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후보자의 주식투자와 공매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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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후보자의 주식투자와 공매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1.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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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역사에는 겉보기에 별개인 몇 가지 사건이 서로 연계하며 발전하면 미래에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현재 시점에서 정태적(statistic) 경제적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며 영향을 주고받아 예상치 않은 현상을 초래하는 현상을 경제의 동태적 변화 과정(dynamics)이라고 한다. 이 동태적 변화 과정을 추론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어쩌면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혜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정부발(發)로 논란에 휩싸인 주식 시장 관련 이슈 두 가지가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와 달리 태도가 돌변하여 공매도 금지를 선언하자 개인투자자는 크게 환영했지만,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시장전문가는 한국 자본 시장의 효율성 훼손을 우려했다. 공매도 금지 발표 후인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관련 민·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급작스러운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응해 공매도 금지 기한인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제도개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이 기간은 국회의원 총선거와 겹치며 유권자 마음 잡기에 자본 시장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합참의장 후보는 근무 시간 중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직자의 주식 거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불을 지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대령 이상 장교 및 군무원은 공직자로 주식 관련 재산을 등록 공개하고 주식 거래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신자유주의 경제적 이상에 따라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전에는 보지 못한 두 전·현직 장성의 행태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자료 1. /출처=금융위원회
자료 1. /출처=금융위원회

이 두 가지 사건은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낳게 한다. 먼저 공매도 개선 취지의 본질은 개인과 기관투자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상환기간과 담보 조건을 기관투자자와 형평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주식 시장에서 개인도 기관처럼 자유롭게 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개인과 기관투자자 사이의 차입 공매도 거래 제도 차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적 근거가 있으나 이글에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만약 금융당국 뜻대로 공매도 개선 방안이 시행됐을 때 신자유주의 이념이 철저한 국방 담당 공무원이 주식을 차입 공매도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차입 공매도란 특정 주식 가격이 이론적 가격을 벗어나 과대평가 구간에 있을 때 언젠가는 주식 가격이 균형 가격에 복귀한다는 경제 논리에 근거해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 먼저 매도하는 행위다. 예측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차입한 주식을 상환하면 차입 공매도 투자자는 차익을 얻는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하면 차입 공매도는 손실을 초래한다. 대부분 기관투자자의 펀드 운용역은 균형 가격 원리에 따라 주로 보유 자산의 헤지 목적으로 투자하며, 헤지펀드도 롱-숏 투자 전략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금융당국이 정밀하게 감독하는 시장 지배적 기관투자자가 투기적 목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시행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2. /출처=한국금융연구원 '개인투자자의 주식매매 성향과 공매도'(2022.4.23.)
자료 2. /출처=한국금융연구원 '개인투자자의 주식매매 성향과 공매도'(2022.4.23.)

그러나 직접적 금융감독을 받지 않는 개인투자자는 경우가 다르다. 한국금융연구원(KIF)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모험 투자 성향이 과하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는 과거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패자주식을, 특히 패자주식 중에서도 공매도 비중이 높아 추가 하락 위험이 예상되는 주식을 순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기관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행태의 대척점에 개인투자자는 투자 포지션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합리적 투자 판단보다는 탐욕에 기반한 불합리한 투자 행태를 따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국방 공무원도 개인투자자이므로 합리적 투자보다 불합리한 공격적 투자를 추종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추론은 국정감사장이나 근무지에서 주식 투자하는 비상식적인 전·현직 장성들 행태로 보아 더욱 심증이 짙어진다. 국방을 책임지는 그들의 탐욕이 커진다면 무슨 짓을 벌일지 두렵다. 익히 알다시피 주식 시장은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북한과의 분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외국인 자금은 물밀듯 빠져나갈 것이다. 주식투자 포지션을 가진 개인투자자가 이렇게 시장에 충격을 줄 지위에 있다면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2장에는 공직자의 주식 거래 행위를 상세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 규정은 공직자가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 또는 거래하는 때에 따른 개별 기업 관련 특혜나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으로, 공직자 행위를 주식에 국한하는 한계가 있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의 소유권을 차입자가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법 조항에 해당하는지도 (유능한 법 기술자를 고용하면) 위반 여부를 다퉈볼 소지도 있는 등 법의 불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차입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차입 공매도와 손익이 같은 방향으로 발생하고 규모 효과도 더 큰 방법이 있다. 선물 매도나 풋옵션 매수 또는 콜옵션 매도와 같은 장내 파생상품을 이용하거나 장외 파생상품을 이용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자본 시장에 주가 하락을 유도(포괄적으로 유사 공매도 행위)한다면 큰 차익을 가져올 수 있다. 만일 공직자가 이러한 유사 공매도 행위를 하고 자본 시장에 충격을 주면 특정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본시장법의 내부자 거래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로 적발하기도 어렵다.

필자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주식뿐만 아니라 자본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엄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공직자들이 이러한 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제했으나, 신자유주의 물결은 공무원의 직원 윤리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최근 장성 출신 공무원과 현역 장성의 주식 거래 소식은 이러한 상황을 입증한다.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신자유주의 탐욕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하도록 가스라이팅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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