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덜 줘라” 강요하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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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덜 줘라” 강요하는 보험사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4.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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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DB손보·AIG손보, 보상본부 임원 성과평가에 손해율·합산비율 등 포함
사진=펙셀즈
사진=펙셀즈

고객에게 보험금을 덜 지급할수록 직원 성과평가를 높게 주는 보험사들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삭감 또는 지급 거절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합리한 평가 요소를 성과평가지표(KPI)에서 배제토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에 이어 최근에는 AIG손해보험도 이 같은 행위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AIG손해보험은 지난달 보험금 지급심사 관련 KPI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총 8건을 통보했다. 보상본부 임원 KPI에 손해율, 합산비율 등을 포함시켜 보험금 삭감 또는 면책 위주의 지급심사를 유발하는 등 공정한 보험금 지급심사 업무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KPI에 보험금 삭감 또는 지급 거절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합리한 평가 요소를 배제하는 등 신속, 정확하고 공정한 보험금 지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합리적 KPI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10월 보험금 지급심사 관련 KPI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통보를 받았다. 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보상부서 KPI에 보유 손해율, 손해 절감액, 평균 보험금 등이 설정됐던 것이다. 또 위탁 손해사정업자에 대한 KPI에 보험금 삭감액을 평가하는 손해율 절감률, 조사 면책률 등도 포함시켰다. DB손해보험은 과거 보험금 지급 통계를 기반으로 보험금 지급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률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거나 업체별 순위를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심사와 손해사정 업무가 객관적, 독립적으로 수행되고 위탁 손해사정업자가 합의서를 직접 징구하지 않도록 평가 항목에 보험금 삭감 또는 지급 거절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합리한 평가 요소를 배제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같은 해 8월 KB손해보험도 보험금 지급 관련 KPI의 합리적 운영 방안을 마련토록 하라고 지시 받았다. KB손보는 장기보험, 일반보험 보상업무를 위탁한 손해사정업자 등에 대한 KPI에 손해율, 평균 합의금, 평균 치료비 등 보험금 삭감 또는 지급 면책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시켰다. NH농협손해보헙 역시 보상부서 연봉제 일반직 KPI에 손해액 절감 등 보험금 삭감 또는 면책 유인이 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됐다. 농협손보는 해당 직원 KPI에 손해액 절감 관련 평가 배점을 20% 부여했다.

지난해 1월에는 현대해상도 자회사인 위탁 손해사정업자의 KPI에 보험금 감액 등을 유도할 수 있는 항목의 배점을 높게 설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객에게 보험금을 덜 지급할수록 성과평가를 높게 받도록 내부 평가항목을 만든 보험사들의 행위는 이미 2016년부터 지적을 받았으나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2016년 기준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제재사실 공시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관련 성과평가 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영한 사유 등으로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3개 보험사에 과징금 최대 2200만원과 경영유의 및 개선 등 기관제재를 내렸다.

메리츠화재보험은 내부 KPI에 불량계약 해지율, 보험금관리·면책률, 자동차보험 총량보험금 및 면책률의 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있었다. KB손해보험은 KPI에 손해절감률, 후유장애조정률, 과실상계금액비율 등의 항목 비중 가중치가 높게 설정됐다. 롯데손해보험도 중경상 합의금, 간접손해지급률, 면책삭감률 등에 가중치가 높게 부여됐다.

금감원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한 평가항목의 성과평가 가중치가 높다보니 보험금 지급 심사 시 보험금을 삭감하는 위주로 부적절하게 심사를 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보험금 지급, 보험범죄 방지활동 강화 등 보험 소비자 보호 및 업무정확도 제고를 위한 항목 위주로 평가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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