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소상공인 2차 재난지원금, 시장경제 위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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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와 소상공인 2차 재난지원금, 시장경제 위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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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를 팔지 마라.”

2001년 10월 4일, 우리나라 포털 기업은 미국 공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끼워팔기로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공룡은 3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자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20년 전 오늘(9월 14일)은 윈도 밀레니엄 버전인 ‘me’가 나온 날입니다. 수명 1년의 윈도 me는 6년 뒤 ‘전대미문의 최악 기술품’에 올랐습니다.

빌 게이츠와 2006년 최악의 기술품에 오른 '윈도 me'. /사진=게이츠노트, PC월드
빌 게이츠와 2006년 최악의 기술품에 오른 '윈도 me'. /사진=게이츠노트, PC월드

“시장경제와 공정경쟁의 가림막이 벗겨졌다.”

2020년 9월 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국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강력히 반대 입장을 밝힙니다. “세계 산업체인을 훼손하는 노골적인 패권주의 행보다”. 앞서 6월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등 20개 기업을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으로 지정, 추가 금융제재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사진=픽사베이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사진=픽사베이

‘시장경제’. 자유경쟁의 원칙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경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며 중국이 강력 반발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재가 하루 앞(15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제재로 내일(15일)부터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화웨이와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승인을 받는 경우 화웨이와 거래가 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화웨이 매출비중은 각각 3.2%(7조3000억원)와 11.4%(3조원)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화웨이의 타격이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당장 3분기를 놓고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전망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화웨이의 재고 축적으로 3분기 들어 이들 기업의 D램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안팎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과 같은 세트 사업에서는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화웨이는 제재 이전까지 만해도 줄곧 삼성전자와 세계 시장 1·2위를 다투던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화웨이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통신장비 부문에서도 국내 기업의 수혜가 현실화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미국 최대 통신기업 버라이즌과 8조원대의 5G 통신장비 계약을 맺었습니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화웨이 제재에 국내 기업들 영향’ 소식에 누리꾼들은 악재보다는 호재가 될 전망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분발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호재다. 악재가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호재지. 소련 망하는 거 못 봤음? 미국하고 싸워 이길까?” “한국 화장품 사업이 왜 망했는지를 복기해보면 답 나온다. 단기 이익만 바라보면, 중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우리 사업 뺏기는 것밖엔 안 된다. 중국 의존도를 끊고, 지금이라도 중국 기업 죽이는 거에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죽게 될 거라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 “삼성 sk lg다 화이링! 모든 사람들이 15억을 감시하는 화웨이 5g 버리라고 했어도 끝까지 버텼던 lgu도 이참에 정신 차리고 삼성으로 바꾸더라도 서로 상생하는 기회를 맞기를. 또한 트럼프처럼 우리나라도 제조조립공장 돌아올 수 있기를”.

/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소상공인, 서민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시장경제에 다소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2010년 8월 12일, 당시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자신의 시장경제론을 밝힙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부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중심의 7조8000억짜리 코로나 2차 긴급재난지원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금 보석 상태인 전직 대통령의 시장경제론은 바뀌었을까요.

오늘은 지옥을 헤매던 시인 단테가 영원한 여인 베아트리체의 후광에 감싸여 천국에 오른 지 69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의 말처럼 재난지원금이 지옥처럼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의 마중물이 되길 바라봅니다.

“인간의 목표는 실패할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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