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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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11.2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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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진행 중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증권사들의 수익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고, ‘토스증권’이 모바일 브로커업무에 신규 진출하는 안건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다. 토스증권의 롤모델은 미국의 ‘로빈후드’로 알려진다.

로빈후드는 쉽고 빠른 거래 방법을 채택하며 청년층의 인기를 얻어 2020년 화제의 금융회사가 되었다. 로빈후드의 거래 플랫폼을 금융 혁신이라고 초기에는 칭찬 일색이었으나 하반기가 되면서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더해지고 있다. 로빈후드를 통해 청년층은 옵션거래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 시장의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옵션은 주식·선물보다 레버리지가 높아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자극과 위험을 청년층이 탐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다. 필자는 1988년 금융투자회사에 입사해서 증권시장의 굴곡진 역정과 함께 다양한 개인과 기업고객 자산관리업무를 담당했다. 그 기간 확인한 일부 금융투자 고객 특성 중 하나는 투자위험을 높여가는 ‘투기 지향성’이다.

고위험 투자에 실패해서 많은 재산을 날리면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 직원이 유혹했다고 일단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투자자 일부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고위험과 고수익을 경험하면 마치 개미 함정에 빠진 것처럼 스스로 위험도를 높여가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사례에서 한번 공격적 투자를 시작하면 투자자는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필자는 그런 성향의 고객을 말리기도 했다. 그 끝이 좋은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수많은 투자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정석 투자를 외면할까? 이에 대한 설명은 21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확인 가능했다.

21세기 들어 일단의 심리학자, 정신 물리학자들이 인간 심리를 실험 연구하고, 그 결과를 경제학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행동경제학, 행태경제학, 행동재무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필자는 이들의 연구 결과 중 생애 안전투자의 유익한 내용을 정리해 행동투자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행동투자론 첫 시간에는 서두에서 설명한 것처럼 투자자가 고위험 투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행동경제학의 출현 이유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인간의 합리적 행동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물건을 매매하거나, 투자하거나 또 저축하는 등의 경제적 결정을 스스로 어떤 기준에서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 질문은 소비·노동·소득·투자·생산 등 경제 활동을 인간이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사실에 관한 질문이어서 당황스러울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품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필요성도 못 느낀다. 왜냐하면 이른바,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약 250년간 불변의 진리로 한가지 기본 원칙을 세뇌해왔기 때문이다. 즉, 개인은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일관되게 경제적 활동을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인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 행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이라는 책에서 주장한 뒤, 이것은 경제학에서 성서 수준의 교리가 되었다. 신이 있는 것처럼 그냥 믿는 것이다.

한편 이기심은 인간의 만족도인 ‘효용’으로 측정 가능하며, 효용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고 너무 많아지면 만족도가 감소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이 신념이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형성했고 인간의 합리적 행동을 근거로 한 경제학이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하고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나 인간은 항상 합리적일까? 주식 투자하는 이들이 아는 1월 효과, 금요일 효과, 규모의 효과 등 주식 시장의 반복되는 초과수익 패턴은 합리성에 반하는 대표적 현상들로 여긴다. 시장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현상을 정통 경제학에서는 비정상·일시·이례적 현상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원래 비합리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증거를 심리학·정신물리학을 중심으로 제기하고, 이에 관한 실험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인간’이라는 경제학의 교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행동경제학’이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아직은 비주류이기는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 분야 업적으로 21세기 들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표적인 학자는 대니얼 커너만, 로버트 실러, 리처드 탈러 등이다. 필자가 보기에 인간 심리와 경제적 행동 간의 관계를 실험 결과를 통해 증거를 제시하는 행동경제학은 투자의 지혜를 얻는데 아주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 저작을 소개하면 댄 애리얼리의 저작은 쉽고 재미있는 편이어서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추천작으로는 <부의 감각>이 있다. 기존 경제학과의 비교를 통한 체계적인 정리는 홍훈 교수의 <행동경제학 강의>를 추천한다. 한편 행동투자론에서는 천재 심리학자로 인정받는 대니얼 카너만의 방대한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중심으로 유용한 정보를 소개할 예정이다.

대니얼 카너만의 저서에서 오늘 소개할 행동투자론의 특성은 ‘정점(頂點)과 종점(終點)의 원칙’, 그리고 ‘지속시간 무시’이다. 이 행동의 결과로 사람들은 사건의 진행 과정에 대한 경험보다는 사건 종결 뒤 남는 기억에 의해 전체 사건을 평가한다. 흔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있지만,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 행동에는 ‘시종일관’보다 ‘유종의 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특성을 대니얼 카너만은 다음과 같은 실험에서 설명한다. 첫번째는 대장 내시경 검사 실험이다. 과거 수면에 의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A는 약 8분간, B는 24분간 고통스럽게 검사를 받았는데 차이점은 검사 마지막 순간 고통이 B가 A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사가 끝난 뒤 질문에 수검자는 A가 B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기억을 회고했다.

두번째는 찬물에 손을 넣고 참는 실험이다. 왼손은 섭씨 14도 차가운 물에 60초 동안만 손을 담갔다가 빼고, 7분이 지나 오른손은 60초 실험 뒤 추가로 30초간 더 물의 온도를 1도 올려서 실험한다. 이렇게 하면 실험 시간이 길어진 오른손 고통의 양이 크다. 그런데도 다시 7분 뒤, 세번째 추가 실험 선택을 참가자에게 요청하면 참가자들은 오른손의 긴 시간 실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일상에서 훌륭하게 연주된 교향곡을 기분좋게 오랜 시간 듣다가, 마지막 순간에 음반 흠집으로 잡음이 들리면 ‘음악감상을 통째로 망쳤다’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실험들은 사람들이 어떤 사건으로부터 받은 전체적인 고통과 쾌락의 감정은 감정의 정점과 종점에서 받은 느낌의 평균에 영향을 받으며 종점 이전에 지속된 시간의 경험은 무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가 투자에 시사하는 교훈은 말머리에서 제기한 고위험 투자 선호에 적용할 수 있다. 고위험 투자를 하는 경우, 실패가 반복되며 손실과 고통이 확대되는 것이 확률면에서 당연하다. 그래도 많은 투자자가 고위험 투자를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은, 예를 들면 10회 실패하다가 마지막에 1회 성공하는 경우에는 전체 투자 손실의 총합보다는 최종 수익 경험이 전체 손실 감각을 희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투자 성공 기억이 전체 투자 과정과 손실을 덜 고통스럽거나 심지어 희망있게 판단하도록 기억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과정은 전체 투자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감정의 조작’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경험보다 마지막 기억에 매달리는 인간의 특성을 투자자는 유의하며 고위험 투자의 유혹을 경계하고 생애 투자관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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