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룩스 14배 무상증자로 자본금 뻥튀기에 BW 등 전환가격 낮춰 차익
세 차례 기술특례 상장 쓴잔 아리바이오, 우회상장 지렛대 소룩스 활용
소액주주 반발로 합병 쉽지 않아… 우회상장 무산 ‘제넨셀 교훈’ 배워야
지난해 최대주주가 바뀐 소룩스가 1년여 만에 비상장 바이오기업인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핫 이슈다. 소룩스의 인수 과정에서 새 대표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리바이오 지분을 소룩스에 넘기며 인수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하고, 관계사를 만들어 1년여 만에 사실상 우회상장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룩스 인수 후 무상증자, 주식병합 등을 통해 BW(신주인수권부사채권)와 CB(전환사채권)에 자금을 댄 자신과 일부 투자자에게 막대한 평가 차익을 가능하게 한 기법도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김복덕 소룩스 대표로부터 주식 100만주를 300억원(주당 3만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와 BW 발행에 300억원을 투입하며 소룩스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소룩스 인수에 쓰인 자금은 상당 부분 정 대표가 다시 회수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아리바이오 지분을 세 차례에 걸쳐 소룩스에 전부 매각해 390억여원을 되돌려 받았다. 소룩스는 아리바이오 주식 매입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439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결국 정 대표는 최소한의 자기 자금을 사용해 상장사인 소룩스를 인수하고, 비상장사인 아리바이오를 관계사로 만든 것이다.
소룩스는 지난 9일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곧바로 우회상장 여부와 요건충족 확인을 위해 소룩스를 거래 정지시켰고 16일 이를 해제했다. 아리바이오가 우회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기술특례 상장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아리바이오가 소룩스라는 지렛대를 꼼수로 활용,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상법상 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된 지 1년이 지나면 우회상장 제한요건 회피가 가능하긴 하다.
사실 소룩스는 지난해 6월 아리바이오 지분 일부를 인수할 때도 우회상장 시도를 의심한 코스닥본부로부터 일시 거래 정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엔 소룩스와 아리바이오가 합병 가능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며칠 뒤 거래 정지가 해제됐다. 상법상 비상장사의 자산총계, 자본금, 매출액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합병법인보다 큰 경우 우회상장 제한 요건에 해당돼 규제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아리바이오의 2022년 말 자산 총계와 자본금은 각각 1549억, 110억원으로 소룩스의 자산총계 684억, 자본금 8억원과 차이가 컸다. 하지만 소룩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대규모 자금조달, 유상증자와 1주당 1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등을 거치며 자본금과 자산총액을 키웠다.
지난해 말 소룩스의 자산총계는 1601억, 자본금 146억원으로 공시됐다. 인수 1년 만인 올해 상반기 자산총계는 1551억, 자본금은 177억원으로 불어났다. 무상증자를 통해 추가 발행한 1억3672만여주로 인한 주식발행초과금 136억여원과 관계기업 투자주식 504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정 대표가 처음부터 아리바이오의 우회상장을 위해 소룩스 지분을 인수하고 1년이라는 기간에 치밀하게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사전 정지작업으로 소룩스의 자본금을 늘리는 무상증자를 실시해 소룩스의 장부가치를 키웠다. 사실상 아리바이오 주식과 소룩스 지분을 맞교환한 정 대표의 입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또 정 대표는 BW와 CB의 콜옵션을 이용해 소룩스의 주식을 헐값에 대량 매입해 막대한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정 대표가 참여한 CB와 BW의 당초 전환가액은 7434원이었지만, 무상증자·주식병합(액면병합) 등을 거치며 현재 2478원으로 떨어졌다. 정 대표는 지난 7월 200억원 규모의 BW를 소룩스 주식 807만여주로 바꾸면서 현재 1559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소룩스 주가가 1만원선에 걸쳐 있어 단순 계산만으로 1500억여원에 달한다. 정 대표가 소룩스 인수에 투입한 자금 600억원이 1년 새 3배로 늘어난 셈이다. 무상증자를 활용해 조정가격을 최초 전환가액의 70% 한도인 CB 리픽싱 규제를 무색하게 만들며 지분을 대폭 늘린 셈이다. 정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김근호 아리바이오 미국지사장도 BW, CB 콜옵션을 통해 주식 전환한 상태여서 대규모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다.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기술평가 특례상장에서 2018, 2022년에 이어 세 번째 고배를 마시며 우회상장으로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아리바이오는 기술 이전과 가치평가 등에서 긍정적 지표를 도출했다고 밝혔지만, 거래소가 지정한 2곳의 평가기관에서 예비심사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다.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이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 평가기관의 가치판단 기준은 차이가 컸다. 특히 이번 합병과 관련해 외부평가를 맡은 이촌회계법인의 경우 아리바이오 가치평가를 7년째 해 온 곳으로 밝혀져 합병비율 등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공시한 증권신고서(합병)에서 소룩스는 합병 배경으로 바이오조명 개발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직접적인 시너지효과는 불분명하고 아리바이오의 우회상장 효과가 가장 두드러질 뿐이라는 주장이다.
합병 결정 공시를 보면 소룩스가 존속회사이고, 아리바이오가 소멸회사라면서도 합병 후 존속회사의 상호는 아리바이오로 적시했다. 결국 아리바이오가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도 비상장사인 아리바이오가 훨씬 높다. 합병비율을 소룩스 1주 대 아리바이오 2.5주로 정했다. 소룩스 보통주 1주를 가진 주주는 합병법인인 아리바이오의 신주를 2.5주 준다는 얘기다. 기존 아리바이오의 총 발행주식 2377만여주는 합병신주로 6004만여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 결정에 소액주주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합병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우회상장 차익을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리바이오 주주들의 경우 소룩스의 실적이 신통치 않은데도 아리바이오 이슈로 1년 새 주가가 급등했고, 무상증자 등을 통해 정 대표와 소룩스 주주들만 혜택을 누렸을 뿐 자신들은 소외됐다고 불만이다.
두 회사는 다음 달 26일까지 합병반대 신청을 접수 받은 뒤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10월 17일까지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거치게 된다. 또 소룩스 측의 반대주주 매수청구권 행사가 15억원을 초과하거나 아리바이오의 반대 매수청구권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일방에 의해 합병계약 해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2년 전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비상장기업인 제넨셀이 위더스제약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다가 투자자들의 반대와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