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닮은꼴?… 금호家 딸들의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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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닮은꼴?… 금호家 딸들의 ‘엇갈린 행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1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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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낙하산 논란’에 조용한 금호리조트 박세진
‘승계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3세 금호석화 박주형
왼쪽부터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박주형 금호석화 상무.
왼쪽부터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박주형 금호석화 상무.

금호家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경영권 분쟁으로 2010년 2월 갈라선 뒤 그들의 자녀들도 엇갈린 운명을 맞는 분위기로 흘러 주목되고 있습니다.

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3남 박삼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4남 박찬구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 경영하고 있죠.

갈라진 지 11년을 맞는 202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재계 7위에서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며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55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딸들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박주형 금호석화 상무가 새해 들어서자마자 경쟁을 하듯 지분을 늘리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의 운명을 닮았을까요? 이 두 딸의 행보에서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박삼구 전 회장의 딸인 박세진 상무는 입사 당시에 금수저 낙하산 논란을 빚으며 '국민밉상' 시선을 받는 모양새인 반면 박찬구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는 경영승계 후보군으로 떠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렇듯 박세진 상무와 박주형 상무의 행보는 닮은 듯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모양새입니다.

박세진 상무는 1978년생, 박주형 상무는 1980년생으로 두 살 터울에 모두 이화여대를 나왔습니다.

박세진 상무는 소비자인간발달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요리·호텔 전문경영 전문학교인 르코르동블루(도쿄·런던)에 이어 동경관광전문학교 음료서비스학과·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 등을 졸업합니다. 주로 요식업 쪽입니다. 박주형 상무는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부터 이 둘의 운명은 갈라집니다.

박세진 상무는 졸업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최성욱 변호사와 결혼해 전업주부로 생활합니다.

반면 박주형 상무는 대학교 졸업 후 미국연수 및 인턴생활을 거쳐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입사해 2015년 6월까지 일반관리, 화학제품 영업부서 등을 거치며 실무경험을 쌓습니다.

한명은 전업주부로, 한명은 직장인으로 살아가다가 이들 둘이 같이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위치에 섭니다. 하지만 시선과 행보는 크게 다릅니다.

먼저 경영수업을 받은 이는 박주형 금호석화 상무입니다. 박주형 상무는 대우인터내셔널을 퇴사한 다음달인 2015년 7월 1일 금호석화 구매자금담당 임원으로 선임되며 금호家에 입성합니다. 금호家 69년 역사상 첫 여성 경영참여 기록과 동시에 여성 경영참여 금기를 깨는 기록을 동시에 세우는 순간입니다.

금호家 안에서 금녀의 벽이 깨진 것은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아버지 박찬구 회장의 평소 지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죠.

박주형 상무는 금호석화 입사 전인 2012년부터 주주(0.05%)명부에 이름을 올려 경영참여의 시동을 이미 걸었습니다. 금호석화 입사해인 2015년에는 0.60%로 지분을 늘립니다.

박주형 상무는 입사 당시에 잡음이 없었습니다. 금호석화 경영 참여 직전까지 대우인터내셔널에서 6년여간 관리 및 영업부서에서 실무경력을 쌓아 온 것이 큰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박주형 상무는 2020년 새해 들어 지분을 더욱 늘리면서 오빠 박준경 상무와 사촌오빠 박철완 상무 등과 함께 경영승계 후보군으로 언급되기도 하면서 '떠오르는 재벌3세'로 등극합니다.

반면 박세진 상무의 경우는 다릅니다. 박주형 상무에 이어 2018년 7월 1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박 상무가 입사 전까지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가정주부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죠. 당시 “박삼구 회장의 가족이었기에 특혜를 받은 것”, “역시 금수저” 등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금호그룹 측은 “호텔경영, 조리, 요식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다”, “금호리조트의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가 됐죠. 일각에서는 “요리사를 뽑는 것이라면 이해하지만, 리조트 경영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비판의 칼을 세웠습니다.

특히 당시에 아시아나항공 초유의 기내식 대란 사태와 기내식 공급 협력업체 사장의 자살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와중에 박세진 상무 선임으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결국 박삼구 회장은 박세진 상무 선임 나흘 후에 기내식 대란 사과 기자회견에서 박 상무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예쁘게 봐달라”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박 회장은 “만 40세로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인사발령을 내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다”면서 “그룹의 중요 자리에 둔 것이 아니다. 리조트는 그룹으로 보면 중요도도 적다. 거기서 훈련을 하고 인생공부도 하고 경영공부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삼구 회장 사과에도 비난은 여전했고 이후 박세진 상무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조용한 모습입니다.

한편 박세진-박주형 상무가 새해 들어 지분 확대 경쟁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역시 동생인 박주형 상무였습니다. 박주형 상무는 지난 8일을 시작으로 10일, 14일 등 세차례에 걸쳐 금호석화 보통주 1만7350주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13억원어치입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박주형 상무가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율은 0.82%에서 0.06%p 상승한 0.88%로 늘어났습니다. 박주형 상무 지분율은 2012년 0.05%→2015년 0.60%→0.82%→0.88%로 확대됐습니다.

금호석화 오너 일가 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박철완(조카) 상무 10.00%, 박준경(아들) 상무 7.17%, 박주형(딸) 상무 0.88% 등입니다.

박세진 상무도 9일 금호고속 주식 600주를 사들였습니다. 지분율은 2016년 1.70%에서 변동이 없습니다.

금호그룹 오너 일가 지분은 박삼구 전 회장 31.9%, 부인 이경열 3.2%, 박세창(아들) 아시아나IDT 사장 21.2%, 박세진(딸) 상무 1.71% 등입니다.

잘 나가는 동생 박주형, 그렇지 못한 언니 박세진. 왠지 아버지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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