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터져 나온’ 삼성전자 인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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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터져 나온’ 삼성전자 인사제도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2.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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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직원에게 하루에도 몇 차례 개인 동의 압박하는 메일 보내고 있다”
“직원들 반대 의사 표명하고 있지만 계속 동의 강요” 청와대 청원도 등장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인사제도를 두고 내부 반발이 심각하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인사제도를 두고 내부 반발이 심각하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두고 내부 반발이 심각하다. 개편안은 직급별 승진연한을 없애고, 절대 평가와 동료 평가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노조공동교섭단과 전국금속노조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제도 변경 강요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전자가 인사개편을 강요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일부 직원 상대로 동의를 강요하는 글이 노동조합 홈페이지 및 내부 게시판에 매일같이 올라온다. 수위 높은 사례는 제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부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인사제도 개편안 설명회를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팀장 및 부서장은 직원에게 하루에도 몇 차례 개인동의를 압박하는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팀장 및 부서장은 비동의자를 사전에 파악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왜 서명하지 않았는지 묻고. 파트장은 1대1 면담을 통해서 서명을 압박하고 있다”며 “개인 의견과 생각은 하나도 존중하지 않고 공포와 강압적으로 받아낸 동의에 신뢰성이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일 삼성전자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인사 개편에는 인사조직의 그룹장, 팀장 출신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들은 신인사 제도를 얘기했지만, 결국 개편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갖다가 계속 뽑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이 수시로 감시하고 가스라이팅 하면서 스스로 약화하는 모습을 가만히 볼 수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최소한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약속했던 것 같이 인사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구성원들이 토론과 더불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억지로 동의받으려 하고 하루에 몇 번씩 면담하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서울고용노동청에 ‘뉴삼성의 신인사제도 불법적 동의 강요, 시정명령발동을 촉구하는 고용노동청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DS부문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A씨가 “최근 삼성전자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놓았고 직원들에게 동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개편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계속 동의를 강요한다”고 주장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이어 “강요죄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조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삼성전자에서는 지난달 1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인사제도 개편 관련 안내를 공지했을 당시부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부정적인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내부 반발이 심했다.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은 “(이번 인사개편안이) 사실인지 아직 모르나 오징어 게임 시작”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직원은 “동료평가는 삼성전기에서 먼저 시행했었는데 분위기 안 좋아지고 전 직원이 오징어 게임 중”이라고 알렸다.

직원들의 반발이 나오자 삼성전자노조공동교섭단은 11월 23일 ‘삼성전자 직원들은 현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하고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사제도 개편안이 삼성전자 내의 과도한 경쟁을 심화시키는 등 직원 간 경쟁·분열·감시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노조에는 “서로 평가해서 왕따나 카르텔을 양산할 수 있다”, “노비들끼리 평가를 통해서 서로 감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동료평가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등의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부서장이 연공서열에 따라 성과를 달리 주거나, 편애하는 직원만 성과를 높게 주는 등의 병폐를 없애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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