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그룹 박성철 회장과 티앤엠의 ‘수상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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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그룹 박성철 회장과 티앤엠의 ‘수상한 동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0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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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앤엠, 19년간 연평균 매출 700만원짜리 회사가 900배 모기업 지배
박 회장, 워크아웃 책임지고 신원 지분 반납 후 지배력 유지 위해 설립
초기 지분 0%→오너일가 100%… “승계 작업 위한 유령회사?” 의혹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월요 예배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의류전문그룹 신원그룹의 지주사격인 신원을 지배하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티앤엠)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창립 이래 매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신원의 최대주주로 우뚝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지분은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입니다. 결국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것이죠.

신원그룹의 지주사격인 신원은 신원지엘에스, 신원글로벌, 에스더블유성거나 등 국내 3개 계열사와 해외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연 매출 6200억원을 올리고 있는데요.

신원은 티앤엠이 지분 21.13%로 최대주주이고, 박성철 세 아들인 정환·정빈·정주가 각각 0.6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티앤엠은 박성철 회장 39.22%, 차남 박정빈 20.20%, 부인 송기정 14.88%, 장남 박정환 13.14%, 3남 박정주 12.73%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오너일가 회사입니다.

결국 신원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성철→티앤엠→신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 것이죠. 사실상 티앤엠을 지배해야 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지배구조인데요.

문제는 티앤엠의 규모입니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와 사람인 등에 따르면 2001년 4월 24일에 광고대행업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8년 말 기준 자본금은 77억120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18년 기준 사원 수가 1명(정만식 대표)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티앤엠은 1998년 신원이 워크아웃 당시 박성철 회장이 경영책임을 지고 신원 지분을 모두 반납한 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티앤엠의 2006년 말 당시 자본금은 4억원에 대표이사인 이동훈이 40%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돼 있습니다. 당시 박성철 회장의 지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죠. 이후 티앤엠은 2012년 신원 2대 주주였던 김용희씨가 내놓은 주식 14.14%를 전량 주식담보 차입금으로 사들이는 등 2013년에는 28.37%까지 지분을 꾸준히 늘려갑니다.

증권가에서는 매출이 거의 없는 티앤엠에서 증자와 차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 후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서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죠. 주식매입금 상당액이 오너가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것이었죠.

이후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던 박성철 회장과 오너 일가 지분이 2015년 감사보고서에 처음 나타납니다. 그 지분 구조가 현재 지분입니다. 박성철 회장 자녀들도 장내 매수 등을 통해 티앤엠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였습니다.

박 회장 자녀들은 2014년부터 신원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오너 일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세 아들은 각각 0.82%씩 사들입니다. 이 세 아들의 소유주식수는 변동이 없으나 전환사채의 일부 전환으로 발행주식 총수가 증가해 지분율은 현재 0.61%로 축소됐습니다.

티앤엠의 매출은 공시를 처음 한 2005년(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 6903만원, 2014년 4350만원, 2015년 2400만원 등 총 1억3853만원이 전부입니다. 19년간 연평균 700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평균 700만원에 자본금 77억원짜리인 티앤엠이 신원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것인데요. 이런 티앤엠이 연매출 900배 정도인 6000억원이 넘으면서 국내외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신원을 지배하는 형국이죠.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인데요.

실체도 불분명한 티앤엠이 이처럼 신원그룹을 장악하는 배경에는 티앤엠 5명의 주주가 모두 오너 일가로 돼 있는 주주구성에 있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티앤엠을 만들던 1998년 책임경영을 이유로 보유 지분을 전량 회사(신원)에 무상증여했지만 신원을 장악하기 위해 최측근으로 이뤄진 주주를 앉혀 티앤엠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신원을 장악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승계작업을 위한 지렛대로 일명 페이퍼컴퍼니인 티앤엠을 만든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인데요.

박성철 회장은 1940년생으로, 올해 만 80세입니다. 박성철은 신원 회장, 둘째 아들 박정빈은 신원 부회장, 셋째 아들 박정주는 신원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 박정환은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각종 의혹과 베일에 싸여 있는 티앤엠의 실체가 언제 벗겨질지, 그리고 과연 박성철 회장이 신원그룹을 어떤 식으로 승계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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