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사주 사랑’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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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자사주 사랑’ 숨은 뜻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5.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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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으로 자기 주식 매입하며 “주가부양과 주주가치 제고” 한목소리
자사주 매입하는 업체들의 주가 흐름 분석한 결과 정체이거나 하락세
사진=펙셀즈
사진=펙셀즈

국내 기업들이 4~5월 들어 자사주 매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그야말로 열풍이다. 자사주 매입은 회삿돈으로 자기 주식을 주식시장 등에서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유통 물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주가 상승요인이 된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활황일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최근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업들은 하나 같이 주가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들고 나왔지만 여러 해석이 가능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본지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업체들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정체이거나 하락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장급 고위 경영진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자사주 5000주를 주당 8만1700원에 총 4억85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같은 날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사장도 노 사장과 같은 금액의 자사주를 샀다. 앞서 4월에는 김기남 부회장이 주식 1만주를 8억3800만원에 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사장급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이인용 CR담당 사장이 우선주를 450주 매수한 이래 1년여 만이다.

삼성전자 임원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주가 부양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초 장중 9만68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8만원선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는 7만8500원에 거래됐다.

LS전선도 책임경영 차원을 이유로 들며 장외시장을 통해 자사주를 매수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주주들에게 묶여 있던 자산의 유동화 기회를 부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장외 거래 주식은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어렵다"면서 "주주들의 주식이 장기간 묶여 있어 자산을 쉽게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취임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도 지난달 주당 1만2600원에 2만5000주를 매수했다. 금액으로는 총 3억1500만원 규모다. 이유는 경기부양이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 영업전략실장 시절이었던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4만5800주를 사들였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번 주식 매입은 황현식 사장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함에 따라 책임 경영을 앞장서 실천한 것”이라며 “회사 성장에 대한 대표의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주가는 지난달 1만2000원대에서 랠리를 지속하다 지난 13일에는 1만4850원대까지 올랐다.

대교의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렸다.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3월 영입한 김승우 전무는 지난달 28일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1만주를 취득했다. 금액으로는 4420만원 어치다. 같은 시기에 영입한 김영민 상무보도 지난달 29일 장내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1만28주를 총 4480만원에 사들였다.

이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떠나 중책에 걸맞는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사차원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발행 주식수의 2% 가량인 총 47만2000주, 약 185억원 규모로 장내 매수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취득 예정 기간은 10일부터 8월 7일까지다. 롯데하이마트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자사주 매입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회사를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3만~4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13일 종가는 4만800원이다.

경동제약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25만주의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예정금액은 26억원 규모로 취득예상 기간은 5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다. 경동제약 주가는 1월 6일 1만1100원으로 고점을 찍다가 하락세를 거듭하며 1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다. 12일에는 1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라홀딩스는 11일 공시를 통해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 시기는 5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한화솔루션은 같은 날 3일부터 7일까지 4거래일에 걸쳐 3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평균매입금액 4만5862원씩 총 137억5853만250원 어치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자사주 보유 비율은 총 69만9280주로, 0.37%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은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지만 매입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면서 “주가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큰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며 “일부 업종 기업의 경우 실물경기가 활황일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주주가치 제고를 들먹이고 있지만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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