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지마켓·아가방·놀부… ‘토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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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지마켓·아가방·놀부… ‘토종’이 아닙니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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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미국·영국·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양한 국적으로 주인 변경
각 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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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G마켓, 아가방, 쌍용자동차, 놀부, 에쓰오일, 여기어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늬만 한국간판이라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한국 사람이 우리 자본으로 만들었으나 재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외국기업에 팔려 나가면서 주인이 바뀐 것인데요.

특히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독일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넘어가면서 배달의민족이 아닌 ‘게르만 민족’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8000억원 규모에 넘기면서 무늬만 한국기업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문제는 배달의 민족이 독일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음식배달 앱 시장이 모두 독일에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기 전에도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음식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등 3곳이 100%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국내 음식배달 앱 시장이 독일로 100% 넘어갔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배달 앱으로 그 위치를 공고히 했는데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2012년 요기요를 설립한 후 2014년에 토종 배달통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 배달의 민족까지 먹으면서 우리나라 음식배달 앱은 딜리버리히어로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 G마켓(지마켓)과 옥션 역시 우리나라 기업이 아닙니다. G마켓은 2000년 4월 7일 인터파크구스닥으로 설립됐습니다. 처음에는 인터파크가 지분 39.64%, 그리고 이기형 13.83%의 지분으로 세상에 나왔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으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 진출하더니 2008년에 G마켓까지 먹어 삼킨 것입니다.

2008년 이베로 넘어갈 당시 G마켓은 29.49%의 지분을 보유한 인터파크가 최대주주이며 A.Bohl Praktijk B.V가 15.30%, 야후코리아가 9.1%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지분을 이베이 영국법인인 eBAY KTA(UK) Ltd.가 취득해 버리면서 미국 기업으로 옮겨갑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100%는 eBAY KTA(UK) Ltd.(이베이 영국법인)에 있고, eBAY KTA(UK) Ltd.의 지분은 100% 미국 이베이 본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G마켓은 이베이에 인수되면서 나스닥 상장도 철회가 됩니다.

옥션의 최대주주는 G마켓입니다. G마켓은 2009년 6월 25일 옥션의 최대주주인 eBAY KTA(UK) Ltd.의 지분(99.99%)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이베이 G마켓은 20011년 6월 30일 이베이 옥션을 흡수합병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하면서 마침내 이커머스업계 초대형 공룡 ‘이베이코리아’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는 옥션, G마켓, G9 등으로 모두 미국 회사입니다.

누가 들어도 토종인 ‘놀부’도 미국계 회사입니다. 놀부 보쌈·부대찌개·족발·항아리갈비 모두입니다. 놀부는 1987년 ‘놀부보쌈’이 모태가 돼 창업됐는데요. 창업자인 오진권·김순진 사장이 신림동 뒷골목에서 꼼장어와 도토리묵을 팔던 ‘골목집’이 ‘놀부보쌈’으로 바뀐 것이 오늘날 놀부 신화의 첫 페이지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첫 공시한 2002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창업자인 김순진, 오진권이 각각 41.16, 30.00%로, 1~2대 주주였습니다.

