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옵’니다?… “지들끼리 추석여행 간다더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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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옵’니다?… “지들끼리 추석여행 간다더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17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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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추석 고향방문 자제를 알리는 현수막. 대중가요 제목을 패러디하고 고향 사투리를 사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충남 청양, 전남 보성군
추석 고향방문 자제를 알리는 현수막. 대중가요 제목을 패러디하고 고향 사투리를 사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충남 청양, 전남 보성군

‘불효자는 “옵”니다.’

며칠 전 충청도 마을의 현수막이 눈길을 끕니다. 뒤질세라 전라도에도 현수막이 걸립니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에는 안와도 된당께~’. 추석을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안타까운 소식도 잇따릅니다. 사흘 전(14일) 라면을 끓이던 초등학생 형제가 화재로 중태에 빠졌습니다. 우울증 어머니에 비대면 수업 중이던 형제의 집은 ‘돌봄 사각지대’였습니다.

‘고향패싱’. 정차해야 할 정류장에 운송수단이 ‘지나쳐버림(패싱·passing)’과 같이 고향에 가지 않는다는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로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이번 추석 ‘고향패싱’을 권장하는 가운데, 연휴 기간 여행 등 외부활동을 계획 중인 사람들이 많아 방역당국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추석 차례상. /사진=픽사베이
추석 차례상. /사진=픽사베이

오늘(17일) 호텔과 리조트업계에 따르면 주요 휴양지의 특급호텔들은 8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리조트는 전국 평균 85% 이상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산·강원·제주 등 인기 휴양지의 경우 이미 100% 매진된 곳도 있습니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전국 평균 예약률은 90%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반면 서울 도심 호텔의 예약률은 30~40%에 그치고 있습니다. 수도권이 코로나19 확산세의 중심임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고향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줄어들 경우 예약률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연휴 동안 이용률은 50~60%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귀향 자제 캠페인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저녁 9시 이후 취식이 금지되자 한강 공원에 인파가 몰렸던 것처럼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입니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기간 다중이용시설·관광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역 지침을 다음 주 발표할 계획입니다.

/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휴양지 리조트 예약 매진’ 소식에 누리꾼들은 시민의식 지적과 함께 거리두기 단계 강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고향 안와도 된다’ 전국 현수막. 이동 자제를 호소한 거지만 우리끼리 놀러 갈게요~ 뭐 이러고 있는 상황인가” “이런 것도 예상 못하나. 뇌가 있으면 다 예상되는데” “난리 났다” “저럴 바엔 고향을 내려가지ㅋㅋㅋ참 니네들도 대단하다” “제발 코로나 이번 추석에 여행가는 사람들 양심 없고 무지한 거다. 엄한 사람들 감염시키지 말고 꼭 당신들만 감염돼서 구상권 청구되기를 빈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하면서 방역당국 욕하는 말종들” “고속도로 통행 전면 중지하고 대중교통 시내버스만 허락해라” “아하 2.5를 넘어서 3단계 해달라는 거지?” “추석 연휴 때 3단계 하면 끝” “추석이 지나면 곧 고통의 시간이~~~”.

‘초등학생 형제 화재로 중태’에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재난지원금 꼭 이런 가정에 돌아가길 바랍니다” “초등학생 비대면 수업. 맞벌이 부부인 우리 집에 낮동안 아이들 혼자 집에서 지내다보니 부모로서 항상 노심초사...빈부격차에 따라 교육수준 확연히 차이 나게 되고...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만이 아니다. 옆집 아이들도 초등학생들인데 맞벌이 부부라 낮에 라면 끓여 먹었다고...그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랬는데...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ㅜㅜ한부모가정 아이들 점심은 나라에서 배달이라도 해주지 ㅠ” “이아이들이 이전부터 느꼈을 고통스러운 삶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네” “코로나로 학교 안가니 밥 굶는 애들 많겠네” “저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가정에 인덕션 설치해줘라 ~~ 난 통신비 필요 없다” “아..눈물 난다. 아가들 배고파서 라면이라두 끓여먹으려는 거였을 텐데..의식 돌아오길”.

‘사운드오브뮤직’의 한 장면. 오른쪽에서 3번째가 일곱 남매의 첫째 딸인 리즐을 연기한 차미안 카. /사진=영화 스틸컷
‘사운드오브뮤직’의 한 장면. 오른쪽에서 3번째가 일곱 남매의 첫째 딸인 리즐을 연기한 차미안 카. /사진=영화 스틸컷

추석을 앞두고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 28~29일 지급될 전망입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도 연휴 하루 전인 29일 지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동돌봄지원비와 취약계층 청년특별구직지원금도 추석 전 지급을 위해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2일 국회에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다는 전제 아래 착실히 준비한다는 계획입니다.

“동생들 학교 보내야 하니 제가 돈 벌게요”. 베이비부머들에게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첫째 딸 리즐 역을 맡은 차미안 카가 세상을 떠난 지 4주기입니다. 이 땅의 장남, 장녀들에게 리즐의 노래를 전해드립니다. ‘열일곱이 되는 열여섯’(Sixteen Going on Seventeen)에 첫째들은 얼마나 오빠, 누나가 그리웠을까요.

“I need someone older and wiser~(나보다 나이가 많고 현명한 누군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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