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Before I go to sleep,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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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Before I go to sleep, 2014)
  • 철없는 思考뭉치 영화칼럼리스트
  • 승인 2014.12.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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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기억의 상실과 흐름의 단절, 그리고 기억의 지속이 불가능해진 주인공을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 나아가는 영화들은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다.(필자의 생각으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그러한 장르의 영화제작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주인공에 대한 기억의 장애를 설정하고 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그 장애의 원인을 밝히려는 과정과 그것으로 인한 반전이 극의 중심이 되어 흐름이 이어지게 되며 그 과정에서 관객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영화로 좋은 영화의 반열에 오르는 영화가 있는 반면에 러닝타임 내내 흐물거리는 오징어를 씹다가 의미없는 새김질에 손에서 내려놓게 되는 것처럼 눈길을 스크린에서 거두게 되는 영화 또한 있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사실 그러한 두 가지의 영화적 호감도에서 어느 극단에 서 있다고 하기가 조금 애매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게 판단하자면 호감도를 높이는 요소와 떨어뜨리는 요소가 각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 전자를 먼저 언급하자면 주인공인 니콜키드만(크리스틴 역)과 콜린퍼스(벤 루카스)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소재가 처음에는 관객에게 호기심을 부여할 수 있는 단기기억상실을 다루고 있으며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매일을 주변에서 함께 하고 있는 주변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극복하고 명확한 사실에 대해 온전히 자신이 혼자서 밝혀내야 하는 캐릭터를 니콜키드만은 효과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또한 그 상대역인 콜린퍼스 또한 그 동안 자신의 역할과는 다른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한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사실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영화의 내용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러나 그에 반해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 나아가는 과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과 극적인 상황의 흐름을 엮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해당 영화의 불호를 가져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은 너무도 당연스럽게 보여지며 그 때문에 주인공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이나 그러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정체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은 단기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가진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반감 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충격적인 반전의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들(대표적으로 메멘토, 유주얼 서스펙트 등)을 뛰어넘는 영화가 언젠가는 또 등장할 수 있을테지만 그 가능성은 조금씩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객들은 한정된 세상속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들을 상시적으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속에서 관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는 반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흐름속에 관객을 집중시킴으로써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의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올해 만큼 세상과 사회를 살아가는 '슬픈 의외성'을 마주한 1년도 쉽게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전혀 상관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더 이상의 비극적인 '의외성'은 없길 바란다.
 
철없는 思考뭉치

내가 잠들기 전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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