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수혜주’ 정상 오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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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수혜주’ 정상 오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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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6년 7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왼쪽)과 중국 국적의 방송 참가자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JTBC
2016년 7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왼쪽)과 중국 국적의 방송 참가자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JTBC

“실제로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이다.”

2016년 7월 25일,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 정상들이 TV 카메라 앞에서 격렬하게 입씨름을 이어갑니다. 중국이 자기네 바다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놓고서입니다. 앞서 국제 재판소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비정상회담> 중국 대표는 “미국의 음모”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에 미국 대표는 “우리나라와는 무관하다”라며 억울함을 털어놓습니다.

‘정상회담’. 두 나라 이상의 우두머리가 모여 갖는 회담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이른바 ‘정상회담 수혜주’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코로나19 백신, 원자력발전 및 미사일·우주항공, 남북경제협력 관련주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환담을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환담을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24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장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코로나19 백신 관련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한미 보건장관 회담 결과, 포괄적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백신 생산 관련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몸값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주가는 90만원에 육박하는 8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가총액도 57조원을 눈앞에 둔 유가증권시장 6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바이오업계 처음으로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더나 백신 생산 가격을 2달러로 추정하면 40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공급으로 약 900억원 매출을 올린다”라며 “아시아 등으로 지역을 확대해 1억도즈로 가정하면 매출은 230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허 연구원은 다만 “그간 기대감이 반영돼 왔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부는 세부 계약 내용 등에 달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주 24일 종가. /자료=한국거래소
한미 정상회담 관련주 24일 종가. /자료=한국거래소

미국 노바백스와 백신 개발 및 생산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6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달 들어 8% 넘게 오른 것입니다. 허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3분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승인을 받게 되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 분야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양국은 해외원전 수주에도 공동 진출하기로 했는데 미국(원천기술)이 한국(저비용 시공능력)에 손을 내민 것은 최근 중국,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동, 유럽 등에서 원전 수요가 단기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까지 열기로 하면서 그동안 ‘탈원전 정책’으로 어둡던 우리나라 원자력업계에 희망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034020), 한전기술(052690), 한전KPS(051600)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맨왼쪽)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가 백신 연구개발 협력 MOU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맨왼쪽)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가 백신 연구개발 협력 MOU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또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비츠로테크(042370) 등 미사일 관련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국항공우주(047810) 등 우주항공 관련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1일 한미 정상이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완전 폐지하는 내용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츠로테크는 20%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오랫동안 소외돼온 남북경제협력 관련주 역시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두 정상이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또 반도체와 2차전지 기업들의 경영 여건 변화에도 눈길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096770), 현대차(005380) 등은 앞서 44조원이 넘는 대미 투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셀 메이커들의 경우 미국 내 중국 업체들 시장 점유율이 제로인 상황에서 선제적 증설을 통한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자료사진=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자료사진=JTBC

“시청률은 낮아도 파급력은 가장 강하다”. 머리말에서 소개한 <비정상회담>은 2014년 7월 7일 첫 회 시청률이 1.8%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방송이 있는 날이면 ‘실시간 검색어’를 쥐락펴락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정상(頂上)이 출연하지 않았지만, 그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한 그들이 ‘정상’이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랑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나라’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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