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와 혼맥 깨진 서민정, 아모레 후계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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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삼성가와 혼맥 깨진 서민정, 아모레 후계 영향 줄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0.0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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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운영팀으로 보직 변경되면서 경영 승계에 탄력 받아
대주주로 있는 에뛰드·이니스프리·에스쁘아 실적 부진은 타격
삼성과 연결되는 혼맥 깨지면서 후계 구도 안정성 잃었다는 평가
이혼은 사생활… 후계구도와 맞물려 논하는 건 맞지 않다는 시각도
아모레 3세 서민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후계 구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 3세 서민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후계 구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서민정씨가 지난 5월 파경을 맞은 뒤 지주사인 아모레G 전략팀에서 운영팀으로 보직을 이동하면서 경영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지주사 운영팀은 계열사 조직과 실적을 관리하는 핵심부서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서민정씨가 대주주인 비상장 3개사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승계 구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서민정씨가 보유한 아모레 계열사의 지분은 지주사인 아모레G 2.93%를 비롯해 비상장사 에뛰드 19.52%, 이니스프리 18.18%, 에스쁘아 19.52% 등입니다.

서민정씨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100억원으로, 줄곧 대한민국 20대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지만 올해로 만 30세가 되면서 이 타이틀도 내려놓아야 했는데요. 문제는 1조원으로 추정되는 승계 재원 마련엔 한참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서민정씨 중심으로 3세 경영체제에 돌입하려면 배당, 상장, 매각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서씨가 2대 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등 3사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효자 종목에서 아픈손가락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는 신세인데요. 특히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실적 하락이 뼈아픕니다. 이들은 2000년대 로드숍 신화를 이끌며 승승장구했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한 한한령(限韓令) 이후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뛰드의 경우 2016년 매출 3166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2017년 2591억원, 2018년 2183억원, 2019년 1800억원, 2020년 1113억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잇따라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업손실은 2018년 262억원, 2019년 185억원, 2020년 180억원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또한 대폭 축소됐는데요. 2016년 500여개에서 올해에는 150개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존폐 위기에 몰려 있는 에뛰드를 기사회생시키기 위해 최근 전략통으로 불리는 이창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실장(상무)을 대표로 선임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쉽지 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이니스프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인데요. 이니스프리는 2016년 1조원 매출을 공식화하면서 서경배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기쁨의 서한을 보낼 정도로 그룹 내에서도 가장 촉망받던 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였습니다.

2017년 한한령을 겪으면서 중국시장에서 급격한 내리막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는 전반적인 매출 축소로 이어지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니스프리는 해외 매출 비중이 35%에 달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도 2019년 607개에 달했지만, 올해 2분기 말 기준 397개까지 줄었습니다. 올해 말까지 미국, 캐나다 매장 등 해외 매장도 170여개를 추가로 폐점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매출도 2016년 767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고꾸라지기 시작합니다. 2017년 6420억원, 2018년 5989억원, 2019년 5519억원, 2020년 3486억원으로 하락세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2016년 대비 반토막입니다. 영업이익도 70억원으로 적자를 간신히 면했지만, 2016년 1965억원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96.4% 줄어들었습니다.

에스쁘아도 좋지 않습니다. 에스쁘아는 2015년 설립 당시부터 적자행진입니다. 매출은 2015년 300억원, 2016년378억원, 2017년 432억원, 2018년 421억원, 2019년 467억원, 2020년 416억원을 기록하면서 양호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영업이익은 2015년 –30억원, 2016년 –9억원, 2017년 –18억원, 2018년 –18억원, 2019년 5000만원, 2020년 –33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9년을 제외하면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들 3사의 실적 부진에 그룹의 지배기업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도 좋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이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도 힘을 잃고 있는데요. NH투자증권은 체질 개선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목표 주가를 종전 30만원에서 23만원으로 낮췄습니다. KTB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28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이처럼 목표가를 낮춘 데는 중국 내 사업 부진,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매장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KTB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해외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한 4044억원, 영업적자는 91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 것인데요. 주된 원인을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실적 부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서민정씨가 이혼을 하면서 후계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19일 범삼성가인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보광창업투자 투자심사총괄(36)과 결혼한 서민정씨는 올해 5월 파경 소식을 알렸습니다. 결혼한 지 7개월 만입니다.

아모레가 보광 및 삼성으로 연결되는 혼맥이 깨지면서 후계 구도 안정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혼으로 후계 구도 변화를 논하는 건 맞지 않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결정적인 실책이 아닌 사생활 영역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문제는 서민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3개사의 실적 부진이 사업영역으로서 후계 구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서민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3사의 부진이 누적될 경우 그룹에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민정씨가 이 파고를 어떻게 뚫고 안정적인 후계 자리를 꿰찰지 주목됩니다.

한편 서민정씨의 동생 서호정씨(1995년생)는 올해 2월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그룹 주식 10만주를 증여받아 지분 0.12%를 가진 주주가 됐지만,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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