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위험 탐지하는 ‘지진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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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위험 탐지하는 ‘지진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9.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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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40년 만에 연준은 통화정책의 방법을 수정했다. 완전고용과 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단행된 조치는 0~0.25%라는 역사상 최저 수준에 있는 정책금리를 묶어 두기 위해서임을 지난 두번의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한편 연준은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초저금리를 2023년까지 이어간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세력 확산이 사그라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세계적인 경제충격의 범위가 커지며 일본·EU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좀 더 많은 국가에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너스 또는 초저금리 시대에 금리는 경제와 금융에 영향력을 키운다. 이러한 환경 변화와 함께 금융소비자가 금융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금리는 절대적이다. 이번 칼럼은 금리의 이해를 위한 세번째 시간으로 1편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금리의 타임머신 기능, 2편 금리의 가격 결정 기능 설명에 이어 금리가 수행하는 경제와 금융의 온도계 또는 지진계 기능에 대한 해설이다. 즉 금리는 경제와 금융이 정상 상태인지 이상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 장기·단기·명목·실질·고정·변동… ‘금리’가 이렇게 많았어?

돈은 사람 사는 모든 곳에 사용되기 때문에 돈의 가격인 금리는 적용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한 용도와 기능별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대출금리, 예금금리, 복리, 단리, 만기금리, 이표금리, 할인율, 장기금리, 단기금리, 명목금리, 실질금리, 고정금리, 변동금리, 연금금리... 이것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니 금리 공부를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경제와 금융에 영향을 주는 금리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의 기본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금리의 기간구조를 만드는 장기금리 및 단기금리와 함께 명목과 실질금리라는 금리 개념이다. 먼저 명목금리에서 얘기를 시작하자. 명목금리란 보통 이야기하는 예금·대출·국채 등의 금리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금리로 '시장금리'를 얘기한다. 실질금리는 다소 이해가 어려운 추상적이고 경제적인 개념으로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경제학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공식으로 나타내는데 즉, '명목금리=실질금리+인플레이션 상승률'로서 피셔(Fisher)의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아주 중요한 개념이므로 복잡하지 않으니 기억해두면 경제와 관련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질금리를 좀 더 쉽게 풀면 한마디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가능한 자본에 대한 보상이다.

만약 1톤의 원재료를 투하해서 1.1톤이 생산되면 이를 생산하는데 투하되는 자본은 10%의 보상을 받아야 타당하다는 개념으로 이 경우 실질금리는 10%이다. 화폐가 아닌 물질적 개념으로 표현된 금리인 것이다. 이런 개념에서 통상 GDP 경제성장률을 실질금리 대신 사용하여 물가 상승률 기대와 함께 적정한 명목금리를 추정하기도 한다.

피셔 공식에 의해 시장금리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높아질 때 올라가므로, 경기의 과열로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높아지면 시장금리도 상승한다. 이전 칼럼, 금리의 자산 가격 결정 기능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리의 상승은 할인율 상승으로 자산의 현재가치 즉, 자산의 공정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상승이 기대될 때 금융시장은 이를 먼저 반영하며 금융자산을 매도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마 금리가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부채가 있는 사람이나 투자를 위해 부채를 질 사람에게 모두 금리의 상승은 경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금리 상승은 경기과열,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자산 가격 하락을 예고하며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피셔 방정식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시장금리는 경제성장률 상승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통상 경기확장으로 금리가 상승할 때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을 자주 보는데 경기 과열이 아닌 경기 확장의 긍정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 ‘돈의 가격’인 금리는 미래의 시그널

시장금리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 기대로 인한 것일 때는 금융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경기 확장에 따를 때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처럼 시장금리의 변화는 경제의 상태를 확인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온도계 기능을 하는 것이다. 특히 급격한 시장금리 변동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반영된다.

또 다른 금리의 신호 기능은 금리의 경제와 금리의 지진파를 측정하는 기능인데 경기 후퇴 신호를 감지하는 기능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the inverted yield curve)으로 알려진 이 시그널 기능은 연준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금리를 경제전문가들은 주시한다. 세계 외환보유액의 60%를 차지하고 국제 거래의 기본 통화인 달러를 대표하는 금리이기 때문이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1955년 이래 모든 경기 후퇴에 앞서 관찰된 것으로 연준은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8월 27일 미 국채 장단기 역전이 있었고,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 동요했다. 사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강력한 경기 후퇴의 신호라는 주장에 학술적으로 공식 인정받는 근거는 없다. 과거 관찰에 의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강력한 경기 후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장이 이를 맹신하는 것이다. 과학자가 맹신에 사로잡힌 것은 사실 아이러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시장에서 맹목적 매입을 부추기는 'FOMO'(Fear Of Missing Out)와 유사하다. 그렇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자기 확신적 경제 현상이다. 한편 기장 설득력 있는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후퇴의 관계에 대한 해설은 이렇다.

금융기관은 단기로 차입해서 장기로 대출하는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면 금융기간은 적자가 발생하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억제하면 금융경색으로 경기가 후퇴한다는 것이다. 금융경색으로 공황을 해설하는 이른바 민스키 모멘텀 관점의 해설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의 경제와 금융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돈 풀기로 지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증시도 돈의 힘으로 최근까지 급반등했다. 돈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상황이므로 돈의 가격인 금리는 가장 중요한 미래의 시그널일 수밖에 없다. 금리에 대한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수고스럽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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