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의 삼성생명, 내부통제 ‘부실 폭탄’ 터지나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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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묵의 삼성생명, 내부통제 ‘부실 폭탄’ 터지나 [마포나루]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5.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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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난티 부동산 비리 관련 전 사장 등 소환 조사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미흡” 금감원, 경영유의 조치
삼성생명법 발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초미 관심사로
초스피드 경영의 삼성, 국면 타개 카드도 이목 집중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왼쪽)과 박종문 사장. /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왼쪽)과 박종문 사장. /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지난해 12월 박종문 부사장이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투톱 체제가 됐다. 미래전략실 근무 경험이 있는 ‘정통 삼성생명맨’에게 불확실한 금융환경 대응과 미래 준비에 집중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발표와 함께였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투톱체제를 가동한 것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한 삼성그룹 차원의 대비책이 아닐까 의심스럽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초스피드 경영’이 몸에 밴 삼성맨들의 발빠른 포석(?)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생명이 이끄는 삼성 금융복합기업집단에 ‘경영유의’ 조치를 전달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전반적으로 ▲내부통제와 위기관리 체계 강화 ▲공동투자 보고 및 관리 업무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이었다.(본지 4월 26일자 ‘금융그룹’ 삼성, 비금융 계열사 리스크 통제 불가? 기사 참조)

금감원이 내린 행정 조치는 경영유의 사항 6건, 개선사항 8건으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에도 내부통제 업무를 별도의 전담 조직 없이 대표기업인 삼성생명 일부 부서의 직원들이 타 업무와 겸직해 온 사실을 적시했다. 삼성생명이 부서와 인력을 설치했지만, 금감원 검사 착수 이후였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 내규에 전담조직 권한을 명시해 조직체계를 강화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특히 비금융 계열사 출자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삼성전자 주식 보유에 대한 리스크를 꼬집고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리스크 관리 내규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초스피드 경영’을 앞세우는 삼성이 유독 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설립에 소극적이고 금융기업집단 관련 시스템 정비에 거북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집단들은 각종 보고사항도 많아지고 지켜야할 자본이나 지분 비율, 계열사간 내부거래 등에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지주 지정을 꺼리는 성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이 이어졌고 삼성도 작년에 편입됐으나 그 운영 시스템에 허술함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엔 삼성생명이 해외 상업용 부동산펀드에 투자했다가 7년간 1353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 금융위원회로부터 ‘암 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중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1년여를 끌던 ‘암 보험금 미지급’ 건의 중징계로 삼성생명은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 없이는 신사업에 진출 못한다는 중징계와 155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로인해 삼성 금융복합기업집단 전체의 마이데이터사업이 1년 이상 표류하며 경쟁사들과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3월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을 다시 꺼내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는데 이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약 30조원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운데 23조원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무너지면서 이재용 회장의 순환지배구조가 끊겨 최악의 경우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부동산을 수백억원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당시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이었던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는 보도였다. 2009년 6월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토지 1852㎡ 및 건물 매입 과정에 배임혐의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의사결정을 위해 열린 투자심의위원 9명 중 6명을 소환조사했으나 추가적인 수사를 위해 당시 투심위에 속했던 전영묵 대표 포함 나머지 3인에 대한 소환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난티는 2009년 4월 500억원에 서울 송파구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최종 잔금을 납부하기 전인 그해 6월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개발 예정인 부동산을 삼성생명에 준공 조건부로 되팔기로 계약을 맺었고, 이를 통해 두 달 만에 매입가의 2배에 가까운 약 9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서 삼성생명 전 임직원들이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 측은 그 대가로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횡령한 회삿돈을 뒷돈으로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아난티 사건의 핵심의혹은 ▲부동산 거래에서 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 사례비교법을 적용키 위해 일부러 2배나 비싼 비교표준지를 택했다는 점 ▲잔금 납부 전 되팔아 그 자체 거래가 없었다는 점 ▲이를 투심위 위원들이 알고도 투자를 집행하고 그 차익을 몰래 편취해 삼성생명에 해를 끼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연임 2개월 차를 맞는 전영묵 사장의 명운이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렸으니 이보다 큰 악재가 없다. 전영묵 사장에 대한 수사가 배임혐의 적용 등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생명의 신사업과 M&A가 암초를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인데 대주주 요건을 충족 못시켜 심사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결정이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초스피드 경영의 삼성이 과연 어떤 카드로 이번 국면을 헤쳐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파헤치고 있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개인들의 비리로 마무리지을지 그룹차원의 별도 조치가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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