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엉망’ 두나무, 과거 재벌 악습 판박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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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엉망’ 두나무, 과거 재벌 악습 판박이 우려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7.09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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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형 창업자, 이사회 의장 겸직에 사외이사 없어
내부 감사부서 설치도 안 해 사실상 감시기구 전무
업비트 코인 거래소 입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업비트 코인 거래소 입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코인 열풍으로 수익이 급증하고 자산규모가 커진 두나무가 갑자기 대기업이 됐지만, 대내외적인 견제나 감시 장치는 취약해 과거 재벌들이 보였던 총수의 사익 추구, 독과점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등 부정적 행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사실상 경영진 견제 기능이 없는 이사회 구성,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감사기구의 문제점을 짚고, 이제 대기업 반열에 오른 두나무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해진 만큼 주주 권리와 이사회 기능 강화 등 최소한의 기업지배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9일 <기업지배구조 엉망인 두나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두나무가 급속한 외형성장을 이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등한시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참여시켜 독립적이고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주권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기업지배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참고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이사회, 주주총회, 감사제도, 정관 등을 조사해 이를 근거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정도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두나무는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배제로 주주권리를 제한하고 있고, 이사회는 경영진 견제 기능이 없으며, 감사기구는 독립적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취약해 대기업이라는 위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기업은 총수나 그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 같은 주주들을 비롯해 채권자, 종업원, 하도급업체 등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적 조직임에도 마치 총수의 개인기업처럼 일방적·자의적으로 지배되고 경영됨으로써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과 올바른 기업경영을 위해 ‘지배구조’가 중요한 화두로 대두됐다. 기업의 지배구조란 경영자를 임명·해임하고 경영자의 행위나 활동을 감시·감독하는 기업 내·외부의 조직과 제도를 말한다.

두나무의 경우 창업자인 송치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없는 여건이고, 총 4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는 없는 상태이다.

또 내부 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의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별도의 내부 감사부서를 두고 있지도 않다. 이로 인해 내부 감사기구가 분기별로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갖는 회의도 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의 핵심지표는 총 15개(주주 분야 4개, 이사회 분야 6개, 감사기구 분야 5개)로 구성돼 있는데 2개만 지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란 상장기업이 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설명토록 해 자율적인 경영투명성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이다. 국내에선 2017년 한국거래소의 자율공시로 처음 도입된 이후 2019년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했고, 2022년부터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가 확대된 바 있다.

소비자주권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은 주주권리 강화,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과 감독, 독립적 감사기구”라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사외이사 선임,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2017년 10월 처음 문을 연 이후 코인 열풍을 타고 급성장, 2021년 매출 3조7000억원대에 영업이익 3조2000억원대로 무려 88%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2년 총자산 규모 10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상호출자금지대상 대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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