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금융투자자 ‘위험 보고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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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금융투자자 ‘위험 보고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11.3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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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백신 기대와 부채 불황의 후폭풍 주의해야

금융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인 미히르 데사이는 그의 인상적인 저서 <금융의 모험(원제목은 The wisdom of finance)>에서 위험 관리를 강조한다. 아인슈타인이 원리를 설명해 유명해진 불규칙한 입자 운동인 ‘브라운 운동’은 아인슈타인 이전에 주가의 움직임에서 원리를 설명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의 가격은 불규칙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가격을 예측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것일 수 있다. 필자의 고객관리 경험에 따르면 장기 안전 투자에는 수익 극대화보다는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의 기대 수익에 관해서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많은 금융회사, 전문가가 앞다투어 얘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행동경제학의 주장에 따르면 손실은 투자자의 감정을 아프게 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만든다.

개인투자자의 이러한 손실 회피 심리와 금융상품 판매자의 위험을 감추고 싶은 동기가 상호 작용하며, 위험은 상호 묵인 아래 덮어 두는 것이 관례다. 들추는 것이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면하고 싶더라도 위험을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기에 2020년을 보내는 12월에 알고 관리해야 할 위험을 불편하지만 짚어보려 한다.

2020년이 다사다난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올해는 2월 코로나19의 세계적 1차 확산과 함께 주식시장의 급락과 반등이 있었고, 지금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불확실성이 진행형이다. 코로나19는 9월 이후 2차 확산세를 보이고, 분명히 세계 곳곳의 경제는 악화했으며 코로나19 팬더믹 이전 상황으로 경제·사회 생활의 복귀는 2023년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올해 전 세계 주식시장은 성과가 오히려 좋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경제와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극도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지분이 코로나19의 충격에 자유로운 자들에게 치중되어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다.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금융소비자 또는 개인투자자에게 코로나19 충격은 앞으로도 클 것이므로 금융시장의 위험을 더욱 주목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미 얘기한 것처럼 2020년 세계증시는 어리둥절할 만큼 좋은 성과를 보였다. 글로벌지수를 발표하는 MSCI 기준 전 세계·선진국·신흥국 모두 10% 이상 상승했다. 지역적으로는 미국 15.1%, 브라질 28%, 신흥 라틴아메리카는 23% 상승했고, 중국이 27.5%, 극동아시아 22.8%, 일본 5%, 한국 26.1% 상승했다. 유럽은 상황이 복잡한데 유럽전체 -0.5%, 영국 -16.5%로 부진했으나 덴마크는 38%의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산업을 분류한 11개 섹터별로는 IT 섹터가 30% 넘는 높은 성과를 보였고 에너지 섹터는 반대로 -30% 이하의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 코로나19에 의한 수요 감축 영향으로 원유는 -25%를 기록했으며 달러지수는 미국 연준의 장기간 0% 금리 유지와 무제한에 가까운 통화공급으로 -4%라는 약세를 보였다.

12월에 들어서면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복 여부와 ▲이에 따른 추가 코로나19 구제기금 시행 가능성 ▲12월 말 영국 브렉시트 이행 협상 마감을 앞두고 2021년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여부 ▲EU의 추가 재정지원 계획 승인 여부가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다.

