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절차 어기고 블라인드 무시… 도로공사의 ‘제멋대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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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절차 어기고 블라인드 무시… 도로공사의 ‘제멋대로 채용’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8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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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 공고 후 면접만으로 채용 심사… 외부 면접위원은 자격 요건 갖추지 않아
“특정인에게 특혜 주기 위한 것 아니었다” 항변에도… 감사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채용원서 접수하면서 생년월일 기재된 근무조건 확인서 받아… “블라인드 취지 훼손”
“근무조건 확인서가 평가위원에게 제공되지 않아 채용과정에 영향 주지 않았다” 반박
한국도로공사가 각종 채용절차 위반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가 각종 채용절차 위반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가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하면서 공고내용과 다르게 전형을 진행하는가 하면 면접위원도 임의로 선정하는 등 채용절차를 멋대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또 블라인드 채용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28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내부감사 결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를 요약하면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없이 면접전형 점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가 하면, 자격요건도 갖추지 않은 외부 면접위원을 선정하는 등 채용절차를 다수 어겼습니다. 특히 연령, 학력, 성별 등 개인정보 수집 금지까지 위반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도로공사 A지사는 공사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채용절차(서류전형→면접전형→최종합격)와 방법 등을 제시하고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공고내용과 다르게 채용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공사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채용 공고 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선발하고, 면접전형 대상자는 서류전형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 이내에서 선발하고, 최종합격자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A지사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류전형(자격증 점수, 역량기술서 평가)을 건너뛰고 면접전형만 실시한 것입니다. 그 결과 모두 8명이 지원한 서류전형에서 최종 선발인원인 1명의 5배수를 초과하는 3명은 불합격 처리했어야 함에도 지원자 모두를 면접전형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문제는 채용 절차를 확인해야할 채용 담당 상급자(3급 차장)도 이 같은 절차상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 것입니다.

이에 A지사 측은 “유지보수 현장업무 정상화를 위해 채용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했다”면서 “채용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미숙으로 일부 채용 절차를 변경했으나 이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채용결과에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실 측은 “해당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A지사의 채용절차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면접 평가위원조차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공사의 기간제 채용에서 면접 평가위원은 4명으로 구성하되, 2명 이상은 ▲5급 이상 공무원 ▲3급 이상 공공기관 종사자 ▲대학 조교수 이상 및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외부위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감사인을 채용의 모든 과정에 입회시켜야 합니다. 평가위원 구성 등의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는 인력처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A지사는 면접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면접위원을 4명이 아닌 2명(내부 1, 외부 1명)으로 임의로 축소해 구성했고, 이 가운데 외부위원은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7급 공무원을 선정해 심사에 참여시켰습니다. 여기에 감사인 등의 입회도 없이 면접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감사실 관계자는 “채용담당 상급자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 방침 및 공고 내용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지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았고, 면접위원을 2명으로 축소하거나 감사인 등을 입회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 타당한지 검토하거나 관련부서에 직접 확인 및 지도·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부당한 채용과정과 관련해 채용담당자는 ‘감봉’처분을, 채용담당 상급자는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용공고문에 서류심사를 공고한 A지사. /자료=2020년 3월 23일 A지사 채용공고 내용 중.
채용공고문에 서류심사를 공고한 A지사. /자료=2020년 3월 23일 A지사 채용공고 내용 중.

이밖에 B지사와 C, D지사는 블라인드 채용절차를 위반하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들 지사는 교통상황관리원을 채용하면서 연령, 성별, 학력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공사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에 따르면 채용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서접수 시 개인정보(연령, 성별, 학력)가 배제된 입사지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만을 제출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사는 상황관리원 채용원서를 접수하면서 생년월일이 기재된 근무조건 확인서를 지원자 3명으로부터 제출받았습니다.

특히 B지사는 면접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4급 공공기관 종사자를 외부위원으로 선정해 심사에 참여시키는 등 채용업무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지사 역시 서류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6급 공무원을 외부위원으로 선정해 역량기술서 평가에 참여시켰습니다.

C지사는 블라인드 채용 위반과 관련해서 “서류 및 면접전형을 진행하면서 근무조건 확인서가 평가위원에게 제공되지 않아 채용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감사실 측은 “블라인드 채용은 편견요소를 원천적으로 배제해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생년월일을 기재한 서류를 받은 행위만으로도 지원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불신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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