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배당 펑펑… ‘일본제품 불매 1년’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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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도 배당 펑펑… ‘일본제품 불매 1년’ 성적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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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아사히주류 ‘적자전환’, 한국히타치 ‘순익 반토막’… 현금배당은 수십억원씩
롯데아사히주류 기부 줄이고, 혼다코리아·한국닌텐도·소니코리아는 기부금 ‘전무’
“NO 재팬 리스트 오른 일본기업 제품 고전”… 국민 82%는 불매운동 현재진행형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습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지난해 7월 1일 일본 아베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조치에 대한 누리꾼의 외침이었습니다. 이 외침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대명사가 됐고,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는데요.

아베 정부의 경제 제재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조치 성격이었죠.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30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였습니다.

경제 보복 조치는 판결 이듬해 7월 4일 시행됐습니다. 우리나라 주력 생산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가 대상이었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결과는 아베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였습니다. 우리는 각종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고, 일본 제품들은 경제보복에 대한 응당한 조치를 받으면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바로 전 국민적인 불매운동이 그것이었는데요.

특히 일본 우익 인사들의 막말이 이어지면서 한국인들을 더욱 격분케하며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우익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사쿠라이 요시코는 DHC코리아의 일본 본사 DHC가 만든 DHC텔레비전에 출연해 “아이 같은 어리석은 짓” “한국이 뭘 하든 일본에 영향이 없다” 등 자극적인 발언으로 한국인들을 격분케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을 맞아 과연 그동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어떤 성과를 이끌어 냈는지 주요 일본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식음료 제품과 생활용품, 자동차는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게임 등 IT전기전자업종은 오히려 늘었더군요. 대표적으로 죽을 쑨 기업인 롯데아사히주류, 한국아지노모도, 혼다코리아, 한국히타치와, 양호한 실적을 거둔 기업인 한국닌텐도, 소니코리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들 기업은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현금배당은 빼놓지 않고 두둑이 챙기고 있었습니다. 반면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은 생색내기에 그쳤습니다. 한국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가장 큰 피해기업인 유니클로의 경우 회계연도가 9월 1일부터 다음해 8월 31일까지로, 2020년도의 감사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단,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3%(4439억원) 급감했으며 영업이익은 -2402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자매 브랜드 ‘지유’(GU)는 8월 철수합니다.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막말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듯한 TV광고를 게재하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입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50%씩의 지분을 양분하어 불매운동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는데요. 지난해 매출액은 623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0.1%나 하락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110억원에서 -198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도 11억원에서 -18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회계연도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로, 6개월치의 반영분 실적입니다.

이렇듯 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2018년 37억50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32억9100만원을 지출한 것입니다. 이중 절반인 16억4550만원이 일본으로 유출됐습니다.

통상적으로 배당금액은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국 회사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이전에 남았던 이익을 가져간다는 심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부금은 생색내기 수준입니다. 지난해 기부금은 481만원입니다. 그나마도 전년도에 비해 22.4% 줄였습니다.

한국아지노모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즉석 수프 ‘보노’로 유명한 한국아지노모도는 일본 아지노모도와 한국의 빅솔이 각각 70,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아지노모도 회계연도인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4.2% 줄어든 2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70.6% 감소한 19억원에 그쳤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71.6% 떨어진 14억원에 그쳤습니다. 현금배당금은 전년 34억90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9억90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지분율(70%)에 따라 일본으로 7억원 정도가 지출됐습니다. 한국아지노모도는 전년에 없던 기부금을 지출했는데요. 410만원입니다. 일본으로 유출된 배당금의 170분의 1입니다.

혼다코리아 역시 회계연도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의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22.3% 축소된 36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89.9%나 쪼그라든 20억원을 보였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127억원에서 -19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혼다코리아는 전년 64억원을 현금 배당했으나 지난해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 배당률은 50.36%로 순익의 절반을 현금 배당한 것인데요. 배당금 64억원 중 60억8000만원이 일본으로 유출됐습니다. 혼다코리아의 지분은 일본 혼다모터가 9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다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 기부금 내역이 없습니다.

한국히타치의 회계연도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매출액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199억원입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보다 53.9%나 줄어들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10억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이런 실적 악화에도 전년에는 하지 않았던 현금배당을 58억원 지출했습니다. 배당성향은 무려 557.93%입니다. 한국히타치의 지분은 100% 일본 히타치가 가지고 있어 배당금 전부를 가져갔습니다. 기부금은 고작 850만원입니다.

반면 한국닌텐도, 소니코리아 등 IT전기전자업종은 실적이 늘어났는데요. 회계연도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한국닌텐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6.6% 증가한 2306억원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은 68.4%나 늘어난 126억원을, 당기순익은 16.6% 확대된 9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닌텐도는 배당금도 없지만 기부금도 없습니다. 지분은 일본 닌텐도가 100% 가지고 있습니다.

소니코리아의 회계연도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매출액은 전년보다 19.5% 늘어난 1조433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5.7% 증가한 185억원, 당기순이익 역시 50.1% 확대된 157억원을 올렸습니다. 현금배당금으로 78억원이 지출됐습니다. 배당성향은 50%입니다. 순익의 절반이 배당금으로 지출된 것인데요. 소니코리아는 일본 소니홀딩스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당금은 전부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입니다. 전년도에는 100억원이 나갔는데요. 현금배당성향은 96%입니다. 하지만 기부금 내역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산 대체상품을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NO 재팬’ 리스트에 오른 일본 기업 제품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을 맞이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82.3%가 여전히 불매운동을 진행 중이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누리꾼 A씨는 “불매운동이 한쪽으로 너무 편향되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불매운동은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대로 만들어진 하나의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불매운동을 넘어 국산화 운동으로 그 발자취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사진=인터넷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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