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은 모르겠고… 코스피·코스닥 어떻게 된다는 거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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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은 모르겠고… 코스피·코스닥 어떻게 된다는 거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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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 것으로 알려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 것으로 알려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테이퍼링(tapering)과 타이트닝(tightening)은 다르다.”

2013년 5월 23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밝힙니다. 5년 전 금융위기 돌파구로 돈을 뿌려댄다고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이기에 시장은 놀랍게 반응합니다. 다음 날, ‘금리를 인상(타이트닝)하지 않고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지자 시장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립니다.

‘테이퍼링’(tapering).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가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영어 낱말의 본디 뜻은 원뿔 모양처럼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로, 시중에 푸는 돈줄을 조이는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입니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이뤄지면 신흥국의 달러를 빨아들여 일부 나라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집니다.

20일 미국 연준이 내놓은 지난달 27~28일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Fed 누리집
20일 미국 연준이 내놓은 지난달 27~28일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Fed 누리집

20일 블룸버그와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의 돈줄 조이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인지와 함께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다달이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상당한 수준의 실질적 추가 진전’을 보여줄 때까지 통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줄곧 밝혀 왔습니다. 그랬던 연준이 미세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확히는 지난달 27~28일 FOMC 정례회의 때입니다.

20일 연준이 내놓은 당시 의사록을 보면, 몇몇 위원들이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앞으로 언젠가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라는 의견을 밝힌 것입니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최근 물가를 올리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과 원자재 부족 사태가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걱정했습니다.

연준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밝힌 것과 온도차가 뚜렷합니다. 다만 의사록에서 나타난 연준 다수의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위원들이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만약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더라도 금리 인상이라는 타이트닝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14일 워싱턴경제클럽이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2013~2014년 연준이 실시했던 테이퍼링을 교과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였지만, 그 뒤 2년 동안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재개 보도가 나온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재개 보도가 나온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특히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에 주의하라고 입을 모읍니다.

20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4% 떨어진 3162.28을 기록했습니다. 테이퍼링 언급 충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은 연일 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이날도 6552억원을 순매도하며 7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쳤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만 8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가시화로 3분기까지 증시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BofA-메릴린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보면 통화완화 환경 아래에서 경기회복세가 시장을 이끌던 분위기가 마무리되고, 경기회복 기대가 약해지는 가운데 통화정책이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고배당주와 실적 개선주에 대한 선호도가 전월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대체로 좋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반했다는 점도 지켜볼 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철강, 화학업종과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업종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는 질적으로 약간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에 이롭지만 나중에는 매출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테이퍼링까지 공론화하면 1분기 이후 추가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거시경제 지표는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미 나온 ‘구문’이라며 ‘보유’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아직 투자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는 태평양 건너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공포분위기 조성? 금리인상, 테이퍼링 관련해서는 사전에 미리 언급을 할 거라고 옐런, 파월이 연초부터 청문회 등에서 수차례 얘기 했었는데 이제 와서 테이퍼링 가지고 기사질 하는 이유는 뭐냐?” “바뀐 것 없음. 카플란 등 일부 매파 인사들 발언만 다시 조명 받을 뿐임. 경제 지표 아직은 고용 등 회복 전이라서 걍 킵 고잉임” “누구나 아는 악재는 모다?”.

“돈 풀기를 좀 덜 한단 뜻이겠지....아직 실업급여 받는 놈들 많을 건데 무슨 테이퍼링 타령” “우리들이 한 말을 벌써 바꿨습니다. 곧 테이퍼링할 테니 준비 하세용~~ 그러니 앞으로는 연준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마세요들” “아직 조정 온 게 없음...1400에서 3200 갔다가 3150 된 거임...조정은 분명히 오지만 장투(장기투자) 하면 문제없을 듯”.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 투자책임자 피터 부크바(사진)는 ‘테이퍼링’ 보도가 나온 날에도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제이 마틴 유튜브, 비트코인 시세표=코인원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 투자책임자 피터 부크바(사진)는 ‘테이퍼링’ 보도가 나온 날에도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제이 마틴 유튜브, 비트코인 시세표=코인원

“가치의 90%가 거품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1400달러를 오르내리던 2018년 1월 22일. 35조원을 주무르는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 투자책임자 피터 부크바는 가상화폐 열풍을 경고했습니다. ‘테이퍼링’ 쇼크로 30%나 폭락했다는 비트코인이 3만달러 언저리를 맴돈 2021년 5월 20일, 그의 경고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제 위험 회피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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