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못 사는 비트코인… “희대의 사기꾼”과 무법천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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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못 사는 비트코인… “희대의 사기꾼”과 무법천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1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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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3일 오전(한국시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라고 밝히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사진=픽사베이
13일 오전(한국시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라고 밝히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사진=픽사베이

“또 머스크 한마디에 5% 넘게 곤두박질쳤다.”

13일 오전(한국시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올리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구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뒤입니다.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로 석탄 및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는 이유입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그의 닉네임이 되다시피 한 반응이 쏟아집니다. “희대의 사기꾼”.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한 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은 테슬라가 도지코인 결제를 허용하기 원하는가’라는 찬반 투표를 업로드했다. 13일 오전 9시 55분 기준 투표 참가자의 78.2%는 도지코인 결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한 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은 테슬라가 도지코인 결제를 허용하기 원하는가’라는 찬반 투표를 업로드했다. 13일 오전 9시 55분 기준 투표 참가자의 78.2%는 도지코인 결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무법천지’. 법이 없어 질서가 잡히지 않고 어지러운 상태의 세상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련법이 없어 무법천지인 가상화폐 시장에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듣보잡 코인’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 잡코인 가운데는 거래대금이 전혀 없는 코인도 수두룩했습니다.

13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사이트가 순위를 매기는 전 세계 거래소 312곳 가운데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14곳입니다. 코인마켓캡은 트래픽, 유동성, 거래량, 합법성 등을 기반으로 각 거래소의 순위를 매깁니다. 이들 거래소 가운데 거래대금이 적은 곳은 거래대금이 ‘0’인 코인들이 대부분입니다.

13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전 세계 거래소 312곳이 올라와 있다. /자료=코인마켓캡
13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전 세계 거래소 312곳이 올라와 있다. /자료=코인마켓캡

이날 오후 2시 25분 기준 14곳 거래소 가운데 비트소닉 원화 시장에는 모두 90개 코인 중 20개를 뺀 나머지 70개(77.8%)의 거래대금이 ‘0’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이 거래소에서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코인의 경우 거래대금이 8487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비트코인 2개 가격도 되지 않는 규모인 것입니다.

비교적 거래 규모가 큰 거래소에서도 거래대금이 없는 코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모두 67개의 코인이 상장한 체인엑스 거래소에는 이날 오후 2시 50분 기준 15개(22.4%) 코인의 거래대금이 ‘0’이었습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경쟁을 책임지는 당국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3일 오후 2시 25분 기준 비트소닉 원화 시장에는 모두 90개 코인 중 20개를 뺀 나머지 70개(77.8%)의 거래대금이 ‘0’을 기록했다. /자료=비트소닉
13일 오후 2시 25분 기준 비트소닉 원화 시장에는 모두 90개 코인 중 20개를 뺀 나머지 70개(77.8%)의 거래대금이 ‘0’을 기록했다. /자료=비트소닉

이날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거래소 10여 곳을 상대로 이용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등 불공정한 약관이 있는지 현장을 조사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것으로 일부 업체의 부당한 면책 조항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서버 점검이나 통신 불량으로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등의 약관에 대한 것들입니다. 앞서 공정위는 2017년에도 14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현장 조사한 바 있습니다. 공정위는 당시 빗썸, 코빗, 코인플러그, 인큐블록, 웨이브스트링 등 5개 업체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토록 했습니다.

13일 오후 3시 41분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637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료=업비트
13일 오후 3시 41분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637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료=업비트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가상화폐 관련 입법을 놓고 찬반논란을 벌입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며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합니다. 거래소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태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비트코인 사태가 난지 언제고 거래소가 처음 생긴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관련법을 안 만들어놨냐” “과연 가상공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성문법으로 제도화 할 수 있을까? 그것도 기초지식도 부족한 비전문가 의원나리들이... 한시간이 다르게 진화하는 가상공간을 문서조항 몇 구절로 규격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견해용” “편하게 돈벌려고 투기를 하는 사람들인데 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건 뭔 개소리냐?”.

“규제도 없는 코인판에 탐욕으로 뛰어든 자의 책임입니다” “돈놓고 돈먹기 자업자득!” “알아서 돈 벌고 감당하면 됨. 단, 잡소리 금지” “한 3년 전에 비트코인으로 시끄럽다가 잠잠하더니, 최근 와서는 코인기사 없는 날이 없네” “코인기사 좀 고만 써대라. 니들이 투기의 원흉”.

“책임없다 핑계되고 일부러 거래정지 렉 먹이는 거면 구속감입니다. 저 순간순간에 목숨 거는 사람도 있는데 거래소가 장난질 치면 다 잡아 쳐 넣어야 함” “시세조작 허위매수 허위매도 전부 다 구속해야한다. 실제 돈도 안 넣고 전산 상에 돈 찍히게 해서 매수매도하는 게 사기가 아니고 뭐냐. 상시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시스템장애로 거래가 불안정했으면 보상을 해줘야지!!! 책임은 시스템운영사가 당연한 거 아냐??? 아이스크림 달라고 돈 줬는데 아이스크림이 녹아있다면 냉장고 탓이고 돈 준 고객은 녹은 거 먹어야해??” .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진도지’ 코인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오후 3시 53분 현재 코인을 거래하는 홈페이지는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진도지’ 코인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오후 3시 53분 현재 코인을 거래하는 홈페이지는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머스크 한마디에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인 날, ‘진도지’ 코인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진도지 시세가 반토막이 된 것입니다. 이날 새벽 1시쯤 코인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를 한 번에 던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진도지 투자자들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혼란스러운 가상화폐 시장을 정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픽사베이
혼란스러운 가상화폐 시장을 정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픽사베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보호할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는 것도 어른의 역할입니다. 무법천지의 혼란스러운 시장을 단박에 정리할 수 있는 ‘어른다운’ 제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법은 질서이며, 좋은 법은 좋은 질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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