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이 팔면 개인이 담는’ 네이버·카카오, ‘차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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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이 팔면 개인이 담는’ 네이버·카카오, ‘차이나’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1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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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은 중국발 정부 규제 연상… 개인은 코로나 폭락장서 회복한 학습효과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에 외인 매도세로 네이버·카카오 주가 급락
외인 8950억 매도, 개인은 1조3783억원 매수… 이틀간 시총 19조원 증발
휘청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와 동학개미들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각 사
휘청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와 동학개미들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각 사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금융당국의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이틀째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동학개미와 외국인들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동학개미는 이들 종목을 쓸어 담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모조리 팔아버리고 있는 것인데요.

동학개미의 네이버·카카오 주식 매수는 지난해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우량주 저가 매수를 학습한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단기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고 저가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달리 외국인은 빅테크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식이 중국과 유사하다는 판단에 장기적인 악재로 보고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규제 예고가 나온 다음날인 8일,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7.87, 10.06% 급락했습니다. 이어 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해서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히자 이날 네이버·카카오는 추가로 각각 2.56, 7.22% 하락하며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빅테크 규제 소식에 외국인은 네이버와 카카오 보유 물량을 각 2290억, 4356억원어치 팔아 치웠습니다. 주가 하락을 이끈 주된 원인이었죠. 이로 인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13조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당일 코스피지수 감소분의 77%를 차지하는 액수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9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양사의 시총은 5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이틀 새 네이버는 시총 7조5000억, 카카오는 11조3400억원이 쪼그라들면서 두 회사를 합쳐 18조8400억원이 날아갔습니다. 9일 기준 네이버 시총은 65조5411억, 카카오는 57조1449억원까지 내려 앉았습니다.

이처럼 양사의 주가 하락 배경은 외국인의 매도 때문인데요. 외국인이 이틀간 매도한 네이버 주식은 2878억원이고, 카카오는 6072억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은 개인이 받았는데요. 개인이 사들인 네이버 주식은 4804억, 카카오는 8979억원입니다.

개인과 외국인들의 엇갈린 수급에는 ‘학습’에서 갈렸다는 분석입니다. 개인은 지난해 코로나19 폭락장에서 겪었듯이 단기 이슈로 그칠 것이란 시각인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의 핀테크 업체 규제를 연상한 것이죠.

최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자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중국 빅테크 규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정부의 가시적인 제재가 언급되자 매도에 나섰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입니다.

개인과 외국인의 엇갈린 행보에 증권가도 애널리스트에 따라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정부의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과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빅테크 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으로 양분되고 있습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관련 규제의 강화나 다른 사업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플랫폼 기업 주가의 핵심인 멀티플 확대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며 “당분간 정부 규제 관련 뉴스플로우에 따라 주가 변동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중개에 대한 규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 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 레버리지 강화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며 이번 주가하락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핀테크와 관련된 규제 움직임의 핵심은 금융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금융상품 판매 대리, 중개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핀테크 기업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규제로 인해 금지되는 것이 아닌 이상 (네이버·카카오) 주가 하락은 다소 과도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플랫폼 기업의 카드·보험·연금 등 금융상품 판매가 ‘미등록 중개’이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 서비스가 그동안 ‘단순 광고 대행’으로 판단해 온 금융당국이 금융 상품 ‘중개 서비스’로 태도를 바꾸면서 금소법 상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금소법 계도기간은 오는 24일 종료됩니다.

9일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예외를 두지 않고 혁신금융 기업에도 동일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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