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논란’ 영원무역 성래은이 K패션 얼굴이라고?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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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논란’ 영원무역 성래은이 K패션 얼굴이라고?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1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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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 관람 임직원들에게 5만원 지급 이벤트 일파만파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사진=네이버 영화, 영원무역홀딩스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사진=네이버 영화, 영원무역홀딩스

다음 달 10일이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늘도 뉴스에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무슨 말을 했고, 야당 대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세세하게 보도됩니다. 공천이 어떻게 됐고, 친X계는 떨어졌다는 등 쉴 새 없이 기사가 쏟아집니다. 이런 보도들의 특징은 편 가르기가 치열하게 전개돼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배척, 분열을 조장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업들은 이럴 때 귀는 열어놓고 입은 꼭 다물고 있는 게 상책입니다. 굳이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 오해의 소지를 사면 기업의 사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을 본 직원들에게 현금 5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했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달 <건국전쟁> 영화를 본 뒤 영화관람권과 영수증을 첨부하면, 식사비 1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사내 공지를 했습니다. 이어 며칠 뒤엔 ‘관람권 1매당 5만원 지원한다’고 재공지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입니다.

영화 <건국전쟁>은 최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건국전쟁 관람 운동’ 움직임에 힘입어 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14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도 2016년 촛불집회와 관련 ‘촛불 선동’이라고 표현하거나,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파묘>가 좌파 영화라는 등 자신의 정치 성향을 숨기지 않습니다.

최근 ‘기업(기업인)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라는 금기 아닌 금기를 깬 기업인은 신세계 정용진 회장입니다. 2021년부터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표현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해습니다. 국내는 물론 중국에 대한 혐오도 포함돼 불매운동 대상 기업이 됐고, 당시 증시에서 이마트가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인의 정치적 발언으로 가장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사례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른바 ‘베이징 발언’입니다. 이 회장은 1995년 출장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당시 김영삼정부의 경제정책 난맥상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며칠 뒤 YS는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건희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 회장은 이듬해 터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습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기업인이 굳이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란 반응입니다. 여야를 막론한 소신 발언이라도 앞서 사례에서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입니다.

영원무역은 <건국전쟁> 관람을 지원한 것은 일상적인 사내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임직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이전에도 임직원들에게 화제성이 있는 연극, 뮤지컬, 스포츠 등의 관람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고도 해명합니다.

성기학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최근 한국패션산업협회장에 올라 K패션 새 대표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는 “K패션의 글로벌화, K제조혁신, 디지털 생태계 전환 등 대한민국 패션의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해 협회가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미션들을 계승·발전시키겠다”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연관 스트림 업종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협조해 회원들의 권익을 창출하고, 패션 산업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라는 취임 소감을 전했습니다.

‘영화관람 이벤트’로 괜한 오해를 부른 성래은 영원무역 대표가 과연 국내 여야 정치권과 관련기관, 업계의 협조를 받아 K패션을 대표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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