먼저 트럼프의 미국 대선 결과 승복 여부와 추가 코로나19 구제 기금 기대가 중요하다. 트럼프가 지속해서 대선 불복 선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12월 8일은 주 정부의 재검표 완료와 선거 이의제기 마감일이다. 12월 14일은 선거인단의 투표일이며 투표가 무사히 완료되면 1월 20일에 차기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12월 8일 주 선거 마감을 지연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12월 14일 바이든 승리 확정과 1월 4일 조지아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민주당 주도의 대규모 추가 구제기금 지원이 가능하며 증시에는 대형 호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1월 4일 조지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공화당의 상원 장악으로 대통령 취임 1월 20일 이후 소규모인 1조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 지원이 예상된다. 비록 규모는 줄어들지만 실업 구제 재실시로 증시에 단기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월 27일 현재 1370만명이 코로나19 긴급지원 프로그램(CARES ACT)에 의해 실업 지원을 받고 있으나 12월 26일 종료 예정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경제활동 봉쇄와 함께 코로나19 추가 지원 지연은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큰 충격이 예상되므로 12월 4일 발표될 11월 고용지표·실업률, 그리고 미 대선과 상원 선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월에 주목할 다음 이슈는 다시 찾아온 브렉시트의 공포이다. 영국은 1월 31일 EU 공식 탈퇴 후 12월 31일까지 탈퇴를 위한 이행 준비 협상 기간이다. 영국과 EU는 어업·정부 보조·분쟁 해결 3가지 안건에서 충돌 중이고 12월 28일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방법을 결의할 예정인데 영국과 EU의 마지막 재협상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은 1709년 이래 300년 만의 최악의 경기 후퇴가 있을 것으로 영국 재정감시기구 OBR(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는 추정했다. 영국 GDP는 2020년 -11.3%, 노딜 브렉시트 땐 2021년 -2%로 감소하고 5년 뒤 영국경제는 -1.5% 쪼그라들 전망이다. 브렉시트 합의가 이루어져도 코로나19가 내년 봄까지 유행할 경우 -3% 정도의 영구적인 성장률 타격을 입을 것이며, 실업률은 2021년 2분기 7.5%, 노딜 브렉시트 땐 3분기 실업률 8.3%로 노동시장의 충격은 심각할 전망이다.

영국과 EU의 교역은 약 9000억 달러로 코로나19보다 노딜 브렉시트의 영향이 더 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영국 런던은 역외 달러가 집중 거래되는 국제금융의 중심도시로 노딜 브렉시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상당히 심각한 세계적 금융 충격이 예상된다.

2020년 자산별 연간 성과. /자료=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
2020년 자산별 연간 성과. /자료=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

2020년 연말 이후와 2021년에 나타날 경제 위험도 유의해야 한다. 두 가지 ‘방 안의 흰색 코끼리’가 있는데 먼저 과도한 백신 기대감의 후폭풍이다. 시티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집단면역은 2021년 말까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으며 2021년 글로벌 GDP는 0.7% 상승에 그치고 이후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2022년 GDP가 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실물경제 회복은 더딜 수 있으며, 이는 백신 개발보다는 백신 접종률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증시에서 백신 개발이 과대 평가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전기발명처럼 경제적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 아닌 경제, 사회의 이전 수준 회복을 의미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경제와 사회가 회복해도 장기간 소요와 항구적인 충격이 있음을 국제기구들이 경제전망에 반영하는 상황이다. 또한 단기 임상을 통과한 백신의 장기적 부작용 우려와 변종 코로나 발생 시 효과도 의문이다.

다음은 코로나19 구제기금의 함정이다. IMF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 회복을 위한 글로벌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 규모는 19.5조달러이다. 재정정책으로 12조달러, 통화정책으로 7.5조달러를 전 세계적으로 지원했다. 금융위기 당시 약 2년간 재정지원으로 2조달러, 통화정책으로 약 7조달러가 지원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코로나19의 충격은 금융위기의 2배 이상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대출 지원에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경제활동 재봉쇄로 2차 경제적 충격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EU 등은 추가 구제 지원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기대를 주식시장은 반영하며 이달 말까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추가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역사상 유례없는 글로벌 부채 증가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지속되지 않는 한 손실과 고통 분담밖에 없다. 마이너스 또는 0%의 금리는 돈이 가치가 없음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글로벌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론의 문제가 금융시스템에 관한 신뢰를 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비화할 수 있다. 모두가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을 기대하는 2021년 이후 부채 문제로 어떠한 형식이든지 불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주의해야 할 2020년 12월과 2021년 연초가 될 수 있는 점 불편하지만,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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