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두나무(업비트) 오경석 대표는 오는 20일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기업인은 부르지 말자’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오경석 대표는 국감 증인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회 정무위는 오경석 대표를 불러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와 관련하여 따질 예정이었다. 해당 내용은 FIU 주무부서에 질의하면 금방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국회의 판단은 이번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고, 현재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의 중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
먼저 국회가 국정감사에 오경석 대표를 소환한 1차 이유는 지난 2월 금융정보분석원의 업비트에 대한 제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비트는 ▲미신고 가상자산업자와 거래금지 위반 ▲고객확인 의무 및 거래제한 의무 위반 등 <특정금융정보거래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특정금융정보법)을 위반한 혐의로 영업정지와 임원 문책, 직원 징계 등 제재를 받았다. 간단히 얘기하면 거래소가 거래 당사자의 신원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디지털 자산 출현 초창기부터 잘 알려진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장점이자 가장 큰 경계와 우려 사항인 ‘익명성’과 관계가 있다. 이를 이용해 범죄자금 은닉, 자금세탁 등에 활용할 수 있어 가상자산은 거래 실명성 확보를 법적 의무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의 익명성이 사라지면 이용가치가 떨어져 수요가 크게 줄게 된다. 즉, 디지털 자산의 거래 실명확인은 이 신형 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규제인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금융실명제가 철저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특정금융정보법도 디지털 자산의 거래 실명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규제를 업비트가 대놓고 위반했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 같은 중대 위반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 당초 오경석 대표의 국정감사 소환 의도였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 경제에 영향이 클 전망인 디지털 자산업계의 대표 기업 수장에게 예방과 교훈 차원에서 ‘실명 거래 규제 준수’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단속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 무산돼서 안타깝다.
‘실명 거래 규제 준수’에 더해 이번 국감에서는 두나무 대표에 국회가 추가적인 질문을 해야 할 적절한 시기였다. 트럼프가 미국을 가상자산 세계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프로젝트 크립토’를 출범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제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정부도 최근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중 48번째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선정하고 금융위원회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의지대로라면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의 국가 경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국내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네이버와 산업 결합을 예고해서 시끄럽다.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공시에서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스테이블코인, 비상장 주식 거래 외에도 주식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1개월 이내 확정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증권분석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정하고 있다. 아직 세부 사항이 미확정이므로 구체적인 지배구조 효과를 따지는 것은 이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내 검색업계 공룡 네이버(하루 평균 방문자 4800만명, 네이버 쇼핑 주간 방문자 2200만명, 커머스 거래액 50.3조원, 네이버페이 결제액 72.2조원 등)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계 1위 업비트가 사업에서 결합하면 막대한 시너지가 폭발할 수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무엇보다 통화 당국의 통제 밖에서 디지털 자산이 실물 유통경제에 무방비 상태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파급 효과가 간단치 않다. 단순히 특정 기업이 폭리를 취하거나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협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통화정책과 거시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경제 파급 효과로 과거 2019년 페이스북(현 메타)이 ‘리브라’라는 디지털 자산(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려 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의원들이 반드시 오경석 대표에게 질의하면서 네이버와 두나무 결합 효과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지난 7월 1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대표로 오경석이라는 인물이 일약 등장했다. 오경석 대표는 코인업계 CEO로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회계사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와 대법원 연구관을 거쳐 김앤장 변호사로 근무하더니 패션 의류업체 팬코의 대표이사로 실물 경제에 발을 들였다. 비록 그가 팬코 회장의 사위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법’이라는 최고 지식산업에서 생소한 의류산업으로 경력 전환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실물(real) 경제를 떠나 가상(virtual) 산업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오경석 대표가 두나무 대표로 등장한 것은 앞으로 벌어질 큰 파고에 대비하려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FIU와의 ‘익명성’ 관련 법률적 힘겨루기가 그의 표면적 임무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의 진짜 임무는 디지털 자산 산업과 검색 플랫폼 산업의 두 공룡이 결합해 태어날 ‘초거대 공룡’의 보호라는 생각이다.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국내 디지털 자산 태동 초기부터 돈을 벌어들인 두나무그룹의 지배주주인 송치형 회장이 이런 흐름을 몰랐을 리 없다. 미국의 ‘리브라’ 사태에서도 메타는 정부 규제 기관과 국회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법 기술자인 오경석을 코인 거래소 대표로 기용한 이유에서 두나무가 벌일 디지털 자산 산업의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국회 정무위가 하루빨리 업비트 오경석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정밀한 질의를 해야 했다. 물론 정무위 국회의원이 먼저 공부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