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속분쟁 극복하는 길, 이것이 ‘LG WAY’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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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속분쟁 극복하는 길, 이것이 ‘LG WAY’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3.1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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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LG그룹은 창업주 구인회 회장 이후 구자경, 구본무, 그리고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까지 가족 간 협의로 재산 분쟁 없이 가업 승계가 이뤄졌다는 점을 자랑해왔다. 삼성, SK, 현대차, 롯데 등 재계 서열 상위권 그룹은 대부분 재산 분쟁을 겪었거나 진행 중인데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2022년 기준 재계 서열 4위인 LG는 장자 상속을 지키는 와중에 가족 간 재산 분쟁이 없었다.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상속하고, 나머지 가족은 소정 비율로 피상속인의 개인 재산을 물려받는 방식으로 4대에 걸쳐 LG 경영 승계 과정이 진행됐다.

자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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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칙에 따라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상속 대상 ㈜LG 주식지분 11.3% 중 8.8%를 구광모 현 회장이, 장녀 구연경은 2.0%, 차녀 구연수는 0.5%를 상속하고, 구본무 회장의 개인 재산 약 5000억원은 배우자 김영식씨와 두 딸이 상속하는 것으로 여러 번 가족 협의를 거쳐 2018년 상속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LG그룹은 설명한다. 그러나 선대 회장 미망인과 두 딸은 상속권 침해가 있었다며, 상속회복 청구 소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지난 2월 28일 제기했다. LG그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만약 법정상속분대로 지분을 조정한다면 구광모 회장 지분은 9.71%로 감소하고 LG 회장가(家) 모녀 지분은 14.1%로 증가해 구광모 회장의 독자적인 경영권 행사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범 LG가 지분 9.57%의 지원이 있겠지만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오히려 그룹 외의 캐스팅 보트에 의존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쏟아져 나오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LG 회장가 모녀 3명은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한다. LG그룹은 상속 절차를 적법하게 완료했고, 이미 4년이 지나 소 제기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속회복청구는 침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으므로 LG 회장가 모녀가 유언장 부재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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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번 상속침해회복 소송은 몇 가지 관점에서 단순한 재산 분쟁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먼저 지배주주의 미덕과 경영이념의 상충이다. LG그룹 측 설명에 등장하는 4대에 걸친 경영 승계 가풍은 다름 아닌 조선 통치 이념인 주자학 윤리에 기초해 조선 중기 이후 자리 잡은 ‘적장자 상속’이 뿌리다. 한편 LG그룹이 공표하는 경영이념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이다. 이를 위해 ‘혁신을 통한 창조’와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창의·자율’, 그리고 개개인 인격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간 중시’를 추구한다고 LG는 경영이념에 명시했다. 상충하는 두 이념을 풀어보면 500년 이상 케케묵고 이미 한 국가를 쇄국으로 몰아가 외세 수탈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있는 과거 주자 도덕 철학을 추종하는 LG의 지배주주 상속 가풍이 미래 지향적 경영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직원이나 고객에게 이율배반적으로 비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전 세계적인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당위성이다. 국제적으로 많은 탁월한 여성이 활약하는 사례를 대지 않더라도, 삼성그룹 이부진·이서현, 현대자동차그룹 정성이·정명이·정윤이, 신세계그룹 이명희·정유경, 한진그룹 조현민, DB그룹 김주원 등 이미 내로라하는 재계 그룹 일가의 여성 경영 참여가 활발한지 오래다. 장자 상속 가풍으로 LG가 여성의 경영 참여 기회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오랫동안 잠복한 문제이며 터질 것이 결국 터졌다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LG가 모녀의 상속침해회복 소 제기를 단순히 금전적 탐욕이나 구광모 회장이 양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여성 인권에 대한 또 다른 가해일 수 있다.

장자 상속 원칙은 창업자 구인회 회장의 유훈이라고 한다. 균등 상속할 때보다 집중된 권력과 재산의 자본 축적 수준을 보존하는 장자 상속의 규모경제 효과 추구는 재벌 자본가에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가족 협의 문화로 덮기에는 장자 상속이 주는 구시대적 이미지는 현대적 기업이 감수하기에는 평판 타격이 크다. 상속침해회복 소 제기로 ‘LG WAY’는 위선이었다는 평가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LG그룹과 구광모 회장은 단순한 경영권 유지보다 LG그룹 미래를 위해 어떻게 상속침해회복 소 제기 사태에 대응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허심탄회한 가족 협의가 진정으로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협의 문화를 존중하는 LG 회장가이므로 기족과 그룹 모두가 아름다운 결론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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