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보톡스 전쟁’, 사활 건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상태바
주름진 ‘보톡스 전쟁’, 사활 건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20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ITC 판결 또 연기… “일정만 바뀐 것, 변한 건 없다” vs “예비판결 오류 보고 있는 것”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5년 간 ‘균주 분쟁’에 마침표를 찍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또 미뤄졌습니다. 오늘(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당초 19일(현지시간)로 예정했던 최종판결 날짜를 다음 달 16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진=위키피디아

판결일을 미룬 까닭을 밝히지 않은 ITC의 이번 연기는 지난 6일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메디톡스가 보톡스를 만드는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균이나 세균을 분리하여 배양을 할 때 각 개체)를 훔친 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한 사건에 대한 최종판결은, 앞선 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을 ▲인용 ▲파기 ▲일부를 조정하는 것 중 하나가 됩니다.

지난 7월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라는 예비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에서 10년 동안 수입하지 못하게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 에볼루스가 이의를 제기했고, ITC가 지난 9월 21일 이를 받아들이며 재검토에 착수한 것입니다.

메디톡스 주가 추이.
메디톡스 주가 추이.
대웅제약 주가 추이.
대웅제약 주가 추이.

이번 ITC의 최종판결 재연기에 대해 대웅제약은 긍정적인 신호로, 메디톡스는 단순한 일정 변경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일정만 연기된 것일 뿐 예비판결이 곧 최종판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위원들이 예비결정의 오류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최종결정이 예비결정을 뒤집은 적 없다면 연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대웅에 많이 유리해졌다고 판단한다. ITC 최종 승소를 확신하며,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TC의 최종판결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주가 흐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2시5분 기준 메디톡스(086900)는 전거래일보다 14.39% 떨어진 21만5400원, 대웅제약(069620)은 1.04% 오른 9만6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들 분쟁 당사자들과 함께 보톡스 관련주들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보톡스 관련종목들의 20일 오후 2시5분 주가.
보톡스 관련종목들의 20일 오후 2시5분 주가.

알에프텍(061040), 휴젤(145020), 휴온스글로벌(084110), 휴온스(243070), 파마리서치프로덕트(214450)는 전거래일보다 최고 2.94%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스바이오메드(042520)와 제테마(210680)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ITC 최종판결 재연기> 소식에 누리꾼들은 저마다의 생각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웅은 대기업 메디는 중소기업. 대기업이 이런 짓 많이 한다는데 식약처도 거의 일방적으로 대웅 편드는 느낌” “내가 대웅 주식을 판 이유는 잘못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중소기업을 죽일 듯이 공격하는 식약처도 대기업 로비 받았는지 조사해야 된다” “한국에선 대웅이 큰 기업이지만 미국에선 메디편에 있는 Allergan이 대웅 쪽의 Evolus와는 비교도 안되는 기업 규모 차이 남” “이승윤: 자연인께선 무슨 사연으로 자연인이 되신 겁니까? 자연인: 대웅... 이승윤: 아..”.

“LG화학 SK 대웅제약 메디톡스 합의해서 서로 윈윈해라. 미국 로펌들을 연일 술파티 벌인다더라..몇백억 몇천억씩 참 한심한 돈 벌어서 남 좋은 일 시키냐?” “메디톡스 손절 후 재진입해서 복구하고 털긴 했는데 ㄹㅇ 내려놓으니 마음은 편하더라. 식약처가 메디톡스만 트집 잡아서 괴롭혀서 주가 요동칠 때마다 스트레스” “서로 양보하지 반반” “미국 변호사들 떼돈 버는 중~” “장난하나 이것들이. 어떤 결과가 나오던 빨리 결정을 내려야지. 양쪽 다 피가 마르는 구만”.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가 나보타 수입금지 무효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가 나보타 수입금지 무효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ITC의 최종판결이 또 미뤄진 것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 등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ITC의 최종판결이 나오면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일은 내년 1월 20일입니다. 따라서 최종판결 연기로 바이든에게 사실상 승인 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봅니다.

앞서 <블룸버그>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ITC의 나보타 수입금지를 무효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두달 동안 로비를 벌였다고 지난 18일자로 보도했습니다. ITC의 결정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33년간 단 한번입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에 대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 휴대폰의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일정 연기라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이날 총 5건 중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이슈만 빼고 가부 결정을 내렸다”라며 “추가 리뷰나 증거 변수 등으로 인한 재검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ITC의 마지막 결정이 나와도 추가적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종판결 이후에도 당사자들은 ITC 감독기관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고, 14일 안에 위원회 재심 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ITC 결정을 국내 민사소송에 반영하기 위한 두 기업의 전략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ITC의 판단이 늦어지는 만큼 두 제약사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