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관투자가 블랙록의 ‘2023 투자전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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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기관투자가 블랙록의 ‘2023 투자전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1.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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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자료1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이 시작됐다. 2022년 주요 자산의 성적을 보면 최악의 성과를 보인 것은 테슬라로 마이너스 65% 폭락했고, 비트코인이 마이너스 64.7%, 나스닥이 마이너스 33.1%를 기록했다. KOSPI도 지난 연말까지 마이너스 24.9% 성과를 보였다. 많은 투자자가 기대하는 것처럼 큰 하락 뒤인 2023년 주식시장에 반등이 찾아올까? 이에 많은 기관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3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료2(출처=국제금융센터)
자료2(출처=국제금융센터)

지난해 11월 10일 칼럼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코노미스트가 보여주는 2023년 세계는 근심과 걱정이 10가지나 된다. 한숨에 읽어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하다. 국제금융센터의 2023년 경제 전망에서는 2023년 이슈를 5가지로 줄였다. 실물경제 위축, 금융 시장 불안정, 통화정책 실패, 신용리스크 부상, 돌발 리스크 잠재 등이다. 절반으로 줄였으나 2023년에는 거의 전방위적인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함을 지적한다. 이슈 가운데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실패 위험이다. 세계 경제 기축 통화인 달러를 공급하는 세계 금융 시장 최후 대부자이며 최고 경제·금융 전문가가 움직이는 연준이 오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위험으로 너무나 큰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즉, 2023년에는 금리나 성장률 등 경제지표 변화보다 누굴 믿을 수 있을까가 세계 경제 변화의 핵심일 수 있다. 연준도 의심받는 가운데 2023년은 누구의 말을 듣고 방향을 잡아야 할까?

자료3(출처=BlackRock)
자료3(출처=BlackRock)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관리기관 블랙록(BlackRock) 투자연구소는 2023년에 투자자가 적용해야 할 투자전략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블랙록은 지난 9월 말 기준 관리 중인 고객자산이 약 8조달러에 달하는 명실공히 최대 금융회사이므로 이들 얘기는 늘 외신의 관심사다. 블랙록 신년 전망 보고서 제목은 ‘2023 세계 전망; 새로운 투자 지침서’였다. 블랙록은 경제와 금융 시장이 움직이는 체계(regime)가 달라지므로 이에 상응하는 투자전략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는 새로운 작동 체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세계 경제는 일시적으로 회복했으나 공급 측면 원인에 의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닥치며 질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과거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이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침체를 감수해야 하는 이해 상충(trade-off)이 발생한다.

자료4(출처=BlackRock)
자료4(출처=BlackRock)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연준은 1980년 이래 가장 급격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달러 금리가 상승하면 생존을 위해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제 금리 인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로 인한 현실적인 충격이 미국 주택시장 사례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충격은 곧 수요의 위축으로 나타나며 경제 성장은 침체하고 만다. 경제적 피해 확대를 우려하면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은 수준이더라도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출 수밖에 없다. 블랙록은 미국 GDP 성장 경로가 2% 정도 하락할 것으로 봤다. 1980년대 이후 저물가, 저금리 하의 안정적 경제 성장기를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고 명명하는데 이와 반대되는 저성장, 고금리, 고물가 시대 앞으로 새로운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자료5(출처=BlackRock)
자료5(출처=BlackRock)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은 공급 문제가 초래하는 생산 제약이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공급 장애, 공급망 교착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해소할 것이나 인구 고령화(aging population)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저성장을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임을 블랙록은 지적한다. 자료5 오른쪽처럼 미국 인구의 노동참여율은 2008년부터 하락하고 있으나 대부분을 고령화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령화는 공급을 제약하지만 보건, 의료 소비 증가로 전체 수요가 매우 감소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저성장 속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하며 경제 구조는 근본적 생체 신호를 바꾸고 만다. 또 다른 장기적 생산 제약 요인은 갈수록 확산하는 지정학 분열이며(자료5 왼쪽), 2030년 매년 2조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탄소중립을 위한 이행도 인력과 투자자본의 재배분을 통해 역시 장기적인 생산 제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목한다.

자료6(출처=BlackRock)
자료6(출처=BlackRock)

결국 새로운 경제 환경은 경제적 피해가 구체화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방어에서 안정 성장으로 정책 관점을 옮길 수밖에 없도록 작용할 것이다. 이는 주식 등 위험자산의 보상(risk premium)보다 채권 등 고정 이자 수익(term premium)을 더 유리하게 금융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자료7(출처=BlackRock)
자료7(출처=BlackRock)

이러한 환경에서 블랙록은 2023년 투자 결정 시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의 경제적 피해가 위험자산 가격에 충분히 반영했는지(Enough damage in the price?)와 시장의 위험 선호 경향(Market risk sentiment)을 평가하여 투자를 배분하라고 조언한다. 2022년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나 블랙록은 현재가 경제적 피해가 기업 이익 전망과 주식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위험도 회피하는 상황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국면 변화 때마다 주식과 신용채권, 장기와 단기 국채 사이의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의 투자 지침을 제안한다.

자료8(출처=BlackRock)
자료8(출처=BlackRock)

2023년 고금리 거시환경에서 채권은 최적의 고정 소득(income)을 제공할 것이므로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블랙록은 채권을 다시 보라고 권유한다. 지난해 채권가격은 주가와 같이 움직였다. 채권은 더 이상 주식투자의 위험 상쇄 투자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있는 최근 금리 구조에서는 장기보다 단기 국채 투자가 유리하다. 즉 이론적으로 단기 금리로 반복 투자한 성과가 같은 기간의 장기 국채를 투자하는 성과보다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 한, 단기에 투자하는 것은 이자율 변동 위험, 신용 위험 등을 회피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 투자등급채권(BBB 이상)도 유력한 투자 대상이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도 유망한 고정 소득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블랙록 경제 전망의 중요한 고리는 결국 연준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충격을 받았는데 2023년에는 그 조정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그 이유는 연준이 2021년 보여준 판단 능력 때문이었다. 연준의 제롬 파월은 2021년 내내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일 거라 호언장담했는데, 인플레이션은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결국 연준의 1980년 이래 가장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 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물론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는 미사일 오조작처럼 오발로 인한 직접적 인명 피해를 확인하기는 어렵고 확률도 낮다. 그러나 만일 발생하면 세계 경제에 금융 위기를 수반하거나 광범위하게 시차를 두고 오랫동안 사람(특히 고소득층이 아닌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시스템 통제에 입력할 위험 변수가 많아지고 상호 작용이 복잡해져 2023년의 경제 균형 방정식은 상상할 수 없는 다차원 고차 방정식임이 틀림없다. 블랙록 보고서 이면에서는 시스템 리스크 보다는 인재(人災)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읽힌다. 뭔가 새로운 지침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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