도는 안 없애고.. 화딱질 나게 한다” “증세하려구 하는 거 맞네..양도세 더 걷히면 증권거래세 폐지한다잖아?? 글구 양도세에 지방세 10% 더 붙는 거는 알제?? 그래서 정확히는 22% 27.5%가 되는 거여 돌ㄷ채가리들아”.

부자로 가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며 과세기준 상향에 대한 목소리도 높입니다.

“부자겨냥? 장난하냐! 서민이 마지막으로 부자로 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말장난 하냐?이중과세!!할려면 거래세를 폐지해라! 미국처럼 비과세도 6천만원으로 올려라. 기관,외인은 걷냐? 공매도 폐지도 안하는 마당에! 그리고 이건 찬성 댓글들은 주식 모르면 가만 있어라. 나 전업 6년차 이제야 수익 나는데 현재 6개월 3600만 수익에 거래세+수수료가 4000만원이다. 근데 양도세 걷으면 이중과세지 뭐야 도둑놈들아!” “기본공제 좀 높여라. 2천? 최저임금은 넘겨주자. 일년에 2천이상 벌면 슈퍼개미냐? 그리고 4대보험도 챙겨주라 ㅋㅋㅋ” “이게 과연 부자를 겨냥한 걸까? 아님 서민들 부자 못되게 막는 걸까?”.

/자료=한국감정원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 /자료=한국감정원

어제 면세점업계 최초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 명품 판매전이 열렸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구매 행렬에 합류한 소비자는 “300만원이 넘는 가방을 199만원에 사서 행복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손쉽게 살 수 없는 명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장맛비는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행사점 한곳은 번호표 600장이 45분 만에 동이 났습니다.

한국감정원이 어제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6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52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3.17%로 매매가격(1.78%)의 2배에 육박했습니다. 오늘은 김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71주기입니다. 그는 독립정부가 생기면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다가 죽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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