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헌법 제20조 1항’과 단체 예배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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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헌법 제20조 1항’과 단체 예배하는 회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09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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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다른 제한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종교를 갖거나, 그를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헌법에 명백히 기록돼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몇몇 기업에서는 이를 침해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중이 모이는 각종 집회를 제한하거나 종교행사의 경우 온라인으로 대체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사하고 일과시간에 직장에서 예배를 하는 곳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논란의 키우고 있는 더욱 큰 문제는 ‘강요’를 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는데요.

논란의 기업은 패션기업 신원그룹입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는 “신원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이 시국에도 단체예배를 강요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시국에 전직원이 강당에 모여 다닥다닥 붙어서 단체로 예배하는 건 뭐냐? 월급쟁이 볼모로 오너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해도 되는 거냐? 이거 XXX 교주랑 뭐가 달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인데요.

문제는 이런 불만이 나오자 모 부사장이 “월요 예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능력과 별도로 퇴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는 것입니다.

메일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예배 의무참석, 즉 강요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사측은 예배 참석은 직원 자율이며 예배 참석 유무에 대한 확인도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또 온라인 예배 시스템 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도 밝혔습니다.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일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종교 강요논란은 이번뿐이 아니죠. 앞서 2004년과 2017년에는 이랜드그룹에서도 논란이 일었는데요.

2004년 이랜드 노조 홈페이지에 “이랜드는 신앙을 미끼로 업체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토요 모임이 자발적이라고 얘기하지만 토요 모임 참석 인원을 체크하고, 적게 나온 날 조회는 공포 분위기다”라는 폭로 글이 올라온 것이죠. 또 “불교신자도 찬송가를 불러야 한다. 업체 직원들은 잘못 보이면 잘릴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고도 밝힙니다.

하지만 사 측은 강요가 아니라면서 “이랜드는 신실한 종교 기업으로서 단기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검소하고 나누는 삶의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며 말을 돌립니다.

이같은 논란은 2017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재차 주장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죠.

이 의원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시스템즈가 업무시간을 전후해 큐티모임을 진행하면서 부서별로 직원들의 참석을 공지하고 참석 현황을 체크하며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는 “이는 헌법과 국가인권위법,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인권침해이자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합니다. 이랜드 측은 “큐티모임은 자발적”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또 2007년 12월에는 차별판단 지침을 통해서 종교와 장애,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예배에 참석하기 싫어도 눈치 보여 어쩔 수 없이 참석한다. 안가면 다른 직원이 왜 안가냐고 부른다.” 오너가 독실한 기독교인인 모 회사에 다니는 한 지인의 말입니다.

사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의식한 듯 겉으로는 “자유다. 불이익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소속인들의 생각도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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