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캐디·택배기사는 왜 ‘고용보험’에 반대하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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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캐디·택배기사는 왜 ‘고용보험’에 반대하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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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 /사진=KFC SNS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 /사진=KFC SNS

“나는 늘 남편을 잃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을 고용했다.”

1890년 오늘(9월 9일) 태어난 그를 사람들은 ‘샌더스 대령’이라 부릅니다. 어려서부터 농부·보험판매원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던 그는 마흔에 닭튀김 식당을 개업합니다. 승승장구하던 도로변 식당은 고속도로가 나면서 샌더스의 나이 65세에 파산합니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섭니다. 하얀 양복에 까만 넥타이, 아이들은 ‘KFC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자료사진=고용노동부
/자료사진=고용노동부

‘고용보험’. 실직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으로,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산업재해보상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특수형태 고용근로자(특고)의 고용보험법이 사실상 정부안대로 이번 달 국회에 제출됩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일반 근로자와 고용 형태가 다르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에 편입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징수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특고 고용보험 의무가입(당연가입) ▲보험료는 특고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 ▲소득감소로 인한 이직 시 실업급여 지급 등입니다.

입법안은 아울러 특고 종사자가 이직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보험설계사·건설기계조종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신용카드모집인·대리운전기사 등 14개 직종에 우선 적용할 계획입니다. 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해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다수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다수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중 소득신고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이들이 꼽은 이유.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중 소득신고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이들이 꼽은 이유.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편 이 같은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놓고 특수고용직 당사자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상반되게 나왔습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에서 실시한 특고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일괄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언론기관이 의뢰한 전 국민 대상 조사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많았습니다.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4개 직종(보험설계사·가전제품 설치기사·택배기사·골프장 캐디)에 종사하는 특고 2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8%는 일괄적인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유는 사업주 부담 증가로 이어져 본인들의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68.4%)는 걱정이었습니다.

진보당 울산시당이 지난 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전국민고용보험 울산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진보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이 지난 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전국민고용보험 울산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진보당 울산시당

직종별로 보면 ▲골프장 캐디(74.1%) ▲택배기사(70.0%) ▲보험설계사(66.7%) ▲가전제품 설치기사(63.6%) 순으로, 조사대상 4개 직종 모두에서 과반 이상이 고용 감소를 우려했습니다.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사업주 부담 증가(41.3%) ▲고용보험비용의 소비자 가격 전가로 사업환경 악화(23.5%) ▲무인화·자동화 촉진(19.0%) 등 순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여론 조사(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서는, 응답자의 63.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4.2%였고 ‘전면적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29.1%였습니다. 반면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6.7%나 됐습니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 반대 62.8%’ 소식에 누리꾼들은 ‘고용실종’과 함께 크게 늘어날 세금을 걱정합니다.

“강사법 생기고 오히려 대학시간강사 자리 없어진 거처럼 이것도 고용실종을 초래하려나” “보험모집인, 카드설계사 당연 반대하지. 세금은 3.3%만 내는데 특고 되면 세금 33%로 10배 오르는데 누가 찬성함” “캐디.가사 도우미 사용자 부담 증대로 없어질 직종입니다” “사대보험 적용 안 되면 국가에서 지원해주면 안됨” “호황을 누리는 특수고용직도 있다 제외 시켜라” “안내고 혜택 안 본다는 데 냅둬라. 이유가 있겠지. 직업에 따라 고소득자는 4대보험 납부액 엄청 많을 거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왜 그 고통분담을 기존 가입자들이 다 떠맡아야 되는 거야??” “캐디는 급여를 어떻게 계산하나요? 라운딩 횟수*캐디비 정액?팁 주는 거는 당연 빼고 하겠죠?100% 세금 없는 현금 수입이었는데,,, 나중에 세금 내려면 정말 아깝겠다” “캐디 이용료 올리고.. 택배비 올리고.... 다 올리면 보험료 내고도 남음”.

‘전 국민 고용보험 실시’에는 공무원 가입이 먼저라며 형평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고용보험 가입시키세요. 신분보장 명목으로 임기제, 별정직 빼고는 고용보험 안내는데,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가장 우량 가입자들인데 제외시키는 건 나 안아프니까 건강보험 안내도 되냐는 거랑 똑같은 질문” “교직원도 가입시켜주세요! 고용보험 낼게요!” “공무원먼저해라 공무원이 제일우선적으로 고용보험가입해야지” “전업주부도 가입되면 좋겠다^^”.

“공무원연금개혁과 공무원 가입이 먼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특고직이 이로 인해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 막아줄 수도 없으면서 막지르면 끝나는 건가?? 일자리수석이란 사람은 고용주의 사회적 기여를 바란단다. 다 어려운 마당에 그게 말인가?? 뭔가 계획도 없이 그냥 고용주의 사회적 기여를 바란단다. 그래서 기여 안하고 실적 안 좋은 특고직들 잘라버리면?? 누가 책임져주는데?? 이전에 잘리고 고용보험이 필요한가?? 그래 급여를 탄다고 하자. 그럼 다시 취업은 어찌 하냐?? 돌아갈 곳이 없는데 특고직으로 20~30년 일하고 한달에 50만원 받으면서 기술 배우라는 건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2020년 8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2020년 8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에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7만4000명 줄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래 같은 달 기준 가장 큰 감소폭이자, 6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실업자는 86만4000명으로 6000명 늘었습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감소폭이 16만9000명, 도소매업 감소폭이 17만600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간장·췌장과 신장·폐장·각막 2개씩. 오늘은 뇌사할 경우 아홉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장기기증의날’입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장기기증 희망서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2018년 7만763명, 지난해 9만350명, 올해는 지난달 10일까지 4만2000여명이었습니다. ‘평생 일자리’를 강조한 샌더스 대령의 말머리를 ‘죽어서도’로 바꿔야 하는 날입니다.

“살아있는 한, 그 사람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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