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초 금융가에 잠복한 이슈는 무엇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한 것이다. 지난 12월 금융당국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많은 투서가 있음을 언급하며 금융그룹 지배구조 관련 문제와 관련, 직접적으로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이번 달 중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대책을 보고하겠다고 못 박았다.
얼핏 이찬진 금감원장의 이런 행보가 강경하고 단호해 보이지만, 금융 전문가가 아닌 그의 경력으로 봐도 뒷북 치기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1964년생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활동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인 그의 이력에 ‘금융인’ 경력이라고 굳이 끼워 맞춘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이 전부다. 경력 대부분을 ‘변호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금융감독원 수장에 등극한 것은 검사 출신인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 사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가의 금융 감독 권한이 2대에 걸쳐 비금융인에게 맡겨진 것이다. 이런 탓인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3개월여 동안 그는 업무 파악에 진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정부 초기 회장에 취임해서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세 곳이 지난해 12월 내부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마쳤다. 신한지주,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세 곳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를 구체화하고, 사외이사의 정합성·독립성을 확보하며 평가 체계 및 지원조직 마련을 골자로 한다. 이후 매년 금감원이 그 진행 상황을 지도하고 평가해 오고 있다. 탄핵으로 말 많은 윤석열정부 치하였지만, 당시 각 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추천한 절차대로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마쳤다며 나름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금감원의 평가를 보면 단지 경영승계 절차를 구체화·문서화했을 뿐이고, 이마저도 3개월 전 개시했으며 이에 관여하는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보를 여전히 추진하는 등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BNK금융지주 수시 검사를 지난달 23일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잡음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NK금융지주는 빈대인 회장을 지난달 9일 일찌감치 최종 후보로 선임하고, 연임을 확정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BNK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9일까지 확인하고, 검사를 금융지주사 전반으로 확대할지도 판단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의 개선을 위해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주장하고 있으나, 비금융인 출신으로 우유부단하다는 세평이 있는 그가 평생 금융 판에서 뼈를 묻다시피 하며 정상에 오른 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얼마나 제대로 잣대를 들이댈지 의문이다.
금감원이 검사를 확대한다면 다음 대상은 우리금융지주가 될 개연성이 높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임종룡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며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BNK금융지주 못지않게 임종룡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잡음은 시끄러웠다. 이찬진 원장에게 정통 금융관료 출신으로 관가와 금융산업에 막강한 인맥을 가졌을 임종룡 회장은 BNK그룹 빈대인 회장보다 한참 체급이 위라는 평가를 필자는 해본다. 특히 임종룡 회장은 2024년 지주·은행 금감원 검사 결과 금융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부당대출 등으로 C등급 경영 실태 평가를 받았음에도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을 얻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고졸 신화’로 유명한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연임에 따른 잡음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주관하는 이사회(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항구적으로 회장 등 경영진과 완전 별개의 의사결정과 판단을 하는 이사회가 가능하다면 전적으로 이찬진 원장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경영진과 이사회는 금융회사의 성장에 평가와 성과가 엮여 있고, 상시 소통하는 관계이므로 팔이 안으로 굽듯이 여러 면에서 동질화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 이사회 업무를 부서장으로 담당한 필자의 경험상 더욱 그렇다. 아울러 이사회 인원은 소수여서 경영진은 이들을 포섭하기 쉽다.
감히 개선책을 제안한다면, 소수 인원의 사외이사가 단일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사실상 회장을 선임하는 폐단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먼저 경영진이 포섭 불가능하도록 회추위 인원을 대폭 늘리는 방법이다. 가령 한시적 임시 사외이사 50명 정도다. 물론 해당 인원 선발도 금감원 등 중립적 기관이 금융그룹의 이해관계자인 주주, 금융회사 직원, 고객 등으로부터 추천받으면 좋을 듯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회추위가 내·외부에서 각 1인 이상 복수 후보를 상시 추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실질적 공개 투표 의결로 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자기 보신이 아닌 진정한 생산적 금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 본 아이디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