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는 몇 살까지 살까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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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는 몇 살까지 살까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4.02.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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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 ‘콩이’(사진)는 몰티즈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아 살펴볼 수 있는 KB금융그룹 발간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고 인기 견종이 바로 콩이와 같은 몰티즈다. 400만이 조금 안 되는 전체 반려견 가구 중 몰티즈와 사는 집이 100만가구 정도다. 몰티즈에 이어, 푸들, 믹스견, 포메라니안, 진돗개, 시추, 그리고 비숑 프리제의 순서로 우리나라 반려견 인기 차트가 이어진다. 우리 집에 처음 온 것이 2013년 6월 2일이니, 콩이는 이제 만 열살의 나이다.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와도 늘 반갑게 다시 달려 나와 나를 맞는 콩이를 보면, 앞으로 남은 콩이와의 짧은 몇 년이 벌써 아쉽다. 콩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할 나날은 앞으로 도대체 몇 년 정도나 될까?

얼마 전 출판된 논문(DOI:10.1038/s41598-023-50458-w)은 약 60만마리 반려견의 수명 데이터를 분석한 영국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는 회색늑대로부터 약 1만6000년 전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갈라져 나온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속(俗, genus)과 종(種, species)의 라틴어 단어를 나란히 적는 생물학 표기법으로 적으면 회색늑대의 학명은 ‘Canis lupus’, 개의 학명은 ‘Canis lupus familiaris’이다. 개의 속과 종은 회색늑대와 같아서, 개는 우리와 친해져서 함께 살게 된(familiaris) 회색늑대다. 개는 회색늑대의 아종(亞種)이어서 서로 교배해 자손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둘은 아주 가깝다. 개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간은 선호하는 형질을 가진 개를 계속 이어가려 노력했다. 양치기 역할을 잘하는 개, 썰매를 끄는 개, 빠르게 달려 사냥을 돕는 개,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이 변하지 않는 개, 실로 다양한 견종을 인위선택으로 우리 인간이 만들어 냈다. 생김새, 성격, 크기가 정말 제각각 다르지만, 작고 흰 몰티즈, 건장한 독일셰퍼드, 코가 납작해 귀여운 프렌치 불독, 모두 같은 회색늑대의 아종이다,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가진 개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결과로 등장한 수많은 견종의 수명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포유류의 여러 종을 서로 비교해 알려진 통계적인 결과가 있다. 동물 종의 평균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그 종의 평균 수명도 늘어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한 종의 평균 수명은 몸무게의 4분의 1제곱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코끼리 개체가 예외 없이 어떤 개보다도 더 오래 산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개보다 무척 길고, 개는 또 생쥐보다 전반적으로 오래 산다. 한편, 같은 종의 여러 개체를 비교한 기존 연구는 흥미로운 다른 결과를 알려준다. 같은 종이라면 크기가 작은 개체의 수명이 더 길다. 물론 이런 유형의 연구 결과가 늘 그렇듯이, 평균적인 추세일 뿐이다. 몸무게가 얼마 되지 않는 우리 집 콩이가 몸집이 큰 다른 집 강아지보다 더 오래 살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대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어진 몇 흥미로운 통계 결과를 소개한다. 논문 연구자들은 견종을 몸집에 따라 대형견, 중형견, 그리고 소형견으로 분류하고, 주둥이 길이를 기준으로 긴 코, 중간 코, 그리고 짧은 코로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한 다음 거의 60만 마리의 수명 데이터와 비교해 몸집과 코의 길이가 평균 수명과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견종의 평균 수명이 더 길다는 것은 다른 기존 연구와 같았다. 반려견의 견종 중에는 프렌치 불독처럼 강아지의 얼굴이 거의 평평한 것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호흡과 체온 조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논문의 연구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논문에는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몰티즈 암컷이 낳은 강아지도 몰티즈가 되기를 원하는 우리 인간은 가능한 몰티즈 수컷과의 순종 교배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원하는 형질을 가진 자손을 계속 이어가고자, 같은 형질의 암수 몰티즈가 만나는 과정이 이어지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건강 등의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순종 견종의 평균 수명이 믹스견(Crossbreed)의 평균 수명에 미치지 못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이 논문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여러 순수 견종과 비교할 때 믹스견의 수명이 오히려 약간 짧다는 놀라운 결과를 논문은 보고한다. 부모 세대 견종이 각각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명을 ‘믹스견’(Crossbreed)이라는 부류로 뭉뚱그려 분석한 것이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이고, 믹스견의 짧은 수명의 원인에 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몸집이 작고 코가 긴 견종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다른 견종보다 평균적으로 길다는 것이 오늘 소개한 연구 결과의 짧은 요약이다. 아래 표는 논문에 부록으로 첨부된 영국의 155개 견종 중 내가 일부를 골라서 정리한 견종별 수명을 담고 있다. 빌 게이츠와 어쩌다 한 비행기에 탑승하면 그 비행기 탑승자의 평균 재산이 많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통계적 편향을 피하고자 논문 연구자들은 평균 수명이 아니라 수명의 중앙값(median)을 표에 담았다. 같은 견종의 여러 개체를 수명 기준으로 일렬로 순서대로 늘어세웠을 때, 딱 중앙에 있는 개체의 수명이 중앙값이다. 정말 짧은 수명 중앙값을 보이는 코카시언 셰퍼드 독이 어떻게 생긴 반려견인지 독자도 한번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라. 작고 주둥이가 긴 견종과는 거의 정반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논문에 담긴 몇 견종의 수명 중간값.(논문 부록 파일 전체: https://t.ly/5znx9)
논문에 담긴 몇 견종의 수명 중간값.(논문 부록 파일 전체: https://t.ly/5znx9)

오늘 소개한 연구의 한계도 뚜렷하다. 나라마다 반려견을 보살피는 문화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무엇을 먹이는지, 산책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다른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회적인 시간이 얼마나 긴지는 나라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영국 몰티즈의 수명 중간값 13.1년은 우리나라 몰티즈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몰티즈의 수명이 영국과 우리나라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면, 우리 집 콩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할 날은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셈이다. “확률법칙은 일반적으로는 정말 옳지만, 개별적으로는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라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본의 말이 우리 집 콩이에게도 적용되기를 가만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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