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사장님, 밤엔 대리기사’의 삶 덜어질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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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사장님, 밤엔 대리기사’의 삶 덜어질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02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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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 보험 중복가입 차단… 보험료 저렴한 온라인 상품도 출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구본준 감독의 영화 '대리기사'의 포스터.
구본준 감독의 영화 '대리기사'의 포스터.

“코로나 시대, 당신의 직업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13일, 통계청은 2020년 마지막 고용동향을 내놓습니다. 지난해 12월 투잡을 뛴 사람은 모두 40만7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비임금 근로자, 즉 자영업자는 10만9000명입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부리는 사람을 둔 자영업자도 11%에 달했습니다. 1만2000명이 고용원의 임금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 흔히 말하는 ‘낮엔 사장님, 밤엔 대리기사’가 된 것입니다.

대리기사 보험가입 여부 확인 절차도.
대리기사 보험가입 여부 확인 절차도.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대리기사’. 자동차의 주인을 대신하여 운전해주는 사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특히 차주가 음주나 음주로 인한 만취 상태에 있을 때 해결사 노릇을 발휘합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24시간 문화’와 모두가 자동차 한 대씩은 굴리는 경제 수준임에도 터무니없이 적은 인건비가 결합하여 생긴 직종 중 하나입니다.

2일 금융당국과 대리운전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대리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와 보험개발원은 정부가 지난 1월 개설한 ‘대리운전 개인보험 가입조회 시스템’ 운영 대상을 확대한다고 전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대리기사 콜배정 업체인 콜마너에 이어 로지·아이콘도 대리기사들의 보험 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 3곳의 시장점유율은 80~90%에 달하는데 그동안 콜마너만 개인보험 가입조회가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대리기사가 개인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해당 사실을 콜배정업체가 확인할 수 없어 복수의 단체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융위는 “이번 개인보험 가입 조회 시스템 확대로 대리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대리운전 개인보험 가입조회 시스템' 첫 화면.
'대리운전 개인보험 가입조회 시스템' 첫 화면.

예를 들어 대리기사 1명이 단체보험을 2개 가입하면 연간 약 200만원의 보험료를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복가입 없이 개인보험 1개만 가입하면 보험료는 약 100만원으로 절반이나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보험료가 저렴한 온라인 전용 개인보험이 추가로 출시되도록 하고, 가입 방법과 절차도 보다 편리하게 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단체보험보다 보험료가 10% 저렴한 온라인 전용 개인보험(연평균 96만원)을 출시했으나, 한 곳(DB손해보험)에서만 판매되고 콜배정 업체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오는 6일 온라인 개인보험을 추가로 출시(KB손보)하며, 콜배정 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보험사 홈페이지·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진작 시행했어야지~” “이런 사각지대를 바로 잡아야 서민이 살아갑니다” “보험으로도 여태 빨대 꽂아 빨아먹었구만”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리기사 보험가입 조회 시스템 확대’를 반기고 있습니다.

/자료=강은미 의원실(근로복지공단 제공)
/자료=강은미 의원실(근로복지공단 제공)

근로복지공단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등록된 특수고용직은 49만5604명입니다. 이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 근로자는 8만370명입니다. 특히 등록된 대리운전기사는 13명,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이는 단 3명이었습니다. 2430만대의 자동차가 달리는 나라, 대리기사들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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