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린 포스코 기업문화… 사라진 ‘최정우 리더십’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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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린 포스코 기업문화… 사라진 ‘최정우 리더십’ [마포나루]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4.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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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성폭력·자살·칼부림·상사 갑질로 얼룩
포스코 성폭력 등 미온적 대처로 2차 피해 키워
최정우 사과 한마디 없이 방관에 "무책임" 비난
비판 목소리에 귀 열고 직원과 공감경영 나서야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지난해 20대 여직원 성폭력·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을 던진 포스코. 지난달 말엔 광양제철소 직원이 상급 직원에게 칼부림한 일이 발생했고 다시 열흘만인 이달 초 포스코 직원이 벌건 대낮에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빌딩에서 투신해 사망한 사건까지 이어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건의 배경과 원인을 두고 난무한 각종 추측은 차치하더라도 올해 국내 재계순위 5위로 올라선 포스코에서 이같은 일이 연달아 벌어지자 일그러진 포스코 기업문화에 대한 걱정스런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엔 포스코홀딩스가 소속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도 1개월여 동안 대기발령 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2차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회장 체제 말기에 조직기강이 해이해지고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2022∼2023년 포스코홀딩스의 A임원이 직원 여러 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지난달 말 회사 측에 접수됐다. A임원이 다음날 건강검진을 앞둔 여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하거나, 오랜 시간 공개적으로 한 직원을 무시했다는 내용 등이 피해 신고에 포함됐다. 사건을 조사한 사내 감사 담당 부서는 이달 초 A임원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으나, 해당 임원에 대한 적절한 인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도 취해지지 않아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제철소 전경.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해 직원 B씨가 같은 회사 여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당한 바 있다. 이어 C씨 등 3명의 추가 가해자가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포스코 사측은 김학동 당시 부회장이 직접 피해 여성을 찾아 사과하는 등 성폭력·성희롱 예방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임원 6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가해자 중 한 명에 대해 감봉과 타부서 전출 징계를 내렸지만, 3개월 만에 복귀시켰다. ‘눈 가리고 아웅’식 처리로 포스코는 사건 확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처음 신고를 받고 처리를 지지부진 끌다가 2차 패해, 추가 가해자 발생이 이어져 말이 많았다.

포항여성회와 민주노총 포항시지부가 세계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포항여성회
포항여성회와 민주노총 포항시지부가 세계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포항여성회

이 사건으로 포스코는 지난달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걸림돌상'에 선정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포항여성회와 민주노총 포항시지부는 지난달 8일 기자회견을 겸한 퍼포먼스에서 “지난해 발생한 포스코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남성 중심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원인이고,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조직이 비밀유지 위반과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와 함께 임원들이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2차 피해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포스코 직원들 사이에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무너져내린 기업문화에 대한 불평과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 인사팀 출신 유튜버 채널에서 변질된 포스코의 기업문화를 한탄하는 내용을 퍼왔다는 블로그 글에 조회수가 상당하다. 이구택 회장이 물러난 뒤 임원들 사이에 이기주의 문화가 형성됐고 과도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임원들만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다. 또 능력과 상관없이 관계의 친소에 따라 줄줄이 임원을 달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사라져 버렸다는 내용들이다.

최정우 회장은 이같은 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사과 한번 없이 ‘모르쇠’다. 최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위한 기반 닦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소유분산기업 포스코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사절단에 최정우 회장이 빠져 나돌던 정부의 ‘포스코 패싱’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직원들을 끌어안고 리스크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진정한 리더십일 것이다. 포스코 안팎에서 던지는 비판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고 내부 직원들과 공감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책임하고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포스코의 기업문화는 지금보다 더 추락할 수도 있다. “최정우 회장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직원이나 주주만 고통받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일침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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