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은’ NH농협, 불매운동 부메랑 맞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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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맞은’ NH농협, 불매운동 부메랑 맞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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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NH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로또를 잡았다.”

2007년 8월 8일, 국무총리실 아래에 있는 복권위원회는 로또복권사업 최종 계약을 맺습니다. 사업권을 따낸 곳은 유진기업과 농협이 이끄는 ‘나눔로또 컨소시엄’입니다. 농협은 이에 따라 넉 달 뒤인 12월 8일부터 로또 당첨금을 전담으로 취급합니다. 임직원들은 앞서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뜻에서 만든 ‘NH’ 브랜드를 알릴 기회라며 로또 맞은 반응을 보입니다.

‘불매운동’. 어떤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대개 그 상품의 제조국가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NH농협은행이 이번엔 ‘로또 당첨금 지급’과 관련,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NH농협은행 상품을 팔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NH농협은행은 2007년 12월 8일부터 로또 당첨금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NH농협은행은 2007년 12월 8일부터 로또 당첨금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8일 인터넷 세상에는 NH농협은행 직원이 로또 당첨자에게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일이 전해지면서 시끌시끌합니다. 전날 문화방송(MBC) 보도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자가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당첨금을 받으려 하자, 직원이 비밀번호를 묻고 강제로 적금을 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43억원으로 세금을 공제해도 29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첨자 A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농협 직원은 노골적으로 ‘어디서 당첨된 것이냐’ 등을 질문하며, (내가) 로또 당첨금을 찾으러 온 사실을 수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농협 직원은 A씨가 당첨금 통장을 만들 때 비밀번호를 직접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좌 비밀번호는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입력하게 돼 있는 기본조차 어긴 것입니다.

A씨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비밀번호를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농협 직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억원짜리 연금 상품에 들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A씨가 거절하자 직원은 다른 상품들도 계속 강권했다고 합니다. A씨는 할 수 없이 계획에 없던 적금을 하나 가입했으며, 이 적금 통장의 비밀번호 역시 농협 직원이 직접 입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농협 쪽은 비밀번호를 소홀히 다룬 점을 인정하며 적금 권유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로또 당첨자가 본점을 찾으면 1층에서 ‘몇 회 몇 등 당첨이냐’ 정도만 묻고 가드를 붙여 3층으로 안내한다”라며 “주변 고객들이 다 알게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당첨되지 않은 유튜브 등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아 보완된 조치”라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5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권준학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5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권준학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실적에 눈이 먼 농협은행을 비난하며 불매운동까지 들먹이고 있습니다. 로또 당첨금 지급 업무는 은행들이 돌아가며 해야 한다고 개선책도 내놓습니다. 아울러 감독당국의 철저한 조사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실적 올리려고 돈보고 환장한 거” “직원이 잘못한 게 아니라 직원에게 지시한 윗대가리들을 잘라야지요~~썩어빠진 넘들이죠” “지금이 1970년대냐??? 농협 구닥다리???” “전산조작을 직원 마음대로 한다니” “농협. 미친 것이냐? 대대적인 감사를 해야 됩니다” “왜, 농협인가. 농협도 LH만큼 심각할 텐데” “그러게 왜 농협으로 바꿨냐ㅡㅡ 금융사고 많이 터지는 곳인데” “띵협은 전산으로 장난치고 지들끼리도 거액 대출하고 거기서 로또 당첨자들 돈까지 싹 해버리시게? 왐마”.

“농협계좌 없애야지” “농협 거래하는데 옮겨야하나” “농협이 비리 끝판왕이지” “농협이 저런 짓 잘함—고객 몰래 장난질—그래서 난 농협에 돈 안 넣음—공과금만 내러감(일은 시켜야 되니까) —공과금 처리하는데도 10분은 걸림-엄청 느그적댐-일도 못하고” “농협 상대하지 말아야지~통장 인출해서 다른 곳에 해야지~” “농협 여윽시 믿고 거르죠” “의심투성이 농협 말고 다시 예전처럼 국민은행으로 바꿔” “농협 쓰레기 은행. 농민 고혈을 빨아먹는 집단”.

“이 기회에 당첨금 지급 은행도 바꿔야죠. 몇 년을 해 먹었으니 해당 업무 타 은행으로 넘기는 걸로... 은행별로 돌아가며 하는 게 맞다고 봄” “농협은 문제다. 복권 지급은행 바꿔라” “로또 금융업체를 바꿔라. 경쟁심도 없고 서비스 정신도 없다” “농협이 그러하지 당첨금 어느은행에서든 지불하도록 바꾸라 근성이 잘못 되었구만” “과태료? 전과에도 안남는 과태료?ㅋㅋㅋ 장난하냐 벌금으로 전과기록 남겨야지” “금융감독원은 그냥 감독만 한다. 눈으로 감독만”.

농협 등 상호금융의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만 30조7000억원이 늘어 투기꾼들의 금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농협 등 상호금융의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만 30조7000억원이 늘어 투기꾼들의 금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최근 금융위원회는 농협은행 직원들에게 과태료를 매겼습니다. 본인과 가족 신용카드 대금을 나중에 갚으려 전산을 조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모두 106회나 이뤄졌습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외환거래 차익을 목적으로 실제로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1600만원을 입금 처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농업협동조합은 1961년 광복절에 농업은행과 합쳐지면서 거대 집단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로부터 39년 뒤에는 축산업협동조합, 인삼협동조합까지 빨아들이면서 거대 공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나눠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등의 자회사를 만들었고,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의 손자회사까지 낳았습니다.

그동안 다른 은행이 하지 못했던 보험을 공제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고, 증권사까지 삼키는 등 나라로부터 혜택을 너무나 많이 입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국가보조금 사기 사건을 비롯해 올해 터진 3기 신도시 땅투기 관련 대출 논란 등 사건·사고와 비리의 온상이었습니다. 시인 이은상이 노랫말을 쓴 <농업협동조합의 노래> 후렴구입니다. 그 옛날의 농협은 어디로 갔나요.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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