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렸나… 2.3조 증발한 LG생건 ‘공시 위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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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렸나… 2.3조 증발한 LG생건 ‘공시 위반’ 의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1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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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실적 전망치, 거래소 ‘결산실적 공시예고’ 이전에 증권사들이 미리 내놔
LG생건 “4분기 전체 실적 가이드 제공 없었다”라면서도 “면세점 실적은 제공”
구체적 정보 제공했다면 공정공시 위반 사항… 거래소, 사실 여부 조사에 착수
LG생활건강이 공정공시 위반 의혹에 휘말렸다./사진=LG생건 광화문 사옥
LG생활건강이 공정공시 위반 의혹에 휘말렸다. /사진=LG생건 광화문 사옥

LG생활건강의 최근 주가가 요동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었는데도 110만원대를 유지하다가 95만원대로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요. 이번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몇몇 증권사가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전망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0일 주식시장 개시 전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은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았다”며 각각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LG생활건강이 한국거래소에 ‘결산실적 공시예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어떻게 LG생활건강의 4분기 실적을 알고 전망치에 밑돌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을까요. 그 이유로 LG생활건강이 거래소 공시 전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리 구체적인 실적을 알렸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공정공시 위반 사항입니다.

통상 상장사들은 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결산실적 공시예고’라는 안내공시를 한 뒤 금융감독원 공시 등을 통해 실적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매출액, 영업손익, 당기순손익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은 그 사실과 내용을 거래소에 먼저 신고해야 합니다. 이는 공시규정상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의무 사항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매매거래 정지, 불성실공시 사실의 공표 등 현행 수시공시의무 위반과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LG생활건강 측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회사 실적에 대한 정보를 미리 브리핑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당사 4분기 전체 실적(매출, 영업이익)에 대한 가이드 제공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면세점 채널에 한해 당사 가격 정책에 따라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당사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달했다”고 공시한 것입니다.

공정공시정보 제공자는 공정공시 대상 정보를 거래소 신고 전에 미리 우회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공정고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한 대목입니다. 문제는 LG생활건강이 사전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공정공시 대상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렸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면 공정공시 위반에 해당합니다.

거래소는 이같은 LG생활건강의 공정공시 위반 사실 여부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거래소는 17일 “LG생활건강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2021년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잠정)실적과 관련해 2021년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해명 공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등 그 구체적인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7일 110만4000원이던 LG생활건강 주가는 다음 거래일이자 증권사에서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지난 10일 13.41%(14만8000원) 추락한 95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며, 시총도 17조2424억원에서 14조9309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루 새 2조3000억원이 날아간 것입니다. LG생활건강 시가총액이 15조원을 밑돈 것은 2017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후 주가는 소폭 회복하며 지난 17일 95만7000원에 마감했으나, 아직 급락 전인 지난 7일 주가를 회복하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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