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입에 담기조차…” 홈앤쇼핑의 성관념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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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에 담기조차…” 홈앤쇼핑의 성관념 ‘민낯’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9.02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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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책임자가 성추행에 사내에서 불륜 행각… 여직원은 결국 극단 선택
화장품 판매방송에서 “이게 진짜 맨얼굴이었으면 창피해서”… 방송심의 제제
앞서 대주주인 중기중앙회도 인턴 성추행·성희롱… 피해자 스스로 목숨 끊어
사진=홈앤쇼핑 전경
사진=홈앤쇼핑 전경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 추문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조치했느냐” “콜센터 비리가 자살 사건으로 이어졌다. 왜 이리 지저분한 일이 벌어지냐” 지난 6월 23일 열린 홈앤쇼핑 2020년 1차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쏟아낸 불만의 목소리입니다.

“민낯으로 방송을 어떻게 해요. 친구도 안 만나러 가는데”, “이게 진짜 맨얼굴이었으면 창피해서” 지난 6월 14일 홈앤쇼핑이 기능성화장품 끌레드벨 물톡크림 판매방송에서 여과없이 내보낸 멘트입니다.

직원에서부터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까지…. 도대체 홈앤쇼핑의 성(性) 관념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중소기업 상품 판로지원을 위해 지난 2012년 1월 공식 개국한 홈앤쇼핑은 민간기업이지만 주주가 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입니다. 지분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중앙회가 32.39%로 최대주주이며, 농협중앙회(20%), 중소기업유통센터(15%), 중소기업은행(1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공적기능을 가진 홈앤쇼핑의 잘못된 성 관념은 뿌리부터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에는 직원들 간 성추행 사건으로 여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는데요. 내부 증원 등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홈앤쇼핑의 상암동 콜센터 책임자인 A팀장이 직위를 이용해 동료 여직원 B씨(미혼)를 수년간 성추행한 사건인데요. B씨는 롯데홈쇼핑 출신으로, A팀장이 추천해 홈앤쇼핑에 입사했습니다.

B씨는 A팀장에게 강하게 저항을 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씨가 어머니와 사채업을 하다가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어 이를 갚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에 A팀장은 B씨의 쌍둥이 여동생 C씨를 협력업체에 위장취업 시켜 6개월분의 급여를 Y씨가 챙기도록 도왔습니다. 대담해진 B씨는 여동생 C씨 명의로 수천만원에 달하는 직장인 대출을 받아 착복했고,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여동생 C씨가 언니 B씨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성추행과 위장취업 전모가 들어난 것인데요. 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 언니를 고발한 C씨가 지난해 12월 극단적으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담당경찰서인 마포경찰서는 아직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A팀장은 이번 사건 외에도 콜센터 내에서 불륜행각도 벌렸는데요. A팀장은 지난해 7월 4일 내연관계로 알려진 동료 여직원인 D씨와 상암동 콜센터 사무실에서 대담하게 성관계를 갖다가 동료직원에게 들키는 ‘막장드라마’를 연출한 것입니다. 이들의 행각은 동료직원에게 발각돼 곧바로 홈앤쇼핑 감사실에 제보됐고 이후 A팀장은 퇴사를 했습니다. 내부에서는 홈앤쇼핑 경영진이 A팀장에 대한 그간의 끊임없는 소문을 알았을 것으로 의구심에, 경영진과 A팀장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이런 성추문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23일 열린 홈앤쇼핑 2020년 1차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 분개를 했는데요.

소액주주들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추문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조치했느냐. 직원들간의 성비위를 확실하게 감사하라” “콜센터 비리가 자살사건으로 이어졌다. 왜 이리 지저분한 일이 벌어지냐” “장외주식이 반토막 났는데, 회사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데 화가 안나게 생겼냐”며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이에 대해 김규태 홈앤쇼핑 감사는 “지난해 8월 제보가 들어와 감사했는데 당사자인 여성이 진술을 거부해 증거 불충분으로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면서 ”해당 남성직원은 파면했고 여성직원은 사표를 냈다“고 해명했습니다.

홈앤쇼핑은 이런 내부에서의 불미스런 성추문에 이어 방송에서까지도 성관념을 의심할 내용을 내보내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는데요.

지난 6월 14일 저녁 10시 24분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한 기능성화장품 끌레드벨 물톡크림 판매방송에서 “맨얼굴에다가 마스크를 쓰고 딱 나갔는데 갑자기 차 한 잔 하자 그래요. 이걸 딱 빼는 순간 얼굴에서 정말로 이게 너무너무 창피하잖아요” 등 특정 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내다 방송심의 당국에 딱 걸렸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고 “외모를 여성에 대한 주요한 평가 척도로 전제하고, 노화로 인한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관리 부족으로 평가하는 등 여성을 부정적·혐오적으로 묘사하거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련 심의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품판매방송사업자의 (성 관념)인식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현재 해당 상품에 관한 영상은 홈앤쇼핑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입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홈앤쇼핑의 성추문 그리고 자살 관련 사건은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홈앤쇼핑의 성추문 사건에 앞서 2014년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인턴 권모씨(당시 25세)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는데요.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동안 중소기업체 대표와 중소기업중앙회 간부 등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돌아온 건 계약해지 통보였습니다. 총 7차례에 걸쳐 ‘쪼개기’ 형식으로 재계약을 했던 권씨는 퇴사를 하려했으나 인사담당자가 ‘조금만 더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는 ‘희망고문’을 하며 권씨를 붙잡았다고 한 결과입니다.

권씨는 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이 채 안된 9월 26일 2년간 근무하면서 겪은 성추행·성희롱에 관한 사실을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 남긴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성추행 당한 여직원 자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그나마 묻힐 뻔했던 사건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원래 저희가 계속 유가족을 만나려고 했어요. 공식 사과를 못한 것은 저희 실수일 수도 있고….”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해명입니다.

권씨의 유서 일부를 공개합니다.

“내가 타인을 위해 봉사를 실천하며 살 정도로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못되었지만, 적어도 피해 안 끼치고 살면서 최선을 다했다, 2년은. 그런데 아주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네. 내가 순진한 걸까? 터무니없는 약속들을 굳게 참고 끝까지 자리 지키고 있었던 게. 그들은 설마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냥 끝인가 봐. 사람 인생이 걸린 일인데. 속은 사람도 문제이지만, 자기 좋자고 속인 사람들. 적어도 죗값은 치러야 하지 않나?”

계약 만료된 권씨의 자리에는 중기중앙회 비상임 이사의 자녀가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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