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이번엔 ‘해석’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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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이번엔 ‘해석’ 싸움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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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최종판결 전문 공개하자… “대웅제약 범죄행위 명백” vs “메디톡스 범용기술 불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진=위키피디아

‘유전적 증거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가져왔음을 입증한다.(The genetic evidence establishes by more than a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indeed by near certainty) that Daewoong derived its strain from Medytox.)’

주름을 펴준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이는 싸움, 이른바 ‘보톡스 전쟁’의 쌍방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다시 한 번 맞붙었습니다. 이번 싸움의 진원지는 지난달 16일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 최종판결을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입니다. ITC가 오늘(14일) 74쪽에 달하는 당시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ITC는 판결로부터 대략 10번째 근무일이 지나면 최종 판결문을 공개합니다. ITC는 공개한 판결문에서 폴 카임 미국 노던애리조나대학교 교수의 증인 진술서를 근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가져왔음을 입증한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문구를 두고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ITC가 14일 공개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전문의 일부. /사진=ITC 누리집
ITC가 14일 공개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전문의 일부. /사진=ITC 누리집

반면 대웅제약은 “(미국 연구진이 사용한) 분석 방법은 방법상 한계·오류가 있다”라고 증거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의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는 아래의 판결 문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Complainants failed to satisfy their burden to establish that the Medytox strain or its genetic makeup qualify as a trade secret.(고소인들이 메디톡스 균주 또는 그의 유전적 구성이 영업비밀의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할 책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위원회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영업비밀이 아니라도 대웅제약이 도용할 자격은 없다”라고 맞받았습니다. 판결문에서 ITC가 ‘대웅제약이 공정기술을 도용했다’라는 예비판결(FID)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The FID finds that Daewoong misappropriated Medytox’s trade secrets in its manufacturing processes.)

대웅제약은 여기에 “독자적으로 공정기술을 개발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공개된 범용기술에 불과하다”라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메디톡스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공정기술은 이미 수십년 전 공개된 논문에 나온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당한 판결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ITC와 동일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의 범죄 혐의를 밝혀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 공정의 사용 금지 및 권리 반환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또 이미 생산됐거나 유통 중인 제품의 폐기와 합당한 배상 청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왼쪽)과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왼쪽)과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도 양쪽으로 갈라져 두 회사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식 보유 여부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친 듯합니다.

“대웅대웅대웅대웅도용대웅대용도용도용도용” “대웅 주주들 돈 들어갔으니 편드는 건 알겠는데 죄지어놓고 큰소리 치는 거 진짜 범죄자 옹호 역겹다” “대웅~ 산업스파이 실체가 드러났어도 저 뻔뻔함은... 이제 추잡스럽게 그간 벌어들인 돈 손해배상금으로 돌려줘라” “대웅 대기업의 도둑질 반성하세요. 사과하세요” “아니 토양에서 발견한 균주라며... 일단 거짓말한 건 들통 난 건 맞고, 일단 균주 훔친 건 죄가 아니다... 이거도 팩트인 건 맞다. 근데 기술 훔친 건 죄가 인정된다고 21개월 금지네?? 그럼 일단 통째로 다 훔친 거 맞다는 소리자나”.

“균주 도용했으면 왜 10년에서 21개월로 줄은 거냐? 도용한 게 입증됐으면 적어도 5년은 때려야 정상 아니야? 균주도용 입증 못한 거자나” “itc에서 메톡 승소할거라고 그렇게 우기더니 영업비밀 아니라고 나왔자나요” “메디톡스는 ITC 그만 좀 울궈먹고.. 주주들부터 달래는 것이 좋겠네요”.

‘양쪽 모두 패자’라는 댓글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둘 다 진 거네요.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말은 곧 어떤 다른 회사라도 그 내용을 쓸 수 있다는 논리가 되니까 판결로 매디톡스의 비밀을 공개된 비밀로 만들어버렸네요. 대웅은 메디톡스에 졌지만 메디톡스는 미국에 졌군요.”

메디톡스(위)와 대웅제약 주가 추이.
메디톡스(위)와 대웅제약 주가 추이.
보톡스 관련주 14일 주가.
보톡스 관련주 14일 주가.

한편 ITC의 최종판결 전문이 공개된 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주가는 함께 올랐습니다. 이날 메디톡스(086900)는 전거래일보다 3.24% 뛴 16만2600원, 대웅제약(069620)은 1.49% 상승한 17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밖에 보톡스 관련주들도 대부분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휴젤(145020)과 제테마(210680), 휴온스글로벌(084110)은 각각 9.10, 4.62, 1.61% 올랐습니다. 또 휴온스(243070)와 파마리서치프로덕트(214450), 알에프텍(061040)도 각각 1.03, 0.53, 0.50% 오르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면 한스바이오메드(042520)는 소폭(0.41%)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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