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행 물 건너간 ‘마이데이터’, 남의 데이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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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시행 물 건너간 ‘마이데이터’, 남의 데이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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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이 2018년 7월 18일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이 2018년 7월 18일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내 정보 내 맘대로 관리하고 사고판다.”

2018년 7월 18일, “가상화폐는 사기”라는 소신을 가진 금융위원장이 간담회를 엽니다. 넉 달 전 내놓은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종합방안>의 답안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이름도 낯선 ‘마이데이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금융기관 등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직접 내려 받아 거래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각종 서비스를 받는 개념입니다.

‘적요정보’. 돈을 주고받을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송금 및 수취인의 이름과 이체 메모 등이 기록된 정보입니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도 적요정보가 제공됩니다.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정보 제공을 꺼리는 금융회사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당국이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다만, 다음 달 공식 출범키로 했던 마이데이터 사업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각 사업자가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존 금융회사의 적요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금융사는 제3자 개인정보와 민감한 정보를 오·남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제공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요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송금이 이뤄지면 송금·수취인의 이름이 ‘알수없음’으로 표기됩니다. 이 같은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충분한 사전 테스트 등을 위해 ‘API’ 의무화 기한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IT 개발수요가 급증하자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소비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통합인증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서너 달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당초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4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다른 금융사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기존 스크래핑(고객 동의 아래 화면에 출력된 개인정보를 긁어오는 행위)을 중단하고 의무적으로 IT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공식 프로그램(API)을 활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API 의무화 유예는 곧,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연기한다는 뜻입니다.

금융위는 사실상 마이데이터 사업 연기와 함께 지나친 마케팅도 제한키로 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뛰어드는 만큼 서비스의 차별화가 과도한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하고, 추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안에 금융 마이데이터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마이데이터 API 의무화와 관련, 정보제공자별 구축 진행상황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유예일정을 조속히 확정할 계획”이라며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 중인 금융 마이데이터가 현재 스크래핑 방식에서 API 방식으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진행상황을 점검·관리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의 정보를 직접 내려 받아 거래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각종 서비스를 받는 '마이데이터'가 사업자들의 요청으로 당초보다 미뤄질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내려 받아 거래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각종 서비스를 받는 '마이데이터'가 사업자들의 요청으로 당초보다 미뤄질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마이데이터 사업 지연은 준비 부족에다 밀어붙이기식 일정 때문이라며 당국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업계 요청? 웃기고 있네. 8월 기한임에도 자기들이 API 규격을 바꾸거나 확정조차 못한 것들이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 어떻게 대응하나?” “급하게 밀어붙이는 덕분에 코로나 시국에 협력업체 직원들은 닭장 같은 사무실에 다닥다닥 붙어서 목숨 걸고 일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 좋아하시네. 솔직하게 처음해본 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고 그걸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였다고 솔직하게 못 말하네. 그놈의 쉬쉬 덮어버리는 꼰대문화 지긋지긋”.

“api 규격 하나도 준비된 게 없었고, 심지어 변경사항 확정도 제대로 못하는 수준인데 누굴 탓하나.. 누가 요청?? 본인들 쪼들리니까 스스로 요청한 거겠지” “코로나? 정신 나간 소리 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 8월 오픈인데? 규격 바꾸거나 확정조차 못한 것들이 있어 이것들아” “웃기고 있네 8월 시한임에도 그동안 규격변동이나 아직도 확정 안된 규격이 있다거나 하는 상황인데 업계 요청으로 뒤집어씌우나? 일반 사용자 서비스를 기획해 본 적이 없는 집단들이 탁상머리질만 한 결과다”.

8일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얻은 곳은 모두 29개사로 나타났다. 예비허가를 획득한 곳도 11개사에 달한다. /자료=금융위원회
8일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얻은 곳은 모두 29개사로 나타났다. 예비허가를 획득한 곳도 11개사에 달한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따낸 곳은 모두 29개사로 나타났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핀테크 15, 은행 5, 신용카드 및 캐피털 6, 증권·상호금융·저축은행 각 1곳씩입니다. 여기에 예비허가를 획득한 곳도 11개사여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40개사가 불꽃 튀는 경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가 돈인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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