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준’ OCI그룹 총수 일가는 왜 고발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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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준’ OCI그룹 총수 일가는 왜 고발 안 했나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7.0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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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광글라스 몰아주기에 과징금 110억원
변칙 입찰·영업비밀 자료 제공, 15회 중 13회 낙찰
삼광글라스 64억 부당이득, 특수관계인도 22억 챙긴 셈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오씨아이'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오씨아이'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그룹내 계열사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다른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서 지원한 OCI그룹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집단 'OCI' 소속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0억2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OCI그룹은 크게 3개의 소그룹으로 나뉘는데, 이번 사건은 이우현 회장의 숙부인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복영 회장 일가→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로 연결되는 지배 고리의 정점에 있는 삼광글라스가 2016년 주력사업에서 재무상태가 악화하자, 이테크건설의 꼼수 지원이 시작됐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삼광글라스 소그룹의 실질적 대표회사로서 그룹 내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테크건설의 전략기획실은 삼광글라스를 지원할 목적으로 군장에너지에 유연탄 소싱물량을 삼광글라스에게 몰아주기로 기획했다.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 연료용 유연탄을 구매하기 위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회의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삼광글라스가 13회나 낙찰받을 수 있게 했다.

삼광글라스는 입찰 시행사인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의 권고와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발열량을 임의로 상향하거나 이들로부터 입찰운영 단가비교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미리 제공받아 입찰에 참여했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가 국내 유연탄 공급시장의 신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 물량의 46%인 180만톤,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이에 따라 삼광글라스의 이복영 회장, 이우성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들도 삼광글라스의 지분비율만큼 부당 이득(약 22억원)을 얻었다는 것이다.

삼광글라스는 5차례 입찰에서 해외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하는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20~300㎉ 높여 최저가 지명경쟁 입찰에 참가해 4번 낙찰됐다. 광산사가 보증하는 발열량을 상향해 투찰하면 보다 열량이 많은 유연탄이 돼 운영단가가 낮게 산출돼 낙찰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보통 이같은 방식의 경우 적발되면 입찰사로부터 입찰참가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경쟁업체들은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이 삼광글라스에 발열량 상향 투찰을 지시했다.

또 삼광글라스는 10차례 입찰에서는 이테크건설 또는 군장에너지로부터 입찰전략 수립에 중요한 타사 견적서, 입찰계획 등 입찰실시자료를 제공받아 9회 낙찰됐다. 해당 자료는 비공개 영업비밀로, 다른 입찰 참가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고 삼광글라스에만 제공됐다.

한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라며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복영 회장 일가와 계열사에 대한 고발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이 건의 경우 지원행위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있다”라며 “삼광글라스가 취득한 부당이득 64억원에 비해서는 훨씬 큰 11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돼, 법 위반 억제 효과가 있는 조치라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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