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긍선 연임은 사법 위험도 무시하는 카카오의 담대한 애정 표시?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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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긍선 연임은 사법 위험도 무시하는 카카오의 담대한 애정 표시?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4.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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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경고에도 류긍선 재선임한 김범수 카카오 총수.
금융당국 경고에도 류긍선 재선임한 김범수 카카오 총수.

견미지저(見微知著). 은나라가 주왕의 사치와 탐욕으로 망할 것을 기자가 주왕의 상아 젓가락에서 추론했다는 고사성어로, 세상일은 미세한 조짐이 결국 큰일로 발전한다는 교훈을 전한다. 이런 심상치 않은 젓가락이 카카오그룹 행보에 연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이 신수종 사업 육성을 위해 인수하려던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조작 의혹에 IT 공룡 자본이 문화계를 탐욕으로 물들였다는 평가가 있었던 이후, 이번에는 국민 교통수단인 택시 사업에서도 카카오가 탐욕의 발톱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위반 안건에 대한 감리위 회의를 열었다. 이 절차는 자본시장 제재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전 단계이며, 감독 당국과 제재대상자가 참석해 예정된 제재와 관련한 주요 쟁점을 진술하고 청취하는 자리이다. 회계 감독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은 기업집단 카카오그룹의 계열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90억원 부과와 류긍선 대표 해임 권고를 지난달 사전 통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점에서 받는 로열티(택시 요금의 20%) 전액을 매출로 잡는 총액법으로 회계 처리해서 매출을 과다 인식했으며, 가맹점에 운행데이터 제공, 광고 마케팅 대가로 지급하는 부분(택시 요금의 16~17%)을 제외한 약 3~4%만 인식하는 순액법으로 매출 회계 처리를 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약 5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이번 감리위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2개의 계약은 별개이며, 영업이익이 늘어나지 않는 한 총액 매출 인식이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등 오히려 회사에 유리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법적인 회계 처리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IT 공룡 카카오가 대표적 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가 주류인 택시 산업에 진출해 영세 사업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성장했으나, 지난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동에 이어 결국 분식회계 혐의까지 받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과거 윤 대통령도 카카오 택시의 독점을 공개 지적한 바 있다. 분식회계와 관련해 금감원은 2024년 주총 직전 대표이사 해임을 사실상 권고했음에도 카카오그룹은 이를 거부하고 류긍선 대표를 지키는 강수를 선택했다. 과거 인정받는 특수통 검사로 나름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하게 따라가는 카카오그룹의 도전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거리다.

한편 류긍선 대표는 휴대폰 결제 시스템으로 유명한 다날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017년 다날의 유럽 진출 실패 이후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에 합류했다. 초기 공동대표에서 최근 단독 대표를 맡은 이후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갑질, 알고리즘 조작, 분식회계 혐의가 류 대표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57.3% 지분(기타 KHAKI HOLDINGS, LP 등 확인 어려운 해외 회사가 약 26% 소유)을 소유한 비상장회사로 고가 상장 성공 시 카카오그룹(또는 총수)의 중요한 자금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그룹 차원의 지지가 류긍선 대표에 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주가 조작부터 분식회계까지 연루된 혐의를 들여다볼 때, 많은 투자자나 소비자가 이익을 위해 자본시장 교란을 서슴지 않는다는 카카오그룹의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법이 아닌 신뢰가 지배하는 곳이므로 평판 악화한 카카오를 시장이 어떻게 대우할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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