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대신 가스공사?… 태양광으로 ‘전력 판매’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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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대신 가스공사?… 태양광으로 ‘전력 판매’ 나서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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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발전 전력 판매사업 가능여부 타당성 조사 추진
LNG생산기지와 108개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등 유휴부지 활용
송·배전망 독점적 지위 한국전력 진출 막히자 가스공사가 대안?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가 유휴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면서 ‘전력 판매 사업’ 진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됩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야권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진행될 기능성이 있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6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가스공사의 <태양광 발전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에는 가스공사의 태양광발전 사업과 신재생에너지발전 전력 판매사업 추진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의 목적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가능여부 조사, 제약사항 검토 및 공사 유휴부지활용으로 태양광발전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입니다. 해당 용역에 소요되는 비용은 1억5511만6000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공사의 신재생에너지발전 전력 판매사업 가능여부 조사’입니다. 해당항목에는 공사의 재생에너지발전 전력 판매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적시돼 있는데요.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종류별, 규모별) 전력의 판매 가능 여부 조사가 나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2조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당위성을 정립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 ·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동력으로 연료전지·수소·태양광·태양열·바이오·풍력·수력 등이 포함됩니다.

가스공사는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가능여부 검토를 마친 뒤 태양광발전 기반시설 설치 타당성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용역 요청서에는 태양광 생산기지와 공급관리소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요. 가스공사는 인천, 평택, 통영, 삼척, 제주 LNG생산기지의 건물 및 토지의 유휴부지를 생산본부로 하고, 옥정관리소 등 전국 108개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유휴부지 등을 공급본부 대상지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는 이 같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판매사업 가능성 조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판매가 가능할 경우에는 행정, 기술적 추진 절차를 진행하고, 전력 판매가 불가능할 때에는 대응방안으로 잉여전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태양광 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판매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제안서.
한국가스공사가 태양광 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판매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제안서.

현행 법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전력판매 사업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가스공급시설의 시설·기술 등의 기준’에는 천연가스 공급관리소에 가스공급시설 외 다른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태양광설비 및 감압이용 발전설비는 안전의 위해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안에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전기사업법 제31조에 따르면 자가용 전기설비를 설치한 자는 그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만약 가스공사가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사업까지 할 경우 한국전력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력은 전력 판매 사업을 독점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는 망 중립성 훼손 논란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력 송·배전망을 독점하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을 위한 국회 입법이 민간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그것입니다. 개정안은 동일 사업자에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 겸업을 제한하는 전기사업법 제7조 제3항을 개정하자는 게 골자인데요. 개정안이 통과되면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이 허용돼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겸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농형·염전형 태양광 등 공익적인 형식의 발전사업 참여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에 민간발전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하는 한전이 발전사업까지 진출하면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지 못해 민간 사업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한전이 발전사업에 직접 진입하면 민간 발전기업으로서의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력 판매와 송배전망 건설·운영 등 독점 또는 우월한 권한을 보유하고 인허가 곳곳에서 ‘심판’ 역할을 한다”며 “이런 한전이 발전사업에 직접 진입할 경우 ‘선수’ 역할을 하는 민간 발전기업으로서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망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민간 발전사업자는 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가진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많은 중소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선로에 물리지 못하는 등 계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전은 망 사업자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망 설치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민간발전업계 등에서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스공사가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도 가스공사의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발주한 용역을 보면 가스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전력 판매사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용역은 판매사업 진출 논리를 다듬는 과정이다. 판매 가능과 불가능 시나리오까지 도출한 다음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대응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 허들(장애물)이 높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가스공사가 잘 정리된 논리를 던져준다면 정책당국은 정치적 의사결정으로 충분히 가스공사의 판매시장 진입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과연 가스공사가 한국전력의 대안으로 태양광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사업에 진출할지, 아니면 한국전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경쟁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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