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황제’ 신영증권 원종석 회장의 승계 전략 미스터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자사주 황제’ 신영증권 원종석 회장의 승계 전략 미스터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5.02.03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국희 일가 ‘7만1000배 대박’ 뒤엔 취약한 지배구조… 당국 감시망 뚫을 ‘꼼수’ 찾을지 주목
‘자사주 황제’ 신영증권 원종석 회장의 승계 전략 미스터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자사주 황제’ 신영증권 원종석 회장의 승계 전략 미스터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상장회사의 자사주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자본시장 생리를 잘 알고 시스템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데 발 벗고 나서야 할 한 증권회사가 자신의 자사주 관리에 수상한 움직임을 노출하고 있어 투자자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그 증권사는 바로 53년 흑자 경영을 최대 경영 치적으로 자랑하는 신영증권이다.

자료 1.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자료 1.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최근 공시자료 기준 신영증권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의 자사주 비중은 발행주식 대비 무려 53%가 넘는다. 지난해 1년 동안 신영증권 자사주는 약 33%나 급증해 자사주 매입 기업 124개 중 단연 수위였다. 자사주 취득은 소각을 목적으로 할 때 주가 상승 압력을 발생하므로 주주환원의 방법으로 투자자는 통상 환영한다. 그러나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량이 급증한 방법과 배경은 주주환원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자료 2.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2.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없었고 회장과 사장의 성과급으로 가끔 처분했다. 원종석 회장은 최근 5년간 15억원 상당의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자사주가 아직은 주주환원보다는 지배주주 등의 주머닛돈 마련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영증권은 의결권 없는 우선주 보유 비중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4월 보통주로 전환했다. 왜 신영증권은 뻔히 눈에 띄게 자사주 보통주 보유를 늘리는 무리수를 뒀을까? 그 이유를 주주환원 하나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자료 3. /출처=네이버 증권
자료 3. /출처=네이버 증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 배경을 우선 신영증권의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찾는다. 1971년 서울증권의 부장 출신인 원국희 전 회장은 서울대 상대 동문 7명과 500만원씩 출자해 단돈 3500만원으로 신영증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 주가는 전 고가 8만6000원 대비 하락했으나 설 직전 7만5900원으로 시가총액은 무려 1조2478억원에 이른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최대 주주 지분율 20.38% 기준 지분가치는 약 2500억원에 달하니 원 회장 일가는 대박(원금 대비 7만1000배 이상) 맞은 것임이 틀림이 없다. 다만, 대박은 맞았으나 원 회장 가문의 취약한 지분 구조가 승계에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원국희 전 회장에서 원종석 회장으로 승계를 위한 첫 전략은 우선주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원씨 부자는 우선주를 사들여 배당금을 받고 보통주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 지분을 늘린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1988년 최초로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발행했고 1990년까지 6차례 우선주를 발행했다. 신영증권 우선주는 액면금액 기준 연 1% 보통주보다 더 높게 배당한다. 원국희 전 회장과 원종석 현 회장의 우선주 지분율은 1999년 3월 1.25%에서 2023년 3월 6.93%까지 늘어났다. 원종희 전 회장은 2013년 우선주 매입을 중단했으나 승계자금이 필요한 원종석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꾸준히 우선주를 매입했다. 보통주 전환 전 최대 주주 우선주 지분은 10.81%였으니 우선주를 무려 85% 이상 자사주나 지배주주가 점유하고 있었다.

우선주 발행 추이에 눈여겨볼 것은 우선주의 자사주 지분 변화다. 자료 4에서 보는 것처럼 원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증가하던 기간, 우선주 자기주식 비중은 더 극적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2023년 한국거래소는 신영증권 우선주 월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신영증권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우선주 자기주식이 보통주로 전환하며 의결권 있는 주식의 자사주 지분이 53%로 치솟았다.

신영증권 자사주를 놓고 시장에서는 말이 많다. 최근까지 재벌 등 기업의 승계에 자사주를 악용하는 사례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급기야 금융당국이 자사주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원종석 회장의 승계가 최대 현안인 신영증권에서 자사주 지분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이 의도를 했든 안 했든 신영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53%는 신영증권 향후 행보에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 산업 주변에서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신영증권이 보유 자사주를 기반으로 인적 분할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부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해 12월 31일부터 금융당국은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상장기업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제한했다. 기존에는 자사주만큼의 피 지배회사 신주를 지배회사의 지분으로 확보해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강화했으나 이제는 인적 분할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자료 5.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5.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결국 지난해 신영증권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자사주를 대폭 확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법률 개정으로 승계 작업을 위한 자사주 마법을 연출하기 어려워졌다. 자료 5에서 보는 것처럼 인적 분할로 신영증권 지주회사가 신영증권 자사주 53%를 가져가며 증권업을 영위하는 신영증권을 신설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인적 분할이 진행한다면 지난해 이전에는 지배주주의 신영증권 실질 지분율이 73%였으나, 올해 변경된 새 제도에서는 43%(지배주주 / 유통 주식 수)로 현재와 실질 지분율이 같다.

그러나 신영증권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기업도 흉내 내지 못한 수준의 자사주를 보유하기로 선택한 것은 극단적 자사주 보유 전략을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실질 지배지분율 측면이다. 실질 지배지분율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전후에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얼핏 자사주 보유 전략이 실패하지 않았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지배주주 보호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유통 주식 수 비중은 보통주 전환 후 약 47%로 이전에 64%보다 크게 줄었다. 게다가 자사주 지분 53% 때문에 외부 자본이 신영증권 경영권을 노리고 공개매수 등으로 기업 인수 전략을 구사하기 쉽지 않다. 주식 유통량이 적으면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을 시장에서 매수하기 어렵지만, 매수를 시도하자마자 커다란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해 인수 비용이 많이 증가할 것이다. 이미 충분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난공불락의 진입 장벽 효과를 신영증권은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재벌들 활용 사례에서 보면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은 주식 교환이나 현물 출자 등으로 경영 우호 세력을 만들거나 승계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자사주를 분할 신설 기업에 현물 출자하면 인적 분할 시 신주배정을 금지했어도 지주회사가 증권회사 지배력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승계 작업에 기업이 동원하는 재무·법률 전문가들은 신설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 제4항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을 것이다. 53년간 보수적 경영으로 흑자를 이어왔다고 자신한 신영증권은 오히려 극단적인 승계 전략을 선택했다. 신영증권 원종석 회장이 승계 전략에 자사주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답을 찾을지 앞으로 시장이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물론 금융당국도 뒷북 행정 비난을 피하려면 상시 감시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