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별풍선 탈세’에 수억 철퇴… ‘괴짜’ 과잉시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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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별풍선 탈세’에 수억 철퇴… ‘괴짜’ 과잉시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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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재 황윤석이 열살부터 죽기 전까지 일기나 기사체로 쓴 '이재난고'. /사진=문화재청
이재 황윤석이 열살부터 죽기 전까지 일기나 기사체로 쓴 '이재난고'. /사진=문화재청

“과거시험을 본 다음날 평양냉면을 시켜 먹었다.”

1729년 오늘(5월 25일),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황윤석은 일기처럼 쓴 <이재난고>에서 우리나라 ‘배달의 역사’를 250여년 전으로 끌어올립니다. 1768년 7월 7일, 나이 마흔에 시험을 치른 뒤 맛본 냉면이었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요. 그는 서른한살에 진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문과에 급제하지 못하고 결국 낙향해 생을 마감합니다. 영·정조시대 최고의 천문학자 탄생기입니다.

1933년 평양 백선행 기념관에서 열린 첫 동요 발표회에서의 윤석중(앞줄 가운데).
1933년 평양 백선행 기념관에서 열린 첫 동요 발표회에서의 윤석중(앞줄 가운데).

“고무신 사준다더니… 우리 누나는 거짓부렁쟁이.”

1911년 오늘, 서울 수표동에서 여덟째로 태어난 윤석중은 두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형제들도 일찍 죽어 외톨이가 됩니다. 쉬이 날아가지 말라고 지었다는 ‘석중(石重)’이 어린이에게 애정을 쏟은 이유입니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 당시 동맹휴학 실패로 양정고보 졸업장을 받지 않겠다며 자퇴한 석중. “어른들의 고통과 짐을 넘겨주지 마라”던 동요의 아버지 탄생기입니다.

‘구독경제’. 정해진 돈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배달 또는 제공하는 유통 서비스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신문이나 서적을 넘어 생필품·의류·차량까지 배달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7년 전 유료화를 시작한 동영상 구독경제의 원조 유튜브가 ‘탈세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딸 명의의 차명계좌까지 탈세에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국세청은 어제 “차명계좌나 송금액 쪼개기를 통한 해외소득의 분산·은닉 등 지능적 조세회피를 시도하는 고소득 크리에이터들을 중점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 전성시대에 갈수록 지능화하는 탈세 꼼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든 것입니다.

유튜버 탈세 사례. /자료=국세청
유튜버 탈세 사례. /자료=국세청

먼저 탈세 유형을 보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시사·교양·정치 콘텐츠로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 A씨는 구글로부터 유튜브 광고수입을 받을 때 일부를 딸 이름의 차명계좌로 송금 받는 방식으로 소득을 숨겼습니다. 자신의 계좌로 받은 광고수입도 일부만 종합소득세로 신고했습니다. 국세청은 소득세 등을 탈루한 A씨에게 수억원을 추징했습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BJ로 활약하고 있는 B씨도 수억원을 추징당했습니다. 시청자에게 받은 ‘별풍선’ 결제금액이나 구글 광고수입 등을 신고하면서 1만달러 이하 소액 해외광고대가는 소득세로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사업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필요경비로 속여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구글코리아 등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국내 구독자 10만명 이상의 유튜브 채널은 4379개입니다. 2015년 367개와 비교하면 11.9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도 모이게 마련입니다. 지난해 8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1인 미디어 시장은 2018년 3조8700억원에서 올해 5조1700억원, 2023년 7조9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입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고소득 크리에이터들이 해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받는 소득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은행에서 통보 받는 외환거래자료 가운데 건당 1000달러, 연간 인별 1만달러가 넘는 경우를 정밀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누락된 소득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세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특정 유튜버와 이들에 열광하는 기현상을 비꼬고 있습니다.

“유튜버나 비제이 이런 애들한테 수백 수천씩 갖다 바치는 심리는 뭐냐?” “특히 베트남에서 유튜버 활동하며 혐한짓거리 하는 매국노들 철저히 조사해서 구속시켜야 합니다” “욕 좀 하고 머 좀 많이 먹으면 한달 수천 버는 골까는 방송” “이 기회에 유튜버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을 싹 다 조사해볼 필요가 있음” “세금도 아니고 탈세한 추징금만 몇억이면 도대체 얼마를 버는 거냐”.

당국의 ‘늑장대응’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제 와서 대중의 관심의 중심이 되니까 엄격하게 하는 거지 그전엔 볼 만 했을 듯 ㅋㅋ 수억원을 더 추징할 정도면 1세대 유튜버들은 수십억 세금 안내고 전부 자기 주머니에 챙겼을 게 뻔~함”.

또 다른 탈세 사각지대를 언급하며 징세 강화를 촉구합니다.

“이참에 종교도 과세하자” “탈세는 밝혀지면 탈루액의 3배 이상 추징합시다” “적발 시 수익을 전액 몰수한다 하면 누가 탈세를 할까요? 어렵게 돌아가지 맙시다” “탈세하다 걸리면 다신 유튜브 방송 못하게 해야 함”.

오늘의 ‘베댓’입니다.

“한놈뿐이겠냐? 잘 버는 건 너무 부러웡~~ 나쁜 짓 하지 말고 세금내면서 벌어라~~”.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편 조세회피를 노린 해외 자본의 탈세기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의 ‘구글세’ 도입 논의가 이르면 올해 말 완료될 전망인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내 인력은 10여명에 그칩니다. 주요 선진국은 많게는 50여명을 해당 업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OECD는 구글세 도입과 관련, 올해 과세방안을 발표한 뒤 각국 법제화를 거쳐 이르면 2022년 세금을 부과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올해 초 발표된 기본방안에서 과세범위가 소비재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력 수출기업들이 속한 산업군도 과세대상으로 명시됐기 때문입니다.

‘Geek pride day’. 1998년 오늘, 미국 뉴욕의 술집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차림새의 남녀들이 이날을 기념합니다. 23년 전 나온 영화 <스타워즈>의 개봉일에 맞춘 ‘괴짜의날’ 행사입니다. 이후 유명무실해진 괴짜의날은 2006년 스페인에서 부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SNS시대를 관통하는 ‘관종과 악플’이 ‘괴짜 과잉’을 확대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요.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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