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00조원 와르르… ‘중국몽’은 꿈으로 끝날까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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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200조원 와르르… ‘중국몽’은 꿈으로 끝날까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0.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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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비 관련주, 언제쯤 회복할까 (상)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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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이웃 나라다.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이후 전통적인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1인 독재 지배체제로 전환하면서 중국은 점차 예측 불가능한 공산 독재국가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제1강에 올라서겠다는 중국몽을 공공연히 드러내자 미국도 우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이내 양국은 살벌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미국은 중국몽을 깨부수기 위해 중국의 첨단 기술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옥죄기 시작했고, 반도체와 전기차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공급망 구축을 빌미로 강력한 대중국 동맹 세력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한국의 균형 외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 문제 하나로 뒤틀어지고 말았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천안문 성루 위에서 중국 공산당 주석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참관하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성주 미사일 포대에 골프장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롯데그룹은 졸지에 중국 인민들의 기피 대상 1호 기업으로 전락했다. 한 해 800만명에 육박하던 중국인 단체관광마저 하루아침에 중단되었다. 광대한 대륙에 휘몰아쳤던 한류 열풍 덕분에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TV 오락 프로그램과 광고시장마저 빠르게 잠식하던 한류 스타들의 모습도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드리우기 시작한 껄끄럽고도 불편한 기류는 ‘한한령’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한류 열풍이 혐한 분위기로 뒤바뀐 것이다. 이참에 중국 시장에서 아예 발을 뺄 것인가, 좀 더 기다려볼 것인가를 두고 수많은 기업이 진퇴양난에 직면했다.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덕분에 각광받기 시작한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드라마틱한 성장세는 사드 보복 이후로 크게 휘청거렸다. 혐한 분위기를 등에 업은 중국인 단체관광 중단에도 불구하고 개별 관광이 차츰 살아나면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방한 중국인 숫자는 2016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닥치면서 미증유의 혹한기가 엄습했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업종 구분할 것 없이 전 분야에 걸쳐 극심한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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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인 ‘중국 소비 관련주’를 살펴보니 종목 수는 48개였다. 이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63조8288억원에 달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2015∼201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합산 시가총액은 무려 200조원을 넘어설 때도 있었다. 상승 이전 저점일 때 시가총액 대비로는 평균 4.4배에 달할 정도로 상당 기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7년의 사드 보복과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심각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겪었다. 그 결과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평균 73.5%나 하락했으며, 면세점(-82.8%)과 여행업종(-81.9%)의 하락률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들 중국 소비 관련주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거리 두기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화장품 소비는 저절로 늘어나기 마련이었고, 일상 회복뿐 아니라 장기간 억눌려온 여행 수요마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보복 소비도 넉넉히 기대할 만했다. 다만 한 가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걸림돌이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욱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견제 움직임이 강화되자 중국은 반중 전선의 핵심국들에 대한 단체관광만큼은 꼭꼭 틀어쥐고 막았다.

중국은 코로나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 실패와 부동산 경기의 급랭 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심각한 부진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결국 외국인 단체관광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8.10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조치’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 호재를 만나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무려 6년 5개월 만에 찾아온 ‘중국인 단체관광 전면 허용’이었으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14억이 넘는 중국인이 한국으로 또다시 몰려들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가 얼마만큼 크게 나타날 것인지를 일찌감치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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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 관련주들로 분류된 종목들 가운데 2011년 연초 이후 상승률 상위 종목들은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일부 급등 종목들은 중국 소비와의 연관성 때문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개별 요인들(줄기세포 치료제, 비만 치료제, 피부 미용 기기 등) 때문에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인 방한 규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대표적인 종목들은 롯데관광개발, 한국콜마홀딩스, 아모레G, 파라다이스 등인데 저점 대비 모두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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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중국인 단체관광 전면 허용’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 소비 관련주들에 대해 일제히 뜨거운 반응을 드러냈던 투자자들의 열기가 일순간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지난 추석 연휴 동안에 방한한 중국인의 숫자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주된 이유인 듯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인의 여행 패턴과 소비 패턴이 종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면세점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고가의 화장품과 전자기기들을 쓸어 담듯이 폭풍 쇼핑을 하는 패턴에서 차츰 벗어나 젊은 세대들 중심의 실속 여행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으로 몰려다니며 폭풍 쇼핑을 하는 대신 소문난 맛집들을 찾아다니거나 서울의 이름난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풍경들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 경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 가운데 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000억원을 상회하는 48개사의 2023년 하반기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종목이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소식이 반영된) 지난 8월 10일 주가 수준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하반기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종목들만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23개에 달했으며, 분석 대상 48개사의 평균 하락률은 19.9%에 달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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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이 장기간에 걸쳐 얼마만큼 진행됐는지, 향후 중국인을 포함한 방한 외국인 규모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과 주가의 상승 반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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