놀부 브랜드는 김순진 대표가 지은 것입니다. ‘우리 것’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으려고 심청이, 뺑덕어멈, 춘향전 등 별의별 고전물들을 놓고 고심하던 차에 입을 크게 벌리고 보쌈을 먹는 한 고객의 모습에서‘심술쟁이 놀부’의 이미지가 떠올라 브랜드를 놀부라고 지은 것이랍니다. 흥부의 가난하고 볼품없는 밥상보다는 놀부의 ‘떡 벌어진 진수성찬’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2월 29일 미국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엠에스피이엔비홀딩스-MSPE Brother Holdings AB)라는 사모펀드 전문회사가 놀부의 지분 100%를 넘겨받으면서 미국기업으로 변경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순우리말 브랜드 ‘아가방’ 역시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이 아닙니다. 중국기업입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1979년 김욱 회장에 의해 국내 최초 유아 의류·용품 전문업체로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재정에 시달리던 김욱 회장은 2014년 9월 2일과 11일 라임패션코리아에 보유주식 497만2000주(17.76%) 전량을 양도합니다. 이로써 최대주주는 라임패션코리아로 변경되고, 라임패션코리아는 랑시코리아로 법인명을 변경하는데요. 랑시코리아는 중국의 유명 여성복 업체 랑시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즉, 아가방은 중국기업으로 보면 됩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유아 브랜드 아가방, 디어베이비, 에뜨와 등과 유아 스킨케어 퓨토, 임부복 데스티네이션 마터니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서 매각한다는 ‘설’로 곤혹을 치렀던 쌍용자동차 역시 우리나라 품을 떠난지 오래입니다. 쌍용차의 모태는 1962년 12월 세워진 하동환자동차공업인데요. 이후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5년 2월 지프의 모델을 개선한 ‘코란도85’를 개발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UV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합니다. 1986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돼 쌍용자동차로 상호를 또 바꿉니다. 이 때부터 쌍용차의 시련은 시작됩니다.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인수됐으나 대우그룹의 부도사태로 1999년 12월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하고 2000년 4월 대우그룹에서 분리됩니다.

2000년대에는 바다건너 중국기업으로 넘어갑니다. 2000년 2월과 2001년 10월 상해회중기차 측과 트럭 생산 설비와 버스 설비를 각각 320만 달러, 280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2004년 10월에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 지분 48.9%를 채권단으로부터 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국기업으로 완전히 넘어갑니다.

하지만 먹튀 논란만 낳고 2011년 3월 인도의 대표적인 차량 제조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에 다시 인수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지분 74.6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에쓰오일(S-Oil)의 국적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1976년 쌍용양회공업과 이란 국영 석유회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한·이석유주식회사를 전신인데요. 1980년 6월 28일 이란 국영 석유회사(NIOC)가 합작지분을 철수하면서 사명을 ‘쌍용정유주식회사’로 변경했다가 IMF 외환위기 당시 (구)쌍용그룹에서 분리해 2000년 3월 에쓰오일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2014년 8월 아람코의 합작투자회사에서 계열회사로 편입합니다. 지분 35.0%로 최대주주인 아람코는 2015년 1월 한진그룹의 보유 지분 28.4%를 전량 인수, 63.41%에 이르는 지분을 갖게 되면서 S-OIL의 모기업이 됩니다. 에쓰오일의 대표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생의 후세인 에이 알-카타니입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숙박 중개 앱 여기어때는 영국계 기업으로 국적이 변경됐습니다. 야놀자에 이어 2014년 위드이노베이션 심명섭 전 대표에 의해 설립됐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첫 공시한 2016년 감사보고서에 심명섭 전 대표는 지분 70%로 최대 주주였습니다.

개그맨 신동엽을 내세운 광고로 눈도장을 찍은 여기어때는 2017년 5월 기준 16개월 동안 이용자 점유율 65%로 출시 3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숙박 중개 앱이 됩니다. 이어 2019년 음문석, 배정남, 김수미 등 연예인을 활용해 런칭한 여름 성수기 캠페인은 한 달여 만에 유튜브 1억6000만뷰의 대박 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종합숙박 앱에서 액티비티 예약까지 추가해 숙박부터 액티비티까지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야놀자와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에 심명섭 대표 본인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합니다. 2018년 말 웹하드 관련 음란물 유통 방조 혐의를 받으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지난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결국 심 대표는 자신이 낳은 자식 같은 회사 여기어때를 처분해 버립니다.

지난해 9월 20일 영국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에 약 3000억원에 매각한 것입니다. 심명섭 전 대표가 CVC에 넘긴 회사 지분은 50%입니다. 현재 Vacance Company Limited가 지분 71.5%로 최대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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