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제판분리’ 총대 멘 구도교 앞에 놓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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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제판분리’ 총대 멘 구도교 앞에 놓인 숙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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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판매 전문 자회사 대표이사에 내정… 노조 탄압 의혹 보도에 ‘설계사노조 달래기’
오는 4월 출범하는 보험판매 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대표이사에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내정됐다. /사진=한화생명
오는 4월 출범하는 보험판매 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대표이사에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내정됐다. /사진=한화생명

“어려운 경영환경 아래서 임직원들에 대한 비전 제시와 사기진작이 기대된다.”

2017년 12월 6일, 한화생명보험주식회사는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합니다. 개인영업본부장이던 구도교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영업총괄 업무도 함께 맡습니다. 한화생명은 실적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고 밝힙니다. “구 전무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리더십을 바탕으로 질적, 외형적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주가가 3배 뛰었다 해도 억대 평가차익에 앞으로 배당 수익은 덤이다.”

지난해 3월 23일, 한화생명(088350) 주가가 곤두박질칩니다. 전월에 1000원대로 떨어지더니 이날 895원에 마감하며 ‘동전주’로 전락합니다. 한화생명 임원들은 이사진의 권고에 부랴부랴 자사주를 사들입니다. 특히 구도교 전무는 아흐레 전 3만2565주를 매입한데 이어 일주일 뒤 5만9105주를 더 사들입니다. 여승주 대표이사보다 2만9420주 더 많아진 것입니다.

오는 4월 1일 출범하는 보험판매 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대표이사에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내정됐습니다. 구 대표이사 내정자는 30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보험 영업 베테랑입니다. 하지만 540개 영업기관, 1400여명 임직원, 2만여명의 FP(재무설계사)가 소속된 초대형 보험판매 전문회사를 연착륙시키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첩첩이 쌓여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오늘(23일) 구 내정자가 다음 달 15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96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구 내정자는 1990년 한화생명에 입사해 지역본부장, 개인영업본부장 및 CPC전략실장을 거쳤습니다. 이후 영업총괄 업무를 담당하며 한화생명의 보험영업 전략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 정규직 노조가 FP에게 총파업을 알리는 공지문. /자료=한화생명 노동조합
지난해 말 한화생명 정규직 노조가 FP에게 총파업을 알리는 공지문. /자료=한화생명 노동조합

구 내정자는 지난해 말부터는 ‘제판(제조+판매) 분리’에 따라 출범하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총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 내정자는 노조탄압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자 <위키리크스한국>은 한화생명이 직원 사찰을 통해 사측 우호직원인지 친노조 직원인지 분석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또 회사는 친노조 직원으로 분류될 경우 지방 발령·보직 해임 등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해당 사건의 핵심 인물은 여승주 사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구도교 영업총괄 전무라는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여 사장은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제판분리 움직임에 반발하던 전국사무금융노조 한화생명보험지부도 지난달 29일부터 ‘GA자회사 전속채널 강제전환에 따른 고용안정협약체결을 위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의 없는 직원의 자회사 이직금지 ▲5년 간 모회사와 자회사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등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사측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한화생명 사측은 판매 전문회사를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로 설립할 예정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근로조건도 현재와 동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5년 간 고용안정협약 ▲재취업 약정 ▲승진보상 등 노조 측의 요구사항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파업 열차를 가까스로 멈춰 세웠습니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조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조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이처럼 제판 분리를 둘러싼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지만 또 다른 난관이 나타났습니다. 특수고용직인 설계사들이 노조를 결성하면서 반발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어제(22일)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제판 분리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사의 일방적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 및 GA로 강제 이동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GA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보여주지 않고 무조건 좋다고 홍보하면서 일방적으로 이동을 강요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을 철회하고, GA 전환과 관련해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또 GA 전환의 장점을 말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새로 설립하는 GA의 설계사 관련 영업 규정 및 수수료 규정 등을 문서로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201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5394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2028억원이 주주 배당금으로 나갔습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9월 기준 이익잉여금은 약 3조5000억원입니다. 자사주 매입으로 억대 평가차익에 배당까지 챙기게 될 구도교 내정자의 귀가 활짝 열리길 바라봅니다.

“한화생명은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 놓고, 해마다 대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를 하면서도 보험설계사들이나 노동자